제주어로 읽는 '어린 왕자(두린 왕자)'(26)
한라일보 : 2007. 01.05. 00:00:00
26
우물 조끄띠는 부수닥질한 낡은 돌담이 이섰다. 다음날 저냑이 나가 일을 마쳥 돌아와씰 때 난 왕자가 그 돌담 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늘어뜨령 이신 걸 먼디서 뵈래보았다. 경허고 가이가 곧는 말소리가 들렸다.
“너 생각 안남시냐. 여긴 절대로 아니라.” 허고 왕자가 고랐다.
경헌디 똔 목소리가 왕자신디 축없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무산고 허민, 왕자가 이추룩 말대꾸를 했기 따문이었다.
“게매, 게매, 날짜는 맞아. 경헌디 장소는 요디가 아니여……”
난 돌담을 향허영 걸어갔다. 나신디는 여전히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경헌디도 왕자는 또시 대꾸허였다.
“……물론이지. 나 발자국이 모살 위에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이신지부터 잘 봐두라게. 너는 거기서 나를 기다리민 되주게. 난 오늘 저냑인 거기 이실 거여.”
난 돌담에서 20 미터 쯤 떨어진디 이서신디도 여전히 아무 것도 눈에 뵈래지지 않았다. 호쏠 속솜헌 시간이 지난 후제사 왕자는 또시 말을 소곤닥허였다.
“니가 가지고 이신 독은 좋은 거가? 는 나를 오랫동안 아프지 않게 할 조신이 이시냐?”
난 가슴이 곡기는 듯행이네 걸음을 멈추었다. 경헌디 여전히 까닭을 알 수가 어섰다.
“경허민 이제 가보라게. 나도 이제 내려가고 싶으다게.”
경허연이네 나도 돌담 밑을 내려다봐신디 섬찌근허였다! 거기에는 30초만에 사름을 죽일 수 이신 노란헌 베미 혼 마리가 왕자를 향허영 대맹이를 곧짝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난 권총을 꺼내잰 주멩기 쏘곱을 뒤졍이네 도르멍갔지만, 베미는 나 발자국 소리를 들엉 셔늉을 곱지는 분수의 물줄기추룩 속솜허영 모살 쏘곱으로 기여 들어가더니 가벼운 금속 소리를 내멍 돌트멍으로 꼴랑지를 곱지멍 교묘하게 사라졌다.
난 돌담에 다가가자 마자 눈추륵 희영해진 왕자를 재우사 폴로 끌어 앉았다.
“어떵 된 일이니?” 이번에는 베미영 말을 곧다니!
난 그가 풀어본 적이 어신 황금색 목덜이를 풀어주었다. 경허고 관자놀이에 물을 적셔주멍 물을 맥였다. 경허고 난 더 이상 아무 것도 물어볼 수 어섰다. 그는 나를 무거운 시선으로 뵈려보멍 양팔로 나 목을 껴안았다. 난 가이 가슴이 총에 맞앙 죽어가는 생이 추룩 팔딱거리는 것을 느꼈다. 가이는 나신디 고랐다.
“난 아주방이 고장난 비형기를 고치게 됭이네 지꺼지우다게. 아주방은 이제 아주방네 집으로 되돌아가겠주양……”
“어떵 알암시냐?”
난 예상한 것과는 달리 의외로 손쉽게 비형기의 고장을 고쳤다는 소식을 가이신디 알려주잰 왔던 것이다.
가이는 나 질문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명 이추룩 덧붙였다.
“난 오늘 나의 집으로 되돌아감수다.”
경허고 또시 쓸쓸하게 말을 계속허였다.
“그 질은 더 멀고 더 심들어마씨……”
난 가이신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난 두린 아이를 감싸듯이 가이를 품에 꼭 껴안았다. 경헌디 가이는 수면 쏘곱으로 쭉 빠져들 것만 같았주마는 난 가이를 붙잡을 트멍도 어섰다……
가이는 심각헌 시선으로 먼 곳을 뵈래다봤다.
“나신디는 아주방이 그려준 양이 있수다. 경허고 아주방이 그려준 양을 담아 둘 곽도 있수다. 경허고 입마개도 이서마씨……”
그추룩 허고 그는 쓸쓸하게 웃었다. 난 오랫동안 기다렸다. 난 가이 몸이 점점 멘도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얘야, 너 모수왔지……”
물론 가이는 모수왔었다. 경허주만 가이는 상냥하게 웃으멍 고랐다.
“오늘 저냑이가 더 모수울 거우다……”
난 또시 돌이킬 수 어신 어떤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 조들당 보난 몸이 얼어붙는 것 고튼 느낌이 들었다. 경허고 난 요 웃음소리를 또시 듣지 못하게 될 거랜 생각했고, 또 그러한 사실은 나신디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허였다. 그 웃음은 나신디는 소막에 이신 우물과 고튼 것이었다.
“얘야, 난 니 웃음소리를 또 듣꾸정 허다게……”
경허주만 가이는 나신디 고랐다.
“오늘 저냑이 1년이 되는 날이라 마씨. 나가 작년에 떨어졌던 바로 그 위쪽에 나 벨이 오게 될 거우다……”
“얘야, 베미라든가 약속이라든가 벨 고튼 이야기는 악몽이주게……”
경해도 가이는 나 질문에는 대답허지 않았다. 경허고 이추룩 고랐다.
“중요헌 것은 눈에 뵈려지지 안허여 마씸.”
“기주게……”
“고장도 마찬가지라 마씨. 만일 아주방이 어느 벨에 살고 이신 고장 혼 송이를 사랑한댄 허민 밤에 호늘을 뵈래보는 게 감미로울 거라 마씨. 경허고 모든 벨덜신디는 고장들이 피어 이실 테니까 마씸.”
“물론이쥬……”
“물도 마찬가지라 마씨. 아주방이 나신디 주신 물은 도르래영 배영 이시난 음악 고타서 마씸. 기억남수꽝? 물맛이 참 좋아서 마씸. 경했주게. 밤에 벨을 바라봅서. 아주방신디 나 벨이 어디 이신자 보여주잰 해신디 하도 쪽아부난 마씸. 경헌디 그것이 훨씬 더 좋아마씨. 아주방신디 그 벨덜 중 호나가 나 벨로 보일 거우다. 경허민 아주방은 호늘에 이신 벨 몬딱을 뵈리는 걸 좋아하게 될 거우다. 벨 몬딱 아주방 벗이 될 거우다. 경허고 나가 아주방신디 선물 호나 허쿠다……”
가이는 또시 웃었다.
“기여. 얘야, 난 웃음소리 듣는 걸 좋아허주게!”
“이것이 바로 나 선물이어우다게…… 이것은 물도 마찬가지라 마씨……”
“무신 말이고?”
“사름마다 벨을 뵈려보는 방식이 각각 돌라 마씸. 여행을 하는 사름신디 벨은 질잡이가 되고 어떤 사름덜신디 벨은 호끌락한 빛에 불과허주 마씸. 학자들신디 벨은 풀기 심든 문제거리겠주 마씸. 경허고 지난 번에 고랐던 그 사읍허는 장사꾼안티 그 벨은 금이주 마씸. 경헌디 저 벨덜 몬딱 말이 어서 마씸. 아주방은 어느 누게도 갖지 못한 벨을 곶게 될 거우다게……”
“무신 뜻이냐?”
“아주방이 밤에 호늘을 뵈려 볼 때 나가 그 벨덜 중 호나에 살고 이실 거고 또 그 벨덜 중 호나에서 우스멍 이실 거니까 아주방신디는 벨덜 몬딱 다 웃는 것추륵 보일 거우다. 아주방은 웃을 중 아는 벨을 가지게 될 거우다.”
경허고 가이는 또 웃었다.
“경허고 아주방의 슬픔이 사라질 때(슬픔은 언제나 사라지기 마련이다우게) 아주방은 나를 만나게 된 걸 지꺼졍 헐 거우다. 아주방은 언제나 나 벗이 될 거우다. 경허고 나영 고치 웃고 싶을 거우다. 경허연, 아주방은 이따금씩 괜히 창문을 열겠주 마씸. 경허민 아주방의 벨 벗덜은 호늘을 뵈리멍 웃고 이신 아주방을 보고 추물락 놀랄 거우다게. 경헐 때는 그 벨덜신디 이추룩 고라줍서. <게매, 난 벨덜을 보민 언제나 웃음이 나왐쪄> 경헌디 가이들은 아주방이 미쳤다고 생각할 거우다게. 경헌댄허민 난 아주방신디 짓궃은 장난을 헌 셈이 되겠주양……”
경허고 가이는 또시 웃었다.
“고건 나가 아주방신디 준 것이 벨이 아니고 웃을 중 아는 쪼끌락헌 봉울들을 한아름 드린 것이영 고튼 의미가 될 거우다게.”
경허고 가이는 여전히 웃었다. 경허당 또시 심각헌 표정을 지섰다.
“아주방…… 오늘 저냑이랑 오지 맙서……”
“난 니 조끄띠를 떠나지 않을 거여.”
“난 아픈 거 같아 보일 거우다…… 난 죽어가는 거추륵 보일 거우다. 경헐 거우다게. 그 셔늉을 보잰 오지 맙서. 올 필요 없수다.”
“난 니 조끄띠를 안떠날 거여.”
경헌디 가이는 걱정스런 놏을 하고 이섰다.
“나가 아주방신디 영헌 말을 곧는 이유는…… 베미 따문이우다. 베미가 아주방을 물지도 몰라마씸…… 베민 모수와마씸. 베미가 괜히 아주방을 무는 수가 이서마씸……”
“난 니 조끄띠를 안떠날 거여.”
경헌디 가이는 무신 거를 생각하고 낭 안심이 되는 것 고탔다.
“베미덜은 두 번째로 물 때에는 독이 없긴 허지만……”
난 그날 저냑이 가이가 질을 떠난 것을 뵈리지 못허였다. 가이는 소리 어시 빠져나갔다. 나가 가이를 따라 잡아을 때 가이는 결심한 것추륵 잰 발걸음으로 걷고 이섰다. 가이는 나신디 단지 이추룩 고랐을 뿐이었다.
“아, 아주방 옵데강……”
경허고 가이는 나 손을 잡았다. 경헌디 가이는 또 조드랐다.
“아주방이 오신건 잘못이었수다게. 아주방은 나 따문에 조들을 거라 마씸. 나가 죽은 것 추룩 보일 거우다. 경헌디 실은 경허지 않은 건디……”
난 뭐랭 곧지 안허영 속솜허였다.
“아주방은 알 거우다. 거기는 너무 멀어 마씸. 난 요 몸으로 거기 갈 수가 어서 마씸. 너무 배어 마씸.”
난 뭐랭 곧지 안허영 속솜허였다.
“허주만 육체는 데껴버려야 할 낡은 껍데기영 고튼 걸 거우다. 낡은 껍데기는 슬퍼할 필요가 어서 마씸……”
난 뭐랭 곧지 안허영 속솜허였다.
그는 호꼼 풀이 죽어 이신 것추륵 허였다. 경해도 가이는 또시 심을 냈다.
“아주방, 그건 멋있을 거우다. 나도 벨을 바라볼 거쥬 마씸. 벨덜 몬딱은 녹슨 도르래가 돌령 이신 우물이 되겠쥬 마씸. 벨덜 몬딱은 나신디 마실 물을 줄 거우다게.”
난 뭐랭 곧지 안허영 속솜허였다.
“그건 잘도 지꺼진 일이우다. 아주방은 5억 개의 호끌락헌 봉울들을 가지게 될 거고 난 5억개의 우물을 곶게 될 거우다.”
경허고 가이도 역시 아무 말도 곧지 않았다. 가이는 울고 이섰기 따문이었다.
“저기우다. 나 혼자 혼걸음만 걸어가게 해줍서.”
경허고 가이는 호끔 모소왕 주저 앉았다. 경허고 가이는 또 이추룩 고랐다.
“아주방, 나 고장을 알지예? 난 그 고장신디 책임이 이서마씸. 경허고 그 고장은 잘도 약허여 마씸. 경허고 또 잘도 순진허주 마씸. 그저 니 개의 가시로 지 몸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쥬 마씸.”
난 더 이상 성 이시지 못허영 멜싹 주저앉았다. 가이가 이추룩 고랐다.
“자 이제 끝이우다.”
가이는 호끔 망설이더니 또시 일어났다. 가이는 혼 걸음 나아갔다. 난 몸을 꼼짝할 수가 어섰다. 가이 발목 근처에서 노란 빛이 반짝였을 뿐이다. 가이는 호쏠 경 서 이섰다. 가이는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똑허게 낭이 데싸지는 것추륵 가이는 천천히 걸러졌다. 모살 바닥이라 부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