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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게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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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7. 5. 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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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푸른역사刊

 

나에게 있어서 조선시대의 선비란 진취적이고 생산적이기 보다는 낡고 고루한 존재로 비쳐져 온다. 물론 그 중에는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선비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士農工商이라는 제도아래 사회변화와 역사의 발전을 제대로 읽어내지고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선비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권력에서 밀어내 사회발전을 주도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은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선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작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비는 틀에 박히고 화석화된 존재가 아니라 펄펄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들이 연출해내는 삶의 진정성이 글이라는 낡은 거죽을 뒤집어 쓰고 있을 뿐이었다. 낡은 거죽을 벗겨내고 다가가 살펴보면 오히려 더 진지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품은 생각과 마음이 보이는 듯했다. 이 땅에 살았던 선비들의 인생과 글은 수백 년이란 시간을 초월하여 여전히 신선한 감동을 던지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이 책에는 진취적인 선비들의 삶과 예술혼, 좌우명, 친구를 사귀는 자세, 학문하는 태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 등이 잘 그려지고 있다. 지혜로운 학식과 지식인으로써의 꼿꼿하고 고상한 기상과 그 품격을 그려내고 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은 과히 높이 평가할 만하고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나날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바라는 시대의 흐름에 경종을 울릴만한 그들의 삶. 선비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내 생활 태도 그 자체를 되돌아보게 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작성하는 선비.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하며 절식을 철저하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성호 이익. 그리고 정성을 다해 양질의 도서를 모아 장서인까지 정교하게 찍어 관리하고 보관할 줄 알았던 장서가 이하곤의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옛 선비들은 自輓詩와 自撰墓誌銘을 지어 죽음을 기꺼이 맞이했다. 죽음의 공포에 떨기보다는 냉정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그려보는 일이야 말로 삶을 관조하는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백 년, 천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스승이나 벗을 즐거이 만나는 것 또한 선비들의 몫이다. 굳이 문을 나서지 않아도 사귀고 싶은 사람이 많다. 그들과 더불어 노니는 즐거움, 그것은 현세의 장삼이사를 만나 억지로 비위 맞추느라 웃는 얼굴을 꾸미는 괴로움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할 내용도 있다. 퇴계 이황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쓴 시문이 남에게 읽힌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글상자에 꼭꼭 숨겨두지 못했다는 자책하는 것을 읽은 다산 정약용은 소감을 이렇게 적어두었다.
"나는 평소에 큰 병통이 있다. 무릇 생각한 것이 있으면 바로 글로 지어 내고, 지은 것이 있으면 남에게 보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버릇이다.…중략… 그러므로 남에게 한바탕 말하고 나면 뱃가죽 안과 상자 속에는 한 가지 물건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중략… 요즈음 와서 점검해보니 모두가 輕淺(가볍고 얕음) 두 글자가 빌미가 된 결과다. 이것은 덕을 숨기고 수양하는 공부에 크게 해로운 데 그치지 않는다. 비록 주장이 현란하고 글솜씨가 화려하다고 해도 차차로 천박하고 값싸져서 남에게 존중을 받지 못하게 된다. 지금 선생의 말씀을 읽고 보니 느끼는 바가 한결 크다."

 

내 묘비명에는 뭐라고 쓸까?
자만시(自輓詩)란 자시의 죽음을 스스로 애도하는 시요,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란 자신의 무덤에 스스로 쓴 묘지명이다. 19세기 이양연이란 시인이 남긴 <내가 죽어서自輓>는 퍽 인상적이다. 一生愁中過 한평생 시름속에서 살아오느라 / 明月看不足 맑은 달은 봐도봐도 부족했네 / 萬年長相對 이제부턴 만년토록 마주 볼테니 / 此行未爲惡 무덤 가는 이길도 나쁘지 않군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고 써놓았다.
좋은 작품을 보면 감상을 기록
좋은 작품을 구하면 입수경위, 예술가에 대한 견문 그리고 감상을 기록하는 것이 안목있는 선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서화작품에 덧붙인 이러한 글을 제발題跋이라고 한다. 제발은 그림에 대한 지식을 담는 차원을 넘어 예술적 품위를 한껏 발휘하는 문예작품으로 승화한 경우가 많다.
책에서 옛 성현을 만나다
옛글을 읽어 옛사람을 만나는 의미를 이렇게 인상적으로 표현한 글은 드물다. 가을비 내리고 낙엽지는 아침 또는 큰 눈이 내리는 밤에 대숲을 향해 난 창가에 앉아 쓸쓸하고 무료한 시간에 손에 잡히는 대로 한 구절씩 뽑아 읽으면 거기에는 벗을 삼고 싶은 옛사람이 있고 본보기로 삼을 행위와 격언이 있다. 굳이 문을 벗어나지 않아도 사귀고 싶은 인간이 많다. 그들과 더불어 노니는 즐거움, 그것은 현세의 장삼이사를 만나 억지로 비위 맞추느라 웃는 얼굴을 꾸미는 괴로움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끊임없이 읽고 기록하라
독서론이 풍부하게 나온 것은 선비들의 삶에서 독서가 그만큼 큰 의미가 있어서다. 이들에게 책이란 경건하게 다루어야 할 대상이고, 독서는 경건하고도 신비스런 체험이었다. 그렇게에 독서문화에는 과거 선비의 삶이 응축돼 있다. 항해는 그가 만일 대저택을 소유하게 되면 독서를 가장 먼저 할 일로 꼽았다.
*실전에 필요한 독서법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 책을 선택할 때 실패할 것을 두려워 말라 /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도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의외의 발견을 할 지도 모른다 / 속독법을 몸에 읽혀라 / 책을 읽는 도중에 적바림(메모)하지 말라 /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 내용이 의심스러운 것은 끊임없이 의심하라 /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표시하라 /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여하튼 젊을 때 많이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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