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만물의 근본이며(콘체르토,Concerto), 때론 단순하고(에튀드,Etude), 직관적(즉흥곡,Impromptu)이다. 한편으론 수학은 즐겁고(디베르티멘토, Divertimento), 아름다우며(왈츠,Waltz), 진화한다(랩소디,Rhapsody). 그래서 수학은 조화롭기까지 하다.(심포니, Symphony)" 수학콘서트의 저자 박경미씨가 내세우는 수학론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을 싫어할 것이다. 글쓴이 역시 고교 시절 수학을 게을리 하는 바람에 졸업식 때 웃음짓지 못했던 기억이 가슴아프게 남아 있다. 고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지나도록 수학문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대수론이니, 미적분이니, 기하학이니 하는 따위를 몰라도 지금껏 생활하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었다. 사실 학교에 다닐 때도 이 골치아픈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내 생각엔 내가 아주 돌머리였다고 생각진 않는데도 말이다. 물론 내가 대학 때 이공계를 전공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우리 애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수학문제를 다시 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지 않는 바람에 수학문제는 고스란히 아빠의 몫이었다. 큰 애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돼 수학문제를 내가 풀어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느낄 즈음 우연히 이 책을 손에 넣게 됐다. 필자 역시 고교에 진학하면서 수학과 사이가 멀어졌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아이에게 수학에 대한 재미를 붙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보라는 아들녀석은 안보고 필자가 재미있게 읽었다. 필자가 어릴 때 수학은 싫어했지만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 수학사전이라는 두꺼운 책이 있었는데 문제는 안풀고 거기에 한 쪽 귀퉁이에 나온 수학자들의 이런저런 일화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옛 기억을 살리며 한 두쪽 넘겨 읽기 시작한 것이 손을 떼지 못하고 끝까지 모두 읽었다.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가 고1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수학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을까.
저자 박경미는 수학을 몰라도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푸념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예로 들어 수학의 유용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여주인공이 사인과 코사인을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남자 주인공은 체계적인 사고방식을 익히기 위해 필요하다고 답한다."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수학의 구체적인 내용을 활용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내용을 배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신 능력'이 길러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자신이 세운 아카데미아의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을 내건 플라톤은 수학자는 아니었지만 '국가'에서 인간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수학을 현실에서 유용하게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학이 영혼을 진리와 빛으로 이끌어 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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