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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애들이 망가져야 정신차릴까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07. 5.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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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얼마나 더 애들이 망가져야 정신차릴까

[왜냐면]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 중독성에 방치된 아이들
김성천/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지난 4월 28일 공표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산업진흥을 위해 아동과 청소년들을 사실상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 중독성에 방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의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 중독성으로 인해 아동 청소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인들도 고통을 당하고 있는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문제들을 철저히 외면한 채 업계의 이익과 산업육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게임산업진흥법안 제16조에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설치 목적을 “게임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그러한 설치 목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순된 내용과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칙 제5조를 보면 그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및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은 게임물은 이 법 제21조 제2항 제1호의 개정규정에 의한 전체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은 것으로 본다”는 부칙 제5조는 철저히 청소년의 이익과 보호의 관점에 반하는 독소 조항이다.

 

12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는 PK(player killing)가 존재하며, 선혈이 낭자하고, 전투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심지어 리니지도 15세 이용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12세와 15세 이용가 게임이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지 못한 이유는 PK시 경험치 손실이나 아이템 드롭 등이 존재하여 게이머의 상실감을 유발시키고, 폭력적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템 구입 및 거래 없이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렇게 게임에 중독되고 아이템 현금을 거래하도록, 폭력을 증폭시키도록 설계된 온라인 게임이 12세와 15세에 상당히 많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12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 등급 분류를 받은 게임을 은근슬쩍 전체 이용가로 재분류하는 그 작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리니지와 같은 게임들을 유치원생이 이용하도록 국회와 정부가 인증해주고 합법화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등급위원 구성을 문광부 장관이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주로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볼 때, 사실상 등급 기관이 업계의 경제적 이익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로서는 게임 중독과 선정성 및 폭력성의 바람을 고스란히 아동과 청소년들이 맞아야 한다.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해서 업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결국 게임 등급을 통해 자기 연령에 맞는 게임을 아동 및 청소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학부형이 지도하고, 아동 과 청소년이 자기 통제와 절제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적 보호 장치의 전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안전장치를 사실상 제거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물론, 많은 아동 및 청소년들이 이러한 등급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고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등급 서비스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게임업계가 그토록 원하던 방식으로 가는 것은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안 맨다고 자동차의 안전벨트를 안 만드는 것과 똑같다. 물론, 게임사들은 자율적인 등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법의 부칙 제5조를 즉각 삭제하고, 등급위원회 구성시 최소한 50% 이상은 등급기구 설치 취지에 맞게 산업 육성이 아닌 청소년 보호의 가치를 중시하는 학부모, 교원, 비영리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달리는 자동차에 액설레이터와 함께 브레이크가 필요하듯, 산업진흥뿐만 아니라 청소년 보호의 가치가 필요하다. 온라인 게임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미칠 그 영향을 자본의 관점이 아닌 부모와 시민의 관점에서 바로 볼 수 있는 등급위 구성이 요구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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