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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세대 진보·보수 대립구도 떠났다”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07. 5. 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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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세대 진보·보수 대립구도 떠났다”

 


“NL(민족해방)은 농경적 신체,PD(민중민주)는 기계적 신체의 이데올로기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민주화 20년’ 진단은 상당히 독특하다.

진 교수는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20년을 특집으로 다룬 계간 ‘사회비평’ 여름호에서 ‘신체의 지질학’이라는 글을 통해 20년간의 구조변동을 한국인의 사회적 신체변화로 분석해냈다.

진 교수는 “급격한 지각의 변동이 지질학적 지층에 고스란히 기록되듯이, 급격한 사회의 변동 역시 한국인의 사회적 신체 안에 고스란히 충적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 “온갖 디지털기기와 결합되어 있는 한국의 젊은 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사이보그화한 신체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농경적신체(NL)는 민족주의 우선

그는 “NL,PD 등 운동권의 두 기둥은 한국사회가 거쳐온 두개의 발전단계, 그 과정에서 형성된 두개의 신체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NL은 산업화 과정에서 몰락한 농민들의 좌절감, 농촌지역의 소외감, 농민계급의 위기감 등을 ‘미제(美帝)’에 대항하는 민족주의로 승화시킨 ‘농경적 신체’의 이데올로기이다.80년대 운동권에서 NL이 주류로 떠오른 것은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도 여전히 한국인들 신체가 농경문화에 젖어있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산업적신체(PD)는 논리·원칙 중시

다른 한쪽 기둥인 PD는 70∼80년대에 이루어진 산업화의 정서를 대변하는 ‘기계적 신체’의 이데올로기이다. 진 교수는 “NL이 인간을 믿는다면,PD는 텍스트(문자)를 믿는다.”면서 “PD에게는 품성보다는 논리가 중요하고, 의리보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NL과 PD의 대립을 두개의 다른 이념의 대립이 아닌, 두개의 다른 신체의 대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진 교수는 87년의 정치적 체험공간은 농경적 신체를 지닌 NL과 산업적 신체를 지닌 PD가 공동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례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화신체는 노동이 오락화

그럼 2007년 우리의 신체는?

진 교수는 “IT분야에서 선두권에 속하는 한국은 이미 정보사회로 진입을 완료했다.”면서 “정보가 재화가 되고, 소비가 기호화하고, 생산이 정신화하고, 노동이 오락화하는 사회는 당연히 이전까지와는 다른 신체를 요구하게 된다.”며 ‘정보적 신체’의 등장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보적 신체를 가진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집단의 미래가 아니라, 자기 개인의 발 앞에 닥친 현실”이라면서 “텍스트 세대의 눈에는 ‘보수화’로 보일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는 이미 진보나 보수의 ‘이항대립’ 구조를 떠났다.”고 진단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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