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니스커트 열풍은 왜 식지 않는가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07. 5. 19. 21:35

본문

미니스커트 열풍은 왜 식지 않는가

"불황 때 유행한다" 는 속설은 틀린 말
 관능미 과시는 여성의 영원한 욕구
<이 기사는 Weekly Chosun [1956호] 에 게재되었습니다>
 

‘익숙함’과 ‘낯섦’이라는 감정이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닌가.

세상살이가 바빠지는 만큼 빠르게 낯설어지고 익숙해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익숙해진 듯하나 어딘지 모르게 낯선 것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잘 모를 수도 있으나 윤복희 하면 떠오르는 것. 1967년 가수 윤복희가 김포공항에서 국내에 첫선을 보인 ‘미니스커트’가 바로 그것이다.

미니스커트의 미니(mini)는 ‘극소’라는 뜻인 미니멈(minimum)의 약자로, 이는 최소 표현주의라는 미니멀리즘의 ‘단순성과 최소성’을 가장 잘 표현한 예이다.

디자이너 자크 델라에이(Jacques Delahays)에 의해 미니스커트가 첫선을 보였을 때는 시대의 흐름에 앞선 충격적 디자인으로 인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1965년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퀀트(Mary Quant)와 조안 위르(Joan Huir)의 첫 컬렉션에서 선보인 미니스커트는 젊음과 역동감 있는 모드로 여성들의 애호를 받기 시작했다. 이어 프랑스 디자이너 앙드레 쿠레주()는 ‘다리를 길게 늘리자’라는 슬로건으로 건축적 모드의 미니스커트를 발표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에 의해 스커트의 길이는 파격적으로 짧아졌다. 1960년대 초만 해도 25인치였던 길이는 1966년 들어서 18인치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이 무릎 위 허벅지를 드러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메리 퀀트는 “아름다움은 자랑스럽게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보수와 도덕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단숨에 전 세계를 강타했고 앙드레 쿠레주에 이르러선 대중 패션의 하나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후 미니스커트에 사람들이 다소 시들해질 무렵 ‘미디스커트’ 그리고 ‘맥시스커트’가 잠시 주목받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에 이어 미니스커트는 여전히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부활하고 있다.

그러면 여성들은 왜 유독 이렇게 미니스커트에 열광하는 것인가.

사실 미니스커트 하면 경제와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경제학자 마브리(Mabry)는 “1960년대 호황시대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했고 오일쇼크이던 1970년대에는 긴 스커트가 유행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폴 H 니스트롬 교수는 1910년대 패션 연구 결과, 호황일수록 여성의 스커트 길이가 길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 미니스커트의 출현 이후 현재까지의 추이를 보면 사회경제적 상황과 미니스커트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한국의 1990년대 IMF시절에도 미니스커트는 여전히 인기를 끌었으며 경제 침체기에 있던 2000년대 초 일본에서는 오히려 초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있지 않았던가.

장기간에 걸친 미니스커트 유행은 오히려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패션의 발생 원인은 심리학적 측면에서 남을 따라하고픈 인간의 동조적(conformity) 욕구와 남들과 다르고 싶은 개성적(originality) 욕구의 상반된 심리 공존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대 패션을 창출하는 디자인의 구성요소는 이러한 상반된 인간 심리에 의해 형성되는 대중의 변화하는 ‘의식’을 좇아간다. 이는 편리성·관능성·과시성·경제성 측면으로 설명될 수 있다. 편리성의 측면에서 미니스커트는 간편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 여성들에게 어떤 패션 아이템으로도 크로스 코디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티셔츠에 운동화는 캐주얼한 이미지를, 재킷에 하이힐은 준정장으로 간편하게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다.

또한 관능성 측면에서 미니스커트는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 트렌드에 아주 적합하다. 건강미에 중점을 두며 자신을 몸짱으로 가꾸어가는 여성들에게 미니스커트는 관능미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를 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로 과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미니스커트는 굳이 명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다져진 인체를 돋보이고자 하는 과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안성맞춤이다.

또한 굳이 다져진 몸매가 아니더라도 미니스커트는 히프에 포인트가 주어짐으로써 넓적 다리에 시선이 집중되게 한다. 이럴 경우 오히려 굵은 다리를 시각적으로 길어 보이게 하는 착시현상을 유도한다. 여성들이 자신에 대해 착각할 수 있게 하는 ‘행복 아이템’이 된다는 말이다.


미니스커트는 또 싫증난 올드 패션을 쉽게 바꿔서 변신시킬 수 있다는 경제적 장점도 갖는다. 오래된 긴 치마를 싹둑 잘라서 미니스커트로 바꿔 입는다는 말이다. 업계 입장에서 볼 땐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한 장점이다. 또 레깅스, 롱부츠 등 연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미니스커트가 현대 패션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본다.

현대 여성에게 패션은 자신이 입은 무엇이 아니라 ‘자기 자신 그 자체’다. 자신이 소유하고 입은 것으로 그 사람이 인식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자신을 가꾸는 것에 대한 여성의 생각이 달라진 만큼 패션은 자신을 드러내는 창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요즈음에는 단지 사회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전 세계 유행에 따라 트렌드가 전개되고 그 안에서 나라별·개인별로 개성을 찾는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현대 여성에게 감추는 것은 더 이상 세련된 것이 아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자신의 만족을 중시하며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복합적 측면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니스커트는 단순한 스커트이기 전에 여성의 심리 그 자체라고 본다. 늘 새롭게 보이고 싶어하기에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이 작은 옷 한 장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채금석 숙명여대 교수ㆍ의류학]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