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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병으로 마셔야 제맛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07. 6. 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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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병으로 마셔야 싸고 제맛
손님이 들썩이는 집들이나 집안 잔치엔 으레 페트(PET) 맥주가 등장한다. 용량도 많고 병보다 값이 싸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트 맥주=알뜰한 소비'는 사실이 아니다. 맥주업체의 "페트가 병보다 싸다"는 세뇌성 홍보전략에 말려든 결과다.

간단한 계산만 하면 답은 명쾌해진다. 우선 각 제품(하이트맥주, 오비맥주)의 용량별로 할인점 가격을 비교해보자. 병은 500㎖ 1,090원, 640㎖ 1,350원이고, 페트(1,600㎖)는 3,450원이다.

각각을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500㎖는 2.18원, 640㎖는 2.10원, 페트는 2.15원이다. 640㎖가 페트보다 ㎖당 0.05원 싸다. 출고가를 따져봐도 큰 병(640㎖)이 페트보다 ㎖당 0.144원 싸다. 페트 하나보다 큰 병 두개를 사는 게 싼 셈이다.

작은 병(500㎖)을 사 마시면 페트보다 손해가 아니냐는 반문이 이어질 수 있다. 수치상으론 페트보다 작은 병이 ㎖당 0.03원 비싸지만 한가지 간과한 게 있다. 바로 빈병 값이다.

페트는 1회용이라 재활용이 되지 않지만 병은 마신 뒤에 슈퍼 등에 갖다 주면 40원을 환불 받을 수 있다. 빈병 환불 값을 병 맥주 가격에서 빼면 작은 병은 ㎖당 2.1원, 큰 병은 2.04원이 돼 페트보다 각각 0.05원, 0.11원이 싸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구나 페트 용량에 맞게 병 맥주를 사려면 작은 병은 3병, 큰 병은 2병 이상을 사야 하기 때문에 빈병 값을 고려하면 병이 훨씬 저렴하다.

병 맥주는 값만 싼 게 아니다. 맛도 페트보다 좋다. 병은 완전밀폐가 돼 맥주의 주요 성분인 탄산이 빠질 염려가 적지만 페트는 3개월마다 탄산이 10%씩 빠진다는 게 맥주업계의 설명이다. 하나 더 덧붙이면 페트는 환경호르몬의 위험도 안고 있다.

맥주업계 입장에서도 페트는 계륵(鷄肋)이다. 빈병은 5~10회 재활용할 수 있지만 페트는 비싸기만 하고 다시 쓸 수도 없어 수익이 낮다.

그런데도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2003년 11월 거의 동시에 페트를 내놓은 건 마켓쉐어(시장점유율) 관리 차원이다. 즉, 다양한 상품을 갖춰야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페트 맥주의 전체 맥주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이다.

어쨌든 이제 알뜰한 소비자라면 좀 무겁고 번거롭더라도 병 맥주를 사 마시는 게 맞다.
<한국일보 200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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