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하네요. 이맘 때는 초가을이라고 해도 되나요? 더위가 지나가길 비는 마음으로 가을 이야기 좀 할게요.
'건들'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문화어(북한 표준말) 부사로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모양"을 뜻합니다.
거의 같은 뜻의 표준말은 '건들건들'입니다.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살랑 부는 모양"이죠.
거기서 온 '건들거리다'는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살랑 불다"는 뜻입니다.
건들, 건들건들, 건들거리다가 어떤 뜻인지 쉽게 아시겠죠?
이러한 낱말에서 온,
'건들바람'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요즘같은 첫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을 이르는 말로,
건들바람에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돈다처럼 씁니다.
'건들팔월'도 있습니다.
8월은 건들바람처럼 어느덧 획 지나간다는 뜻으로 일컫는 말이죠.
건들칠월도 뜻이 비슷한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정칠월을 표준어로 삼았습니다.
어정어정하는 사이에 7월이 획 지나가 버린다는 뜻이겠죠.
'어정칠월 동동팔월'이라는 익은말(속담)도 있습니다.
농가에서 칠월 달은 어정어정하는 사이에 지나고,
팔월 달은 가을걷이 때문에 동동거리는 사이에 지나간다는 말입니다.
또 요즘처럼 첫가을에 비가 내리다가는 금방 개고 또 비가 내리다가는 다시 개고 하는 비(장마)는 '건들장마'라고 하지요.
※비의 종류
안개비 - 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
는개 - 안개처럼 보이면서 이슬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 무우(霧雨). 연우(煙雨).
이슬비 -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보다 가는 비.
보슬비 - 알갱이가 보슬보슬 끊어지며 내리는 비.
부슬비 - 보슬비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
가루비 -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잔비 -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
실비 - 실처럼 가늘게,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비.
가랑비 - (이슬비보다는 좀 굵은) 가늘게 내리는 비. 세우(細雨).
싸락비 - 싸래기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날비 - 놋날(돗자리를 칠 때 날실로 쓰는 노끈)처럼 가늘게 비끼며 내리는 비.
발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작달비 -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
장대비 - 장대처럼 굵은 빗줄기로 세차게 쏟아지는 비.
주룩비 - 주룩주룩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
달구비 - 달구(땅을 다지는 데 쓰이는 쇳덩이나 둥근 나무 토막)로 짓누르듯 거세게 내리는 비.
채찍비 - 굵고 세차게 내리치는 비.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소나기(지나가는비) - 갑자기 세차게 내리다가 곧 그치는 비.
먼지잼 - 먼지나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
개부심 - 장마로 큰물이 난 뒤, 한동안 멎었다가 다시 비가 내려 명개를 부시어 냄, 또는 그 비.
*명개 - 갯가나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보드라운 흙.
바람비 - 바람이 불면서 내리는 비.
도둑비 -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
누리 - 우박. 궂은비 - 오래 오래 오는 비.
찬비 - 차가운 비.
밤비 - 밤에 내리는 비.
악수 -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억수 -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웃비 - 비가 다 그치지는 않고, 한창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
해비 - 한쪽에서 해가 비치면서 내리는 비.
꿀비 -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비.
단비 - 꼭 필요할 때에 알맞게 내리는 비.
목비 -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
모종비 - 모종하기에 알맞게 때맞추어 내리는 비
못비 - 모를 다 낼 만큼 흡족하게 오는 비.
약비 - 요긴한 때에 내리는 비.
복비 - 복된 비.
바람비 - 바람이 불면서 내리는 비.
모다깃비 - 뭇매를 치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우레비 - 우레가 치면서 내리는 비.
이른비 - 철 이르게 내리는 비.
늦은비 - 철 늦게 내리는 비.
마른비 -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리는 비.
봄비 - 봄에 내리는 비.
*일비 - 봄비. 봄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비가 와도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
여름비 - 여름에 내리 비.
*잠비 - 여름비. 여름에는 바쁜 일이 없어 비가 오면 낮잠을 자기 좋다는 뜻으로 쓰는 말.
가을비 - 가을에 내리는 비.
겨울비 - 겨울에 내리는 비.
큰비 - 홍수를 일으킬 만큼 많이 내리는 비.
오란비 - 장마의 옛말.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내리다가 개고, 또 내리다가 개곤 하는 장마.
보름치 - 음력 보름께 비나 눈이 오는 날씨.
그믐치 - 음력 그믐께에 비나 눈이 옴, 또는 그 비나 눈.
▶ 농사와 관련된 비
- 꿀비, 단비, 감우(甘雨), 호우(好雨), 희우(喜雨), 맥우(麥雨), 모종비, 목비, 못비, 복비, 약비, 자우(慈雨), 택우(澤雨).
▶ 굵기나 세기와 관련된 비
- 가는비, 가랑비[絲雨·細雨], 누리, 는개, 맹우(猛雨), 발비, 보슬비[微雨], 부슬비, 실비, 안개비, 이슬비, 작달비, 장대비, 질우(疾雨), 채찍비.
▶ 양이나 시간과 관련된 비
- 개부심, 궂은비, 그믐치, 모우(暮雨), 밤비[夜雨], 보름치, 소나기[驟雨·白雨], 소우(小雨), 억수, 억수장마, 여우비, 웃비, 장마[霖雨], 조우(朝雨), 큰비, 대우(大雨), 폭우(暴雨), 해비, 호우(豪雨).
▶ 계절에 따른 비
- 가을비[秋雨], 가을장마, 건들장마, 겨울비[冬雨], 늦장마, 매우(梅雨), 봄비[春雨], 시우(時雨), 하우(夏雨).
▶ 기타
- 바람비, 산우(山雨), 소우(疏雨), 우레비[雷雨], 음우(陰雨), 찬비[寒雨], 취우(翠雨).
선글라스 (0) | 2007.09.03 |
---|---|
도우미/지킴이 (0) | 2007.08.31 |
밀월/은막/각광 (0) | 2007.08.27 |
새롱대다/강동거리다 (0) | 2007.08.25 |
말머리아이 (0) | 2007.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