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중독증 몸 만들려다 몸 망친다 | ||
외모지상주의.몸짱 열풍 속 욕심 앞선 과도한 운동 생리불순.근육파열 부를수도 내몸이 원하는 만큼해야 보약
전 국민이 ‘운동 열풍’에 휩싸였다. 짧게는 5㎞에서 길게는 42.195㎞ 풀코스를 달리는 마라톤대회는 참가자가 넘쳐난다. 밤거리 곳곳에선 땀내 진동하는 피트니스센터가 환히 불을 밝히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06년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4.1%가 주 2회 이상 체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더욱 많은 사람이 체육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오히려 운동 안 하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지경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소득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점점 커진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이왕이면 멋진 몸까지 만들어보자’는 소위 ‘몸짱’ 신드롬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수년 전 일부 연예인 사이에서 불어닥친 몸만들기 열풍이 일반인에까지 파급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여기에 신세대들의 과감한 자신 드러내기와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맞물려 이제는 좋은 체격을 가꾸고 유지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더욱 돋보이도록 가꾸는 것은 당당한 일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운동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몰입한 나머지 되레 몸을 상하거나 사회생활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동네에서 운동광, 찜질광으로 통하는 40대 중반의 전업주부 박모(서울 시흥동) 씨. 3년 전 집 앞에 들어선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박씨는 하루 6시간 이곳에서 보낸다. 매일 3시간씩 사이클과 달리기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찜질을 한다. 이처럼 철저히 건강관리를 해왔던 그가 최근 사이클 머신을 타던 도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앰뷸런스에 실려간 그가 이튿날 얼굴 한 편이 시퍼렇게 멍든 채 피트니스센터에 나타나 평소처럼 운동을 했다는 것.
회사원 김모(27) 씨는 여느 여성처럼 몸매관리에 신경을 쓰는 미혼여성이다.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한다. 그런데 6개월 전부터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더니 최근에는 아예 중단됐다. 김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는 뜻밖이었다. 단순한 생리불순으로 여겼던 증상은 6개월 전부터 시작한 운동이 원인이었다. 김씨는 뇌 속의 호르몬 분비를 통제하는 시상하부가 운동량이 많아지면서 기능 장애를 일으켰다는 전문의의 진단과 함께 운동을 자제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스포츠맨을 자처하는 자영업자 김모(40) 씨는 허리 통증이 심해 한 스포츠클리닉을 찾았다. 운동처방사가 권한 허리 강화 운동은 힘들어 못하겠다고 엄살을 부리더니 “내일 골프 치러 가야 되는데…”라며 혼잣말을 되뇐다. 허리가 아무리 아프더라도 골프 라운딩 약속만큼은 취소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형적인 운동중독증 사례들이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는 “한계를 넘어 아파도 참고 운동을 지속하다 근육이 파열되거나 골격질환을 얻어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최근 많이 접하게 된다”며 “이는 운동의 빈도 및 강도, 시간, 운동 종류, 즐거움 등 자신에게 맞춰야 할 요소를 무시하고 무턱대고 운동에 매달렸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최근 웰빙과 몸짱 열풍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개인적 혹은 동호회를 통해 운동을 즐기고 있지만 지나칠 경우 자칫 운동중독증이나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신체능력 범위에서 즐거운 마음을 갖고 운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운동중독증은 질병이 아닌 일종의 증상인 까닭에 당사자의 자각 없이는 판정을 내리기 어렵다. 운동중독은 마치 알콜중독자처럼 중독 사실을 부인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운동증독증이라는 것을 인정한 뒤 신체적.심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중독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전문 운동처방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축구선수 이천수, 김도균 씨와 씨름 천하장사 이태현 씨 등 직업 운동선수를 관리한 적이 있는 송성일(30)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운동처방사는 “몸이 재산인 선수들은 조금만 안 좋은 신호가 나타나면 즉각 처방사에게 알려온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몸에 통증과 같은 전조 증세가 와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시하기 일쑤라 적절한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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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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