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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의 소설속 수학이야기

또다른공간-------/생활속의과학

by 자청비 2008. 3. 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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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속 수학이야기](42)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들

 

[경향신문 2007년 11월 13일]

 

-수학으로 사건 설명·배경 묘사-

우울과 몽상, 그리고 추리소설과 심리적 공포소설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en Poe, 1809~49)는 “검은 고양이”나 “에셔 가의 몰락” 등의 공포 추리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1809년 1월19일 보스턴에서 연극배우를 하는 부모의 아들로 태어나 세 살이 되어 고아가 될 때까지 초라한 분장실에서 살았다. 그후 영국 리치먼드의 앨런 부부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양부와의 관계는 늘 나빴다. 1826년에는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하지만 궁핍한 생활로 술과 도박에 빠졌으며, 10개월 만에 대학을 그만둔다. 그 당시 그의 성적은 최상위권이었다고 한다.

가난과 술, 도박, 마약에 빠지기도 하는 등 그리 평화로운 인생을 살지 못했던 포의 작품에는 우울과 몽상적인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공포와 두려움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그는 1849년 10월 볼티모어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쓰러져 있는 채로 발견되고, 워싱턴 병원에서 불과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시, 소설 등에서 여러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60편 가까운 작품을 남겼다. 그의 단편소설 중 추리소설은 대단히 논리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의 수학적 사고가 잘 드러나 있다.

포의 소설에는 수학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추리소설의 성격상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밖에 없겠지만, 상황 설명을 수학을 이용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유명한 추리소설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뒤팽은 살인 사건의 현장을 설명하면서 “못의 4분의 1 정도와 못 머리가 빠져나왔네.” “덧문은 폭이 1m는 족히 되네.” “다시 말해서, 벽으로부터 직각으로 떨어져 있었네.”와 같이 수학을 이용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표현은 그의 소설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황금풍뎅이’에서 설리번 섬을 “섬 전체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길이는 5㎞ 정도이다. 섬의 폭은 어느 지점에서도 약 400m를 넘지 않는다”와 같이 설명하고 있으며, ‘아른하임의 영토’에서는 “물웅덩이의 지름은 200미터 정도이고” “언덕의 사면은 물가에서 약 45도 각도로 기울어 있었고”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수학을 이용하여 표현한다면 장면을 정확하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이 명확해진다. 수와 기호를 사용하는 것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아른하임의 영토’에서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엘리슨은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았다. 100년 전쯤 살았던 엘리슨이라는 사람이 100년 후에 존재할 엘리슨이라는 이름의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그의 전 재산을 상속받도록 유언했기 때문이다. 그가 받은 재산은 4억5000만 달러이다. 포는 계속해서 “이자를 계산해보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킬 따름이었다. 3%씩만 받더라도 매년 상속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1350만달러나 되었다. 이는 한 달에 112만5000달러, 하루에 3만6986달러, 한 시간에 1541달러, 일 분에 26달러인 셈이었다.”라고 계산해 놓았다. 여러분도 한 번 계산해 보라. 그런데 우리나라 실정에서 좀더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자. 우선 상속받으려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상속되는 액수의 50%를 상속세로 납부해야 한다고 하자. 은행의 연이율은 5%로 계산하고, 환율은 1달러가 900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4억5000만달러를 상속받아 세금을 내고 난 다음 은행에 예금했을 때 이자가 한 달에 얼마가 되는지를 계산해 보라. 8억4000만원 정도가 되니, 이자만 가지고도 매달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격이 아닌가? 정말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포는 수학의 기호나 용어, 수식을 단편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추리소설인 ‘도둑맞은 편지’에서 뒤팽은 “수학은 형식과 수량의 과학이네. 수학적 추리는 형식과 수량에 대한 관찰에 적용된 논리에 지나지 않네. 순수 대수학이라고 부르는 것의 진리를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진리로 생각하는 데에 가장 큰 오류가 있네”라고 말하면서 그 한 예로 ‘부분들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것은 수학의 진리이지만 윤리학이나 과학에서는 진리가 아니며, 이와 같이 형식과 수량의 관계 내에서만 진리인 수학적 진리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수학은 현실 세계에서 추상화되고 이상화된 개념을 다룬다. 그러므로 수학적 대상은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 우리는 ‘직선’을 말하고 직선을 그리지만, 우리가 그린 직선은 엄밀한 의미로 직선은 아니다. 직선은 우리의 머리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학을 현실에 적용할 때 추상화되고 이상화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마 뒤팽은 그런 수학자를 만나보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요즘 수학자들은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심지어 형식과 수량의 관계에서만 진리라는 수학적 진리조차 항상 참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라카토스라는 사람은 수학적 지식은 잠정적으로 참으로 인정되는 추측에 불과하며 언젠가는 거짓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에드가 앨런 포는 수학의 장점과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이를 그의 작품 세계에서 훌륭하게 살려내는 소설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료제공|김정하·인천 건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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