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의 유연성을 키워라
선수단을 이끌고 일본에 자주 훈련을 가다보니 그곳 실업팀이나 중·고교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실업선수들도 유연성을 길러주는 기초훈련에 꽤나 열심이라는 사실이다.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걸음마다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올리는 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고 때까지는 이런 기초훈련을 열심히 하지만 대학생이 되거나 실업선수가 되면 대부분 신경을 안 쓴다.
그래서 일본의 한 실업팀 감독에게 그런 기초훈련을 열심히 하는 이유를 물었다. 우문현답이라고 해야 할까. “일본 선수들은 선수생활이 끝날 때까지 유연성을 길러주는 훈련을 실시한다”는 게 그 감독의 대답이었다. 맞는 말이다. 마라톤에서는 평소 유연성. 특히 고관절을 유연하게 해주는 훈련이 필요하다. 고관절은 골반(허리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깔때기 모양의 골격)과 대퇴골(엉덩이뼈)을 관절로 엉덩이 아래의 하체와 상체를 연결해주는 부위다. 고관절이 유연해지면 달릴 때 자연히 무릎이 올라가고 보폭이 늘어나게 된다. 당연히 스피드 유지에도 좋고 부상 방지에도 큰 효과가 있다.
반대로 고관절의 유연성이 좋지 않으면 달리는 자세가 부자연스러워 오랫동안 뛸 수 없다. 하체는 하체대로 놀고 상체는 상체대로 노는 식으로 힘의 분배가 안돼 체력과 스피드에 모두 부담이 되는 것이다. 20㎞까지는 잘 달리다가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다면 고관절 문제를 의심해볼 수 있다. 따라서 마라톤 마니아라면 평소 고관절의 유연성을 키워주는 운동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고관절 유연성 운동(체조)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앞으로 걸으면서 다리를 감아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 올려주는 동작을 좌우로 번갈아 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또 무릎을 앞으로 쭉 뻗은 뒤 발을 하늘로 올려주는 동작을 좌우로 번갈아 하는 방법도 있다. 두 동작 모두 50m씩 정해 놓고 반복적으로 실시해 준다. 또 허들이나 기둥을 잡고 다리를 좌우와 앞뒤로 흔드는 훈련을 병행하면 더욱 좋다.
삼성전자 육상단에서도 고관절 유연성과 기초 체력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사이에 스피드가 많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의 경우 직장생활을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관절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은 고관절이 굳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스포츠서울 : 오인환 삼성전자육상단 마라톤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