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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

마감된 자료-------/성제훈의우리말

by 자청비 2008. 4. 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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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래나 맞춰보자!"
"예? 가래를 맞춰요?"
"니하고 오랜만에 같이 일하게 됐응깨, 일 시작하기 전에 손 맞추듯이 삽을 맞춰야 안 쓰것냐."

지난 주말에 어머니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마치고 고향을 떠나왔기 때문에 농사일을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고향에 가서 아버지 산소에 나무 몇 그루 심고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와 함께 고추밭을 좀 일궜거든요.
그때 어머니가 일 시작 전에 저와 손을 맞추고자 가래를 맞추자고 하신 거였습니다. ^^*
제가 농업기계를 전공했는데도 저희 집에는 농기계가 단 한 대도 없습니다.
그 흔한 트랙터나 경운기 한 대도 없습니다.
어머니 혼자 계시다 보니 농사일 하는 도구는 오로지 삽과 호미뿐입니다. ^^*
그 삽으로 며칠 전에 고추 심을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삽과 비슷한 가래라는 게 있습니다.
삽은 아실 것이고, 가래는 삽보다 조금 깁니다.
여기까지가 기초 공부입니다. ^^*

'헹가래'라는 말 아시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자꾸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일. 또는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일."로
기쁘고 좋은 일이 있는 사람을 축하하거나 잘못이 있는 사람을 벌줄 때 하는 겁니다.
헹가래를 치다, 헹가래를 올리다처럼 씁니다.

이 헹가래가 실은 가래를 맞추는 데서 나왔습니다.
농사일 할 때 가래를 많이 쓰는데 본격적인 일에 앞서 실수를 막고자 미리 손을 맞춰보는 것을 '헛가래질'이라고 합니다. 이 '헛가래'가 '헌가래', '헨가래'를 거쳐 지금의 '헹가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쓰는 말에는 농업에서 온 게 무척 많습니다.
20년쯤 전부터 정보화사회라고 하고,
그전 200년쯤 전부터 산업화사회라고 하고,
그 이전부터 수천 년이 농경사회였으니 농업에 우리 선조의 넋과 문화가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농사짓는 제가 이렇게 우리 글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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