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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단위 사용

또다른공간-------/생활속의과학

by 자청비 2008. 5. 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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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수학이야기](7)국제단위 사용

 

 

<경향신문>

 

ㆍ집 가격은 왜 3.3㎡가 기준일까 ?

요즘 신문을 보면 “광주의 신규분양 아파트는 3.3㎡당 700만~800만원 정도 하지만 기존 주택은 3.3㎡당 300만~400만원짜리가 수두룩하다”거나 “뚝섬의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4598원을 기록했다”와 같이 3.3㎡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표현은 작년 7월부터 정부가 국제단위를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시켰고 이를 어길 경우 벌금형에 처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국제단위를 사용하도록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가 아파트나 땅의 넓이를 말할 때 사용하는 ‘평’이나 금의 무게를 잴 때 사용하는 ‘돈’과 같은 단위는 우리의 전통 단위가 아니라 일본에서 사용하는 단위라는 것이다.

둘째, 잘못된 계량 단위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그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토지 한 평은 3.3㎡이지만 유리 한 평은 0.09㎡이며 소고기 한 근은 600g, 과일 한 근은 400g, 과자 한 근은 150g이다. 이렇게 평이나 근이 상황에 다라 다르게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상황에 따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볼 정도는 아니고 다만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일상화되는 국제 관계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단위란 것은 나 혼자일 때는 내 신체의 일부인 손바닥이나 발바닥 등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사회가 커지면 서로의 의사소통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합의된 단위가 필요하게 되고 그래서 자나 평, 근과 같은 단위를 약속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 사회가 더 커져서 국제화되면 국제적으로 합의된 단위인 미터법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혹 나중에 우주인과 무역이 이루어지게 되면 우주적인 단위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국제단위를 사용하지 않는 선진국은 미국인데, 미국에서는 마일(1마일은 약 1609), 야드(1야드는 약 91.4㎝), 파운드(1 파운드는 약 453) 등 구식 단위를 고집스럽게 사용해 왔다. 그러나 1999년에 1억2500만달러가 투입된 NASA의 무인 화성기후궤도탐사선이 화성에 도착한 직후 폭발해 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폭발의 원인이 다름 아닌 미터와 야드 단위의 혼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탐사선을 만든 록히드마틴사는 탐사선의 각종 길이를 야드 단위로 작성했으나 NASA의 조종팀은 이를 미터법으로 착각해서 탐사선을 훨씬 낮은 궤도에 진입시켰던 것이다. 그 결과 탐사선이 대기권과의 마찰을 견디지 못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NASA는 전통 단위를 포기하고 ㎞와 , ㎏ 등 국제 표준단위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도량형인 ‘미터법’이 등장한 것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정부가 “미래에도 변치 않을 도량형 기준을 만들자”는 목표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과제를 주면서부터다. 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단위를 만들고자, 적도에서 북극까지의 자오선의 거리를 구한 뒤 그 거리의 1000만분의 1을 ‘1’로 정의했다. 즉, 지구 둘레의 4000만분의 1을 1로 정한 것이다. 그 후 길이의 단위인 , 무게의 단위인 ㎏, 들이의 단위인 L 등이 통일되고 전 세계가 이 국제단위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는 국제단위를 가르치지만 생활에서는 전통적인 척관법이 사용되어 왔었다. 길이를 잴 때는 자(한 자는 약 30㎝), 무게를 잴 때는 근이나 돈(한 돈은 약 3.75), 넓이를 잴 때는 평과 같은 단위가 더 널리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단위를 쓰기로 하였고, 이를 확실히 정착시키기 위해 작년 7월부터 이를 의무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익숙한 전통 단위를 사용하지 않게 됨으로써 불편한 점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불편함도 사라질 것이고, 특히 학교에서 국제단위를 배운 세대들이 사회인이 되면서 국제단위는 더욱 정착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신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표현법이 제대로 된 것일까? 다음 세 가지 표현을 살펴보자.

⑴ 우리 동네 아파트는 1평에 100만원이다.
⑵ 우리 동네 아파트는 3.3㎡에 100만원이다.
⑶ 우리 동네 아파트는 1㎡에 30만원이다.

이 세 가지 표현 중에 제대로 된 표현은 어느 것일까? ⑴은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단위를 이용하여 표현한 것이다. ⑶은 국제단위인 미터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⑵는 평을 미터법으로 환산하여 표현한 것일 뿐, 국제단위를 올바로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였을 때 올바른 우리 말 표현이 아닌 것이 많듯이 단순히 평이나 근을 국제단위 크기로 바꾸었다고 해서 그것을 국제단위를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각하여 보라. ⑵와 같은 글을 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시 ‘아! 1평에 100만원이구나’하고 생각할 것이고 외국인은 ‘왜 3.3㎡에 100만원이라고 할까’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결국 눈속임이 아닌가?

국제단위를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⑵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⑶과 같이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즉, 그 단위가 ‘하나’일 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 그 단위 3.3개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게도 국제단위를 사용해야 한다면 돼지고기 ‘600’이라고 하는 대신 돼지고기 ‘100’(1은 너무 적고 1㎏은 너무 많다)이라고 해야 한다.

전통적인 평이나 자와 같은 단위로 다시 한 번 고쳐서 생각하지 않을 때에 제대로 국제단위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과도기라고나 할까? 단위를 바꾼다는 것은 기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각이나 관점도 바뀌게 되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그러므로 단시일 내에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 아니며, 점진적으로 ⑵에서 ⑶과 같이 표현해 나가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 강문봉 교수 | 수학과 문화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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