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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과 올림·버림

또다른공간-------/생활속의과학

by 자청비 2008. 5. 2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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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수학이야기]⑧ 반올림과 올림·버림

 

<경향신문>

 

ㆍ5.8명이면 5명인가 6명인가?

새해가 시작되면서 대학 등록금이 너무 많이 인상되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의 신문 기사도 있었다. 모 대학에서는 학년별 석차 2% 이내의 학생에게 성적 최우수 장학금을 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원이 290명이고 보니 2%는 5.8명에 해당한다. 이때 6등인 학생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학에서는 장학생 선정 시 ‘반올림’이 아니라 ‘내림’을 적용해서 5명까지 준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해당 학부모는 ‘학부모와 학생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트렸고, 신문은 이를 대학의 ‘꼼수’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서 대학 내에서는 ‘사람 수는 반올림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이를 검토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학부모와 학생을 우롱하는 처사이고 대학의 꼼수일까? 그리고 사람 수는 반올림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90명의 2%는 5.8명이고, 그러므로 2% 이내는 분명 5명까지이다. 사람 수는 자연수로 따지는 것이고 5.8명 ‘이내’, 즉 5.8명보다 작거나 같은 수는 명확하게 5명인 것이다. 이것은 꼼수도 아니고 우롱도 아니다.

과거 유명한 사사오입개헌을 생각해 보자. 사사오입 개헌은 1954년 당시 집권당이었던 자유당이 정족수 미달이었던 헌법안을 사사오입(반올림)을 내세워 통과시킨 제 2차 헌법 개정에 붙은 별칭이다.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가능케 하기 위하여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없앤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헌법 개정안은 재적의원 203명 중 ⅔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203명 중 ⅔는 135.333명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찬성이 135표였다. 그래서 국회부의장은 부결을 선포했으나, 이틀 후 사사오입의 원리를 내세워 이를 번복한 것이다. 즉, 135.333명은 반올림하면 135명이 되므로 135명이 찬성한 것으로 가결되었다고 정정 선포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치스러운 사사오입 개헌인 것이다. 사람은 자연수로 따지고 135.333을 자연수가 되도록 반올림하면 135가 되는 것은 맞지만 135.333명 이상은 분명 136명부터이며 135명은 아닌 것이다.

반올림과 버림, 올림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반올림은 끝수가 4 이하일 때는 버리고 5 이상일 때는 10으로 올려서 계산하는 방법이며, 버림은 구하고자 하는 자리까지의 숫자는 그대로 두고 그 아랫자리 숫자는 모두 0으로 처리하는 방법이며, 올림은 구하고자 하는 자리 미만의 끝수를 버리고 구하고자 하는 자리에 1을 더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3.06을 소수 첫째자리에서 버리면 3이지만 그 자리에서 올리면 4가 된다. 물론 그 자리에서 반올림했을 때도 3이다.

우리는 보통 반올림을 한다. 그러나 항상 반올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명확하게 반올림이나 올림, 버림이라는 조건이 없어도 우리는 여러 가지 맥락에서 반올림이나 올림, 버림을 해야 하는 상황을 알고 있다. 그것은 모자라지 않게, 안전하게, 내가 아닌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조건이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계산상으로 사과가 5.2개 필요할 때 우리는 사과를 6개를 사야 한다. 이것을 반올림하여 5개만 사면 부족하게 된다. 놀이 기구의 탑승 정원이 15.8명이면 우리는 반올림을 해서는 아니 되며 안전을 위해서 15명을 탑승 정원으로 정해야 한다. 우리가 주민세나 부가세를 낼 때 원세의 10%를 납부하게 되어 있다. 이 경우 10원 미만의 액수는 반올림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게 된다. 수퍼마켓에서도 물건 값을 계산한 후 현금으로 계산할 때 10원 미만 또는 100원 미만은 버리고 받지 않는다. 소비자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일부 마일리지 결제나 사용에서는 소비자의 이익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어 여러 가지 불만이 쌓이곤 하고 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반올림을 하거나 올리거나 버림을 하여 어림수를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이나 ‘이내’, ‘미만’과 같은 용어가 함께 사용되면 이때는 그러한 상황이 적용되지 않고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크거나 작은 값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대학의 장학생 수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수학적으로 그리고 언어적으로 분명히 290명의 2% 이내는 5명까지 장학금을 주어야 하고, 그러므로 대학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것은 꼼수도 아니고 누구를 우롱하는 처사도 아니다. 처지를 바꿔서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금년 등록금은 작년 등록금 290만원의 2% 이내로 인상된다고 할 때, 그리고 만원 단위로 계산된다고 할 때, 2%는 5.8만원이 된다. 이 경우 인상액은 6만원일까 5만원일까? 2% 이내이면 5만원이 맞지 않은가?

그러나, 어쨌든 5.8명이라면 수학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6명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 학생을 위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경우 너무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전향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 서서 장학금을 준다고 해서 대학이 수학을 잘 모른다고 누가 탓할 것인가?

〈 강문봉교수 | 수학과 문화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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