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목이 마르면 최소한 큰 잔으로 한 잔 이상의 물이 부족한 것이다. 이때 물 대신 음료나 빙과류를 먹게 되면 오히려 갈증을 배가시키고 몸의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 수분 섭취만 제대로 해도 훨씬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
■ 하루 물 2~2.5리터 마셔야
어른이 하루에 배출하는 수분의 양은 2.6리터다. 대소변으로 1.6리터가 빠져나가고 땀으로 배출되는 양이 0.6리터, 호흡을 통해 수증기로 배출되는 양이 0.4리터다.
음식과 과일로 매일 섭취하는 수분이 1리터 정도이니 어른이 하루에 마셔야 하는 물의 양은 최소한 1.6리터. 그러나 국민건강영양조사(2005년) 결과, 남자는 하루 평균 1,061.1㎖ , 여자는 하루 평균 868.5㎖의 물을 마신다. 실제 필요한 수분량에 턱없이 못 미친다.
게다가 생활 속에는 물을 배출하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알코올은 소변 보는 과정에서 혈액 속의 수분을 함께 끌어내고, 담배연기는 호흡기 점막의 수분을 증발시킨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도 탈수를 부추긴다.
■ 짜게 먹고 물 많이 마시면 더 문제
그렇다고 물을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 답은 ‘아니오’다. 하루 2리터를 마셔야 하는 사람이 4리터를 마신다고 가정해보자.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어느 정도 조절한다. 하지만 전해질, 특히 나트륨 성분이 부족해져 저나트륨혈증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몸의 세포가 물에 불은 상태가 돼 몸이 붓고, 두통이 생기고 피곤해지고 정신도 혼미해진다.
짜게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더 문제다. 나트륨은 수분을 붙잡는 성질이 있어 염분에 의해 쓸데없는 물이 몸에 너무 축적돼 살찌면서 부종이 생긴다.
따라서 물은 최소한 1.6리터 이상 마시되 갈증이 가시도록 해야 하는데, 하루 평균 2~2.5리터(성인 기준)가 적당하다. 운동하거나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 수분 손실이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이 물을 마셔야 한다.
물을 마시는 것만큼 배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변은 하루에 최소한 4~6번 보는 것이 적당하다. 2번 이하면 수분이 부족하다는 징후며, 밤에 잠을 자면서 4번 이상 보면 물을 많이 마셨거나, 신장 기능이 문제가 있거나,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크다.
■ 한국인 염분 섭취 세계 최고 수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5g(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mg, 나트륨 양을 소금의 양으로 환산하려면 나트륨 양에 2.5를 곱하면 된다)의 3배 가까이 된다.
어린이(7~12세)만 해도 10g, 청소년(13~19세)은 12g이고, 30~39세의 어른은 15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식단은 김장김치와 겉절이, 장아찌, 조개젓, 자반고등어 등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 음식이 많아 나트륨 수치도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나트륨 주요 공급원을 김치류(25%), 장류(22%), 소금(20%) 순으로 명시했다. 밥과 김치만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이 살찌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나친 염분 섭취로 쓸데없는 물이 몸에 축적돼 붓고, 금방 배고파져 탄수화물인 밥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신체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소금의 양은 하루 1.3g이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싱겁게 먹는 것도 그리 좋지 않다. 소금 간을 거의 하지 않으면 물을 너무 많이 마셨을 때처럼 저나트륨혈증이 생겨 기운이 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저나트륨혈증이 아니면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도 충분히 염분을 섭취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먹는 반찬의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몸에 필요한 염분은 충분히 섭취하면서 몸에 좋은 전통식단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처럼 땀 많이 나는 운동을 장시간 하거나 여름날 햇볕 아래서 오래 일하면 땀으로 인한 염분 손실이 상당하다. 이럴 때 기력이 떨어지고 피곤하면 혈중이온농도(나트륨)를 검사한 뒤 필요시 나트륨을 따로 먹는 것이 좋다.
해마다 여름이면 도보로 국토를 종단하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이들처럼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나트륨 정제를 하루에 1알 정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운동 전에 마시고 운동 후에 더 마셔라
운동 전에 물을 마시지 않으면 운동 중 많은 땀을 흘리면서 혈액이 끈끈해져 피 속에 혈전(피떡)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끈끈해진 피와 혈전은 좁아진 혈관을 막을 수 있으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와 같다. 혈전이 두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나 뇌출혈, 심장혈관을 막으면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따라서 혈전 예방을 위해서라도 운동 전에 미리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운동 중에도 물을 조금씩 마시고,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에는 운동 후 한 잔 더 마시는 것이 좋다.
■ 용존산소량 풍부한 찬물이 좋아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흡수가 더 잘 된다. 물은 끓이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분자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끓인 물이 몸에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물을 끓이는 동안 물 속에 녹아 있던 용존산소량이 줄어들면서 물의 생명력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수로 이용하기 위해 물을 끓이면 대개 식혀서 마시는데, 그러면 끓이지 않은 물과 똑같은 상태가 된다.
따라서 몸에 좋은 물, 생명력 있는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좀 덜 흡수된다 하더라도 자연상태의 찬물을 먹는 게 좋다.
●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