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위기로 경영자들의 도덕성이 심판대 위에 오르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2명이 '경영인을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개인적 이익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불편부당의 정신과 기업의 투명성을 추구한다'는 다짐이 핵심이다. 이들은 경영학계도 의학이나 법학처럼 더욱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시험이 필요하며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행동강령과 이를 어기면 제재를 가할 권위 있는 기구가 긴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경영인에게조차 거창한 선서가 필요한 지경에 이른 것은 슬픈 현실임에 틀림없다."
경향신문 김학순 선임 기자가 11일자 칼럼 <경영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이같이 전하며 "또 하나의 선서가 직업정신을 고양하고 타락을 최소화하는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공염불'이라고 지레 매도할 까닭은 없을 것 같다"고 촌평했다.
문제는 사욕을 앞세운 경영인에게도 있지만, 그의 죄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사법부에도 있고, 이를 견제하지 못한 언론에게도 있다.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인정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 다음 날 한겨레와 중앙일보 지면을 비교해서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다음은 1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대기업 달러 매도, 환율 폭락> 국민일보 <붕괴된 월가신뢰 세계증시 덮쳤다> 동아일보 <'종의 기원' 따라…411일 대장정 '돛' 올리다> 세계일보 <환율·증시 '널뛰기' 금융시장 대혼돈> 서울신문 <세계 증시 끝없는 '폭락 도미노'> 조선일보 <G7·G2 연쇄회동…세계경제 '운명의 주말'> 중앙일보 <IMF 11년 만에 구제자금 푼다> 한겨레 <'감제 재정' 토대 흔들린다> 한국일보 <부시 성명에도 세계증시 추락>
이건희 전 회장 항소심도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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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1일자 한겨레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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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으며, 삼성 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발행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결했다.
한겨레는 1면 <이건희 전 회장 항소심도 집유> 기사에서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서기석)는 10일 경영권 불법 승계로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1천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66) 전 삼성그룹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8명의 항소심에서 이 전 회장에게 조세포탈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설 <무죄 판결이 곧 면죄부는 아니다>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불법 자본거래를 처벌할 소지를 가로막을 수 있고 △배임죄를 처벌할 근거가 흔들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이런 결론에 이른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항소심 법원은 문제된 두 회사가 자본 조달이라는 정당한 목적이 아니라 경영지배권 이전과 조세 회피 목적으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 자체로 상법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행위다. 법원은 그러면서도 이는 사적 자치일 뿐이며 회사에 대한 손해는 없으므로, 민사로는 몰라도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법을 어겼지만 처벌은 할 수 없다는 기묘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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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1일자 중앙일보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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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소식을 전한 중앙일보의 1면 기사 제목에는 '이건희'라는 이름이 빠져 있다.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회사에 손해 없어' 무죄>라는 제목의 12면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특검 항소심 판결 의미'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항소심 재판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이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며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전달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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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1일자 한국일보 2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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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가 방송광고대행 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키로 해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일보 2면 <민영 미디어렙 진출 허용> 기사에 따르면 정부는 10일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3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방송광고판매대행 시장에 민영 미디어렙 진출이 가능해졌고, 지역난방공사, 대한주택보증, 88관광개발 등 10개 공공기관은 민영화된다. 정부는 방송광고공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해 정부가 소유하기로 하고,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 시기 등 구체적 방안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중에 마련할 방침이다.
'YTN 사태'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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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1일자 서울신문 8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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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통상부·통일부를 출입하는 일선 기자들이 10일 성명을 내어 "YTN 기자들이 해고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번 대량 징계가 즉각 철회돼 YTN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신문은 8면 <'YTN 해고 사태' 비판 확산 > 기사에서 관련 내용을 전하며 "YTN 대량 징계로 인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행태'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촛불집회 피고인 2명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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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1일자 경향신문 9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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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엄상필 판사가 이날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53)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다음 토론장 '아고라'에서 '권태로운 창'이라는 아이디로 네티즌의 촛불집회 참여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나모씨(48)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했다.
경향신문은 9면 <'촛불 재판' 속속 중단> 기사에서 엄 판사가 "헌재의 심판을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며 보석 허가 이유를 밝혔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는 전날 같은 법원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인 안진걸 성공회대 외래교수의 신청을 받아들여 야간집회금지 조항(집시법 10조)과 벌칙 조항(23조 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가 해오던 비판을 국민일보가 대신했다. 국민일보는 11일자 사설 <설 자리 잘못 찾은 '촛불 판사'>에서 이번 위헌심판 제청은 "피고인(안진걸)과 판사(박재영)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이 사설에서 "박 판사가 앞서 안씨 공판에서도 '마음이 아프다', '목적이 아름답고 숭고하다' 등의 사견을 빚어 물의를 빚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법을 위반한 사람을 노골적으로 두둔한 판사가 영웅이 되면 될수록 그가 속한 사법부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공정택 후원금 일부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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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1일자 조선일보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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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후원금을 받아 물의를 빚었던 공정택 교육감이 후원금 일부를 돌려줬다. 서울신문은 10면 <공 교육감 후원금 일부 뒤늦게 반환> 기사에서 공 교육감이 교장 교감 등 현직 교원 21명에게 받은 900여만원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받은 300만원 등 모두1600만원의 후원금을 선거대책본부 회계담당자의 이름으로 반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조선일보과 관련 사설을 내어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비용 논란>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공 교육감에게 격려금을 준 교장·교감들이 관계된 인사가 있을 때마다 교육계엔 뒷말이 나돌 수밖에 없다. … 이 같은 선거비용 조달이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해도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공 교육감은 의혹들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하고 학생·학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할 방도를 스스로 찾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지난 1987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공중폭파 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북한이 20년 9개월 만에 국제사회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11자 신문들은 미국 정부가 이르면 10일(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조건부 삭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1면과 2면에서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인용해 "이번 조치는 힘을 잃고 있는 북한 핵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노력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을 얻을 가능성이 열리고, 대미 무역의 장벽도 낮아진다. 그러나 여전히 대외지원법,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 무기수출 통제법에 따른 경제 제재가 남아 있어 테러지원국 해제가 상징적인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