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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돌발영상>이 사라졌다!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8. 10. 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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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영상│<돌발영상>이 사라졌다!

<매거진TV>

 

지난 10월 6일, 제 18대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어쩐지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유모차 부대를 대표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부에게 호통을 친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 외에 화제의 인물이나 사건이 드물다. 울화통은 터지지만 ‘씹는 맛으로’ 보던 국정감사,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조용해 심심하기조차 할까.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는 그 답의 일부가 들어 있다. “언론은 국회를 호통치고 국회의원은 피감기관을 호통 치는 듯한 모습 - 그냥 호통에 호통이 꼬리 물기로 끝납니다. 그러니 국감이 허무개그 취급을 받을 수 밖에요. <돌발영상>의 노리개나 장시간 취재 속의 한 건 식의 전리품 노릇 밖에 더 하나 하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고 수도 없이 절망했지요.”
그렇다. YTN <돌발영상>이 사라졌다.

 

사랑받던 늦둥이는 어떻게 천덕꾸러기가 되었나

 

호통치는 의원들(왼쪽) 회의 중 잠든 의원들의 모습을 감각적인 편집으로 담아내 큰 호응을 얻었다.

<돌발영상>은 시작부터 ‘돌발’인 프로그램이었다. 2003년 3월, YTN 보도국의 노종면 기자는 <뉴스 퍼레이드>라는 낮 뉴스 프로그램으로 옮기며 PD 역할을 맡게 됐다. “신문의 만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코너를 만들어 보자”는 노 PD의 직감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첫 <돌발영상>은 1분 30초짜리 짤막한, 미처 이름도 붙지 않은 코너로 방송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강연 도중 잠든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두 문장짜리 TV 멘트를 하기 위해 수 차례 NG를 내는 민주당 부대변인, 김두관 행자부 장관을 가리켜 “그 촌놈, 이장하다...동네 이장하다 천신만고 끝에...”라고 표현한 한나라당 의원의 속내 등 <뉴스 데스크>에서는 볼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예리하게 잡아내며 <돌발영상>은 제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게다가 다른 채널의 경우 저녁 뉴스, 9시 뉴스, 마감 뉴스 등 정해진 시간에만 뉴스가 방송되기 때문에 내용과 형식의 정제를 거치며 쓸 말을 최소화해야 했던 데 비해 24시간 뉴스 채널인 YTN에서는 ‘정치 뉴스’ 외에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농담’까지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돌발영상>의 성장을 도왔다.

그리고 2004년 탄핵 정국에서 벌어졌던 국회의원들의 육탄전, 청문회나 국정 감사 때마다 반복되는 호통과 발뺌을 비롯해 현실 정치의 이면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었던 영상과 촌철살인의 자막은 <돌발영상>이 지난 5년간 서서히 단일 프로그램으로 독립하고 시간을 늘리며 YTN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YTN 메인 뉴스의 제목은 몰라도 <돌발영상>은 알았고, 정치인이나 유명인들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 “이거 <돌발영상> 나가는 거 아니에요?”라며 의식했다. 새 앨범을 내놓은 가수들이 KBS <개그 콘서트>의 ‘왕비호’에게 이름 한 번 불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돌발영상>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도 생겼다. 국정감사가 ‘<돌발영상>의 노리개’같아 절망했다던 전여옥 의원 역시 과거 ‘불륜 논평’을 비롯해 수많은 <돌발영상>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그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도 상당했을 것이다. 마침내 지난 해 연말, <돌발영상>은 회사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을 뜻하는 ‘YTN 대상’을 수상했고, 올 4월 개국한 YTN 라디오는 <돌발영상>을 본딴 <돌발오디오>같은 코너를 킬러 콘텐츠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돌발영상> 폐지, 결코 돌발 상황이 아니다

 

멜라민 파동을 대하는 대통령의 실소를 자아내는 모습을 담은 ‘멜라민’ 편.  

그러나 <돌발영상>의 ‘돌발성’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외부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5일,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삼성 금품수수 인사 명단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기 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아직 명단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박부터 한 이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엠바고를 걸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은 3월 7일 <돌발영상>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통해 그대로 공개되며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지만 청와대 측의 수정 요청에 YTN 보도국은 해당 동영상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그러자 <돌발영상>의 팬들은 이미 다운받았던 영상을 유튜브를 비롯한 해외 사이트에 올리며 발빠르게 반발했고, 결국 1주일이 지난 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홈페이지에 복구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청와대 춘추관 기자단이 YTN 취재기자들에게 사흘간 출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어쩌면 첫 번째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7월 17일,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언론 특보를 지낸 구본홍 씨가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한 주주총회장에서 사장 선임안을 통과시키며 취임했다. YTN 노조는 즉시 ‘낙하산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시작했다. 9월 초, <돌발영상>의 임장혁 팀장이 이에 대한 징계성 인사 발령으로 <돌발영상>을 만들 수 있는 사내 시스템 아이디를 빼앗겼다. 이것은 두 번째 경고였을 것이다. 그러나 <돌발영상> 팀은 계속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투쟁을 이어갔다. 9월 29일 방송된 ‘멜라민’ 편 역시 그 어떤 기사나 뉴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발 공업 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된 과자의 포장을 들여다보던 이명박 대통령이 “멜라민이란 말이 없네?”라며 따져 묻는 장면은 그동안 대통령이 강조해 왔던 ‘소통’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하며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돌발영상>이 세 번째로 선, 혹은 ‘성역’을 넘었다면 아마도 이 때가 아니었을까.

지금, 이곳에서 가장 공허한 외침, ‘국민의 방송’

 ‘블랙 코미디’ 편의 마지막 화면.

결국 지난 10월 6일, <돌발영상>의 임장혁 팀장이 업무 방해 및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이유로 정직 6개월을, 정유신 PD는 해임을 선고받으며 <돌발영상>은 사실상 문을 닫았다. 5년 동안 한국 시사 보도에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정치와 그 이면의 현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 온 프로그램 하나가 폐지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몇 달 사이 EBS <지식채널 e>의 제작진이 교체된 데 이어 <돌발영상>의 제작진이 해고당하는 상황과 각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이 이토록 쉽게 침범당하는 현실은 지금 방송 주권이 결코 방송을 만드는 이나 보는 이에게 있지 않음을, ‘국민의 방송’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구호인가를 똑똑히 보여 준다.

10월 8일 방송된 <돌발영상>의 마지막회는 국정감사에서 YTN 문제에 대해 “케이블 채널의 경영 문제”라며 외면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담았다. 제작진들은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 회의 제목은 ‘블랙 코미디’ , 그러고 보니 그 동안 <돌발영상>은 한국에서 가장 잘 만든 블랙 코미디였다.

 

 

돌발영상│이것은 실제상황입니다

<돌발영상>의 결정적 순간 13

 

 

3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사흘째 농성중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자정 무렵부터 삼삼오오 모여 전략 회의를 하고 가구를 모아 진지 구축에 돌입했으며 나일론 끈을 엮은 부비트랩도 설치했다. 그러나 새벽 3시 50분,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습 공격이 시작되었다. 치열한 육탄전 사이에 “이게 깡패지 뭐야!” “마찬가지지!”하는 고성이 오가는 와중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슬그머니 의사봉을 숨겼다. 그리고 오전 11시 4분, 사방에서 동시 입장한 야당 의원들은 순식간에 저지선을 무너뜨리고 의장석과 국회의장을 포위했다. “5공이야?”라는 외침도, “(휴대폰으로) 다 찍을 거야!”라는 노성도 소용없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짐짝처럼 떠메어져 나간 자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었다. “대한민국은 어떤 경우라도 전진해야 합니다!”라고 선언하는 박관용 국회의장과 “16대 국회 만세!”를 외치는 한 의원을 향해 <돌발영상>은 “누구도 못한 일을 한 16대 국회는 스스로 무척 자랑스러운가 봅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탄핵 사흘째, 민주당 상임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KBS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순형 대표는 “아니, 그 사람(노무현 대통령)을 돕겠다고 방송이 나선다? 이건 사회 공기로서의 아주 기본적인 윤리를 망각하는...”이라 일갈했으며 김경재 의원은 “박정희 독재 시절에도 이 나라 언론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독재를 찬양하는 걸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분노했다. 마침내 이들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KBS를 방문했으나 보도책임자가 면담을 거부, 인사담당 임원이 이들을 맞이했다. 조대표는 “무슨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차원으로 몰고 갑니까? 다른 데도 아니고 국영방송이 말이야!”라고 항의했으나 한 KBS 직원이 “KBS가 어떻게 국영방송입니까?”라며 반박,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결국 장전형 부대변인은 “MBC에서는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이 직접 영접하셨습니다. 지금 여기(KBS) 온지 12분이 지났는데 물 한 잔 없습니다”라는 말로 손님접대에 소홀한 KBS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으나 이 <돌발영상>이 방영된 이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물은 셀프”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중년남녀가, 호텔에서, 그것도 대낮에 한 시간씩이나 단 둘이 만났다는 게 참 왜 그런지 궁금합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가졌던 탄핵 심판 논의 회동에 대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이른바 ‘불륜 논평’이 <돌발영상>에서 방송되자 ‘막말 정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방송 당일에는 “언론의 보도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비추든지 전 상관없습니다. 제가 희화화되어도 좋습니다. 망가져도 좋습니다”라고 대범하게 선언했던 전 대변인은 4월 9일 인터뷰에서 “(<돌발영상>이) 연습하는 상황을 그대로 냈다. 웃음거리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4월 12일 <돌발영상>은 ‘정말 궁금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논평 당시의 무삭제 원본을 공개하며 “왜 ‘연습’인지 정말 궁금합니다!”라고 반박해 전 대변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8월 2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극 <환생경제>의 최종리허설이 있었다. 무능한 아버지 ‘노가리’ 밑에서 고생만 하다 죽은 아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 ‘박근애’의 눈물겨운 노력 끝애 ‘경제’ 대신 아버지 ‘노가리’가 3년 후 하늘 나라로 가게 된다는 줄거리의 이 연극에서 주호영 의원이 ‘노가리’를, 주성영 의원이 ‘저승사자’를, 심재철 의원이 ‘경제’의 형 ‘민생’을, 나경원 의원이 ‘경제’의 여자친구 ‘나라’ 역을 연기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노가리’의 캐릭터는 극 중에서 욕 먹어 마땅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 연극의 대사는 “민생아, 참지 말고 한 대 팍 조져 버려!” “야!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알 값을 해야지 왜 마누라 친구들한테 욕을 하고 난리야?” “근애 너 이혼하고 그거나 떼 달라고 해! 그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등 ‘18세 이상 관람가’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 <돌발영상>을 본 노무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고 반응했다는 후문은 없었다.


5월 10일, 서울시 청계천 사업 논란과 김일주 한나라당 위원장의 14억 수뢰 혐의와 관련해 취재진들은 하루 종일 이명박 시장을 따라다녔다. 이 시장은 “검찰 조사 받으실 생각 없으세요?”라는 기자를 향해 “검찰 총장인가? 너무 앞질러 가지 말고!”라고 충고했으며 “청계천 사업은 끝까지?”라는 질문에는 “그럼 하지 말까요? 그건 질문이 틀렸어. 앞으로 언론인들의 질문도 조심해서 해야지!”라고 지적하며 날 선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 날 서울시 대변인은 “청와대를 사칭해서 일어나는 범죄가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든가 고위 책임자에 대해 수사하는 경우는 못 봤다”는 입장을 브리핑했는데, 이명박 시장의 표현은 조금 달랐다. “그 사람(김일주)이 감히 나한테 그런 부탁할 위치에 있지 않아요. 사기하는 사람들 다 청와대 핑계대지 않아요? 그 때 다 대통령이 조사받아요?”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자신을 대통령에 비유하던 시장은 결국 청와대의 주인이 되었다.


10월 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노무현 정부의 장막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친북 좌경세력이 대한민국의 좌향좌를 선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강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 총리는 특유의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람이 많이 사는 나라니까 여러 가지 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일이 답변할 가치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며 받아쳤다. 이후로도 “이런 정도 낮은 수를 가지고 하는 정부가 아닙니다. 많이 이용하셨잖습니까. 색깔론을 가지고. 그 정도 하십쇼!”라며 조금도 굽히지 않는 이 총리를 향해 분개한 안 의원은 “안하무인적 답변 태도를 보이면 총리는 정말로 이 자리에서 더 답변하기가 곤란한 질문을 받게 됩니다”라는 경고까지 보냈으나 정작 안 의원이 마지막으로 던진 던진 회심의 질문, “한나라당은 아직도 나쁜 당입니까?”에 대해 이 총리는 그저 냉랭할 뿐이었다. “그건 안의원님이 알아서 판단하십쇼”


9월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국정감사 계획 보고 중 미주반의 감사 계획 부분에 변경된 일정이 있다는 수석전문위원의 말에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유가 뭔가요? 누가 바꿨습니까? 누가 그렇게 바꾸라 그랬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외교부 의견이 일방적으로 반영돼서 변경된 것 같은데 사실이에요?”라며 다그치던 정 의원은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려는 수석전문위원을 향해 “너한테 물어 봤냐, 내가 지금?” 이라고 쏘아붙였다. 뱉어놓고도 아차 싶었는지 “너, 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대답해?”라고 부연하던 정 의원은 “누가 바꾼 거야 이거! 자식들이 뭐하는 거야 지금!”이라며 회의장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으나 정작 위원장이 “특별한 의도는 없고 순서상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자 갑자기 온화한 얼굴로 급변하며 “아주 잘 바꾸신 것 같습니다, 허허~”라고 말해 주위를 황당하게 했다. 이에 대한 <돌발영상>의 한 마디. “결국 한 사람만 ‘너’ 됐다!”


10월 27일, 서울시 교육감 국정감사에 공정택 교육감이 출두했다. 모 여고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한 공 교육감은 “모르셨죠? 서울시 교육청에서 모르고 있다가 제가 자료요청하니까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렇죠?”라는 추궁에 “현재는 알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이후 모든 질문과 질의에 “보완해서 늘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도를 잘 하겠습니다” “연구 검토하겠습니다” “시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정할 건 시정하고, 조치할 건 조치하고” 라며 위기를 모면하던 공 교육감은 “앞으로 해가겠습니다, 하다가 (남은 임기) 2년 다 안 지나겠습니까?”라는 지적에 “모르겠습니다, 그건...”이라는 자신 없는 답변을 내놓아 질문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마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 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공 교육감의 남은 임기는 2010년 6월까지로 또 다시 연장되었다.


6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출석했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되면 끔찍하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게 온당할까요? 잘못한 말이죠?”라며 각을 세웠으나 한 총리는 “정책에 대한 국정 책임자로서 동의할 수 있는가 하는 데 대한 하나의 의견 아니었나 싶다”는 ‘모범답안’으로 받아쳤다. 이후로도 한 총리는 “현재 집권 세력은 타락하고 무능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찼다”는 비난에 “뭐, 저는 의원님의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네, 의원님의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라는 물에 물 탄 듯한 고단수 화법을 선보이며 상대를 약올렸다. 마침내 머리 끝까지 화가 치민 심의원은 “저도 노대통령식 어법으로 ‘재밌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그놈의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참 쪽팔리네!”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으나 한 총리의 반응은 썰렁했다. “저는, 저한테는 별로 재밌진 않네요. 네, 그 표현은 의원님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돌발영상>은 인터넷 상에서 ‘무심하고 쉬크한 한덕수 총리’라는 코멘트와 함께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7월 10일 행정자치부 장관실에는 ‘이명박 후보 부동산 자료 유출 여부’에 대해 따지러 온 한나라당 의원들이 탁자를 둘러앉았다. 그러나 국무회의에 참석 중이었던 박명재 장관은 1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고, “기다리게 해서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에 이어 비서실장을 꾸짖는 것으로 의원들을 달래려 했으나 상황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국방부에서도 밑 사람이 사고 치면 장관이 사표 내는 것 아시죠?”라는 송영선 의원의 말에 언짢아진 장관이 “왜 여기 와서 큰 소리 치냐”고 하자 의원들은 일제히 노성을 질렀고, 송 의원은 “만약 내가 남성의원이면 그딴 식으로 얘기했겠습니까? 여자에 대한 무시의 태도에요! 여성계에 가서 장관의 행동을 제가 얘기하면 어떤 반응을 받을 것 같아요?”라며 분기탱천했다. 왜 그렇게 비약하냐는 장관의 반론은 “겁이 나시니까 거부하시는 거에요? 겁이 나죠! 여성계 전체가 들고 일어나면! 그런 식으로 감쪽같이 꼬리 내리기 작전하면 안 됩니다!”라는 송 의원의 발언에 묻혀 갔고, 이 <돌발영상>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학생 주임 앞에서는 지각해도 국회 의원 앞에서는 지각하지 말자.


1월 30일, 대통령 인수위의 ‘영어교육 공청회’가 열렸다. 일반인 방청이 제한된 이 날 공청회에는 반대 입장의 학부모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전경들의 손에 끌려 입장을 거부당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프레스 프렌들리”와 “프레스 후렌들리”, “오렌지”와 “오륀쥐~”의 차이를 언급하며 시작된 토론에서는 “3학년 교과서 제작시 ‘Hello, I'm July!’ 다음에 ‘Nice to meet you’를 끼워 넣는 문제로 3시간이나 토론해야 했는데 그 제한을 인수위가 풀어준다고 하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는 장학사의 발언을 비롯해 “두 손 들어 환영”과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 등 찬성일색의 반응이 이어졌다. 공청회 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공청회에 찬성론자들만 참석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반대단체 대표들과도 만나서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 이위원장의 뜻입니다. 이위원장은 오늘 공청회 직후라도 인수위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반대 단체 대표들을 만날 계획이었습니다만 조기에 해산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습니다”라고 브리핑했다. 그리고 <돌발영상>은 기자들의 폭소를 마지막 순간에 담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와 한 남자는 말한다. “왜 공을 잡았죠?” “떨어질 테니까” “그러나 떨어지진 않았어요. 당신이 잡았잖아요.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어떤 일이 발생할 일에 영향을 주진 못해요!” 3월 5일 오후 3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삼성 금품수수 인사 명단 기자회견을 겨냥해 “자체조사 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제단이 성명서를 낭독하기로 한 것은 오후 4시, 김인국 신부는 “저희가 밝히지 않는 인사가 누구인지, 저희의 심정을 어떻게 알아맞췄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인사에 대한 자체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 흥미로운 작품의 주연을 맡았던 이동관 대변인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방영된 뒤 YTN 홈페이지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했고, 한 때 삭제되었던 동영상은 노동조합과 기자협회의 요구로 복구되었다.


5월 7일 미국산 쇠고기 청문회에서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사태를 순진한 어린 학생들까지 이용해서 괴담을 조장하고 정치적 선동거리로 접근하려는일부 세력이나 야당의 행태는 과유불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우리 분수를 알아야죠! 지금 정치인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알아들을 국민이 없고 얼마나 정치권을 불신하는데 정치인들이 선동한다고 어린 학생들이 나오고 하겠습니까?”라는 ‘주제파악’ 발언으로 반박했다. 이어 등장한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역시 “작년 청문회에서는 정 반대 입장에서 말씀하시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의원은 “그런 거 물어본 적 없습니다. 내가 무슨 질문을 했는지 근거도 없이 그렇게 얘기합니까? 상당히 이상한 자신감을 가진 분인데, 그럼 안됩니다”라며 경고했다. 그러나 <돌발영상>에 등장한 2007년 10월 10일 자료화면에서, “미국 내에서도 미국 국민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쇠고기는) 전액 환수하고 난리를 치는데 우리가 먹어서는 안되는 위험한 물질이 있는 광우병 소...등뼈가 나오고 막..장관님이 그런 발언을 하면 이 상황을 듣는 농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발언한 것은 분명 이계진 의원 본인이었다.

 

 

"돌발영상은 시청자 국민의 것"

 

YTN <돌발영상>은 세 명의 기자 겸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해온 YTN 노조원 33명에 대한 인사조치가 단행된 10월 6일, <돌발영상> 팀의 정유신 PD가 해임되고 임장혁 팀장은 6개월 정직 처분을 당했다. 그리고 10월 8일, 유일하게 징계를 면한 정병화 PD가 만든 ‘블랙 코미디’ 편을 마지막으로 <돌발영상>은 사실상 폐지되었다. <돌발영상>을 처음 만들었던 노종면 PD(현 YTN 노동조합위원장)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아 3년 10개월째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던 임장혁 팀장을 만나 그동안 <돌발영상>이 가졌던 의미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인터뷰 후반부에 정유신 PD가 합류했다. 프로그램은 중단되었지만 이들은 마침 6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현장을 <돌발영상>에 담아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떤가.
임장혁
: 회사에 의해 업무로부터 배제된 상태다. 그래서 아침에는 노조 지침에 따라 집회에 참석을 하고,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오늘은 징계를 받은 노조원 33명의 자료를 취합해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 <돌발영상>을 만들던 때의 하루 일과는 어땠나.
임장혁
: 아침에는 가능한 한 일찍 출근해서 그 날 방송할 아이템을 최종 확정했다. 바로 전날 촬영한 내용, 혹은 좀 더 전에 촬영한 자료를 보고 가끔은 당일 나온 테이프도 본다. 오전 9시 전까지 아이템을 확정해서 편집에 들어가 자막과 그래픽 작업 하고 최종 녹화해서 테이프를 넘긴다. 그게 끝나면 두시 반에서 세시 사이에 식사를 하고, 다시 다음 날 방송할 아이템을 찾는다. 쳇바퀴 도는 것처럼 일했다.

“2006년 WBC 관련 에피소드는 내가 봐도 재미있다”

 

 

: 2003년 여름, <돌발영상>이 처음 방송되기 시작했을 때는 영상에 가장 기본적인 자막만이 들어간 간략한 형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풍선 같은 효과들이 등장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 처럼 영화와 결합을 하는 등 형식적인 변화가 생겨났는데.


임장혁
: 그런 변화들은 사실 의도해서라기보다는 물리적 여건이 나아지면서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처음 <돌발영상>을 만든 노종면 PD 혼자 모든 작업을 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장비나 인력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2, 3년 정도 지나고 <돌발영상>이 YTN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인지되면서 지원이 좀 더 늘었다.
사실 뉴스 화면에 일반 자막이 아닌 말풍선을 등장시킨다던가 하는 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잘 쓰이지 않을 때였는데 그런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었고, 그런 게 장치적인 매력이 된 것 같다. 초반에 노종면 PD가 참 잘 만든 거다. 이후에 내가 프로그램을 맡고 나서는 자막이나 화면 상태 같은 걸 좀 더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사실 내 판단이나 주위 반응 모두 ‘초기에 만들어졌던 원형을 많이 바꾸지 않으면 좋겠다’는 데 일치해서 일부러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측면도 있다.

 

: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돌발영상>이 기본적으로 이어 온 정신은 무엇일까.
임장혁
: 어떤 사람들은 <돌발영상>이라는 제목만 보고 특정인의 돌출적인 행동이나 코믹한 해프닝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만 생각하는데, 우리는 유머나 풍자를 통해 뉴스를 전달하되 그것이 말 그대로 희화화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정치의 이면이나 현실을 꿰뚫어보자는 게 목적이었다. 유머와 풍자는 수단일 뿐, 기계적인 중립을 벗어나 이 현안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를 내리게 하자는 거였다. 즉,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뉴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되 공익을 통해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 수백 편의 <돌발영상>을 만들어왔는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임장혁
: 내가 만든 거지만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관련된 회는 다시 봐도 재미있다. 잘 만들고 아니고를 떠나서, 어떤 정치적인 판단이나 비판 의식 없이 그냥 국민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재미있게 만든 거였고 반응도 좋았다. 항상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어느 한 쪽을 부각시키면 다른 한 쪽이 비판받게 되는 식이었는데 야구 같은 건 정치를 떠나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니까 그 때만큼 편집하면서 편하고 즐거웠던 적이 없다.

 

: 반면 방송으로 만들 수는 있는 내용이지만 이걸 내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경우도 있나?
임장혁
: 많았다. 우리 의도는 아니지만 어떤 내용이 방송됨으로 인해 큰 잘못 없는 누군가가 곤경에 빠지거나 공인이 아닌 사람, 혹은 공인이라 해도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하기 어려운 중하위직 공무원이 등장하는 내용 같은 건 개인의 인권이나 명예훼손과 관련된 문제라 소재는 있어도 방송하지 못한 적이 종종 있었다. 또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라던가 효순, 미선양 사건이나 철거민 문제처럼 국민들이 볼 때는 어두운 사건들의 경우는 코믹한 상황이 발생해도 그 본질을 훼손하거나 현안 자체를 희화화할 수가 있어 방송하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남북정상회담 상황에서의 색다른 에피소드 같은 것들도 쓰기가 좀 어렵고.

“같은 진실, 같은 상황인데 어떤 건 방송해도 되고 어떤 건 안 된다면 불합리”

: 그 밖에도 <돌발영상>은 국정감사나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과정, 각 당 대변인들의 논평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등 정치의 이면들을 계속 들춰 왔는데, 그런 내용들로 인해 압력이나 제재가 가해졌던 적은 없나.
임장혁
: 없었다. 국회의원 한 명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우리가 완벽히 승소했고, 올해 3월 초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에 대해 데스크에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통화한 뒤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지만 그 밖에 제작에 대한 압력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YTN 낙하산 사장 임명과 관련한 사태가 발생하자, 겉으로는 <돌발영상>과 무관하게 나와 정유신 PD에 대한 사측의 경찰 고소와 징계가 이어지며 프로그램에 차질을 빚던 중 결국 우리가 정직, 해직되며 사실상 방송이 중단되는 결과가 된 거다.

 

: 정직이나 해직에 대한 사유는 무엇인가.
임장혁
: 업무 방해와 사장 출근 저지를 했다는 건데, 우리 스스로는 그런 징계를 받을 만한 행위를 한 적이 전혀 없다. 다만 대선 특보 출신 정치인이자 현 정권의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한 인물이 보도 전문 채널의 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죄 밖에 없다.

 

: 이미 9월 초에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을 받았고 프로그램 작성을 위한 아이디를 폐쇄당한 후였는데 그 후 <돌발영상>을 만들면서 자체검열의 유혹에 빠지지는 않았나. 이명박 대통령이 멜라민이 검출된 과자의 포장을 들여다보며 “멜라민이라는 말이 없네”라고 말하는 ‘멜라민’ 편 같은 경우는 돌발영상이 아니었다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내용이었다.
임장혁
: 자체검열보다는 방송적합성 여부나 수위에 대한 제작자로서의 고민을 한다. <돌발영상>이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성역 없는 사실보도’였고, 지금까지도 우리는 내용을 왜곡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방송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멜라민’도 팀원들과 사전에 얘기를 했지만 누구 하나 ‘이런 걸 방송에 내보내서 대통령을 건드려서야 되겠냐’는 목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같은 진실과 같은 상황인데 어떤 건 방송해도 되고 어떤 건 안 된다면 불합리한 태도다. 결국 자체검열보다는 자기 고민인데, 어쨌든 그 기준에 ‘성역’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정유신 : <돌발영상>은 PD 세 명과 작가 겸 AD 네 명이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단지 우리 일곱 명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돌발영상>이 지금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촬영하고 취재한 것을 전달해 주는 카메라 기자와 취재 기자의 도움 덕분이었고, 제작과 기술 부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제공해 준 덕분이다. 도요타에 렉서스가 있듯 YTN에는 우리가 다 같이 만들어 낸 최고의 브랜드인 <돌발영상>이 있었던 거다. 게다가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치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돌발영상감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돌발영상’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대명사가 된 시점에서 <돌발영상>은 이미 YTN의 것을 넘어 시청자들의 것, 국민의 것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돌발영상>에 대해 시청자들이 거는 기대나 <돌발영상>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방송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많은 분들이 폐지 반대 서명을 해주시는 것 역시 <돌발영상>이 자신들의 것, 시청자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인 것 같다.

“‘대선 특보’가 보도채널의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게 유일한 해법”

 

 

YTN <돌발영상>은 세 명의 기자 겸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해온 YTN 노조원 33명에 대한 인사조치가 단행된 10월 6일, <돌발영상> 팀의 정유신 PD가 해임되고 임장혁 팀장은 6개월 정직 처분을 당했다. 그리고 10월 8일, 유일하게 징계를 면한 정병화 PD가 만든 ‘블랙 코미디’ 편을 마지막으로 <돌발영상>은 사실상 폐지되었다. <돌발영상>을 처음 만들었던 노종면 PD(현 YTN 노동조합위원장)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아 3년 10개월째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던 임장혁 팀장을 만나 그동안 <돌발영상>이 가졌던 의미와 지금의 상황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인터뷰 후반부에 정유신 PD가 합류했다. 프로그램은 중단되었지만 이들은 마침 6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현장을 <돌발영상>에 담아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 요즘 하루 일과가 어떤가.
임장혁
: 회사에 의해 업무로부터 배제된 상태다. 그래서 아침에는 노조 지침에 따라 집회에 참석을 하고,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오늘은 징계를 받은 노조원 33명의 자료를 취합해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 <돌발영상>을 만들던 때의 하루 일과는 어땠나.
임장혁
: 아침에는 가능한 한 일찍 출근해서 그 날 방송할 아이템을 최종 확정했다. 바로 전날 촬영한 내용, 혹은 좀 더 전에 촬영한 자료를 보고 가끔은 당일 나온 테이프도 본다. 오전 9시 전까지 아이템을 확정해서 편집에 들어가 자막과 그래픽 작업 하고 최종 녹화해서 테이프를 넘긴다. 그게 끝나면 두시 반에서 세시 사이에 식사를 하고, 다시 다음 날 방송할 아이템을 찾는다. 쳇바퀴 도는 것처럼 일했다.

“2006년 WBC 관련 에피소드는 내가 봐도 재미있다”

임장혁 PD
: 2003년 여름, <돌발영상>이 처음 방송되기 시작했을 때는 영상에 가장 기본적인 자막만이 들어간 간략한 형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풍선 같은 효과들이 등장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 처럼 영화와 결합을 하는 등 형식적인 변화가 생겨났는데.
임장혁
: 그런 변화들은 사실 의도해서라기보다는 물리적 여건이 나아지면서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처음 <돌발영상>을 만든 노종면 PD 혼자 모든 작업을 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장비나 인력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2, 3년 정도 지나고 <돌발영상>이 YTN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인지되면서 지원이 좀 더 늘었다.
사실 뉴스 화면에 일반 자막이 아닌 말풍선을 등장시킨다던가 하는 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잘 쓰이지 않을 때였는데 그런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었고, 그런 게 장치적인 매력이 된 것 같다. 초반에 노종면 PD가 참 잘 만든 거다. 이후에 내가 프로그램을 맡고 나서는 자막이나 화면 상태 같은 걸 좀 더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사실 내 판단이나 주위 반응 모두 ‘초기에 만들어졌던 원형을 많이 바꾸지 않으면 좋겠다’는 데 일치해서 일부러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측면도 있다.

: 그렇다면 지난 5년 동안 <돌발영상>이 기본적으로 이어 온 정신은 무엇일까.
임장혁
: 어떤 사람들은 <돌발영상>이라는 제목만 보고 특정인의 돌출적인 행동이나 코믹한 해프닝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만 생각하는데, 우리는 유머나 풍자를 통해 뉴스를 전달하되 그것이 말 그대로 희화화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정치의 이면이나 현실을 꿰뚫어보자는 게 목적이었다. 유머와 풍자는 수단일 뿐, 기계적인 중립을 벗어나 이 현안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를 내리게 하자는 거였다. 즉,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뉴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되 공익을 통해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 프로그램을 맡은 이후 수백 편의 <돌발영상>을 만들어왔는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임장혁
: 내가 만든 거지만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관련된 회는 다시 봐도 재미있다. 잘 만들고 아니고를 떠나서, 어떤 정치적인 판단이나 비판 의식 없이 그냥 국민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재미있게 만든 거였고 반응도 좋았다. 항상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어느 한 쪽을 부각시키면 다른 한 쪽이 비판받게 되는 식이었는데 야구 같은 건 정치를 떠나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니까 그 때만큼 편집하면서 편하고 즐거웠던 적이 없다.

: 반면 방송으로 만들 수는 있는 내용이지만 이걸 내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경우도 있나?
임장혁
: 많았다. 우리 의도는 아니지만 어떤 내용이 방송됨으로 인해 큰 잘못 없는 누군가가 곤경에 빠지거나 공인이 아닌 사람, 혹은 공인이라 해도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하기 어려운 중하위직 공무원이 등장하는 내용 같은 건 개인의 인권이나 명예훼손과 관련된 문제라 소재는 있어도 방송하지 못한 적이 종종 있었다. 또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라던가 효순, 미선양 사건이나 철거민 문제처럼 국민들이 볼 때는 어두운 사건들의 경우는 코믹한 상황이 발생해도 그 본질을 훼손하거나 현안 자체를 희화화할 수가 있어 방송하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남북정상회담 상황에서의 색다른 에피소드 같은 것들도 쓰기가 좀 어렵고.

“같은 진실, 같은 상황인데 어떤 건 방송해도 되고 어떤 건 안 된다면 불합리”

: 그 밖에도 <돌발영상>은 국정감사나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과정, 각 당 대변인들의 논평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등 정치의 이면들을 계속 들춰 왔는데, 그런 내용들로 인해 압력이나 제재가 가해졌던 적은 없나.
임장혁
: 없었다. 국회의원 한 명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우리가 완벽히 승소했고, 올해 3월 초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에 대해 데스크에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통화한 뒤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지만 그 밖에 제작에 대한 압력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YTN 낙하산 사장 임명과 관련한 사태가 발생하자, 겉으로는 <돌발영상>과 무관하게 나와 정유신 PD에 대한 사측의 경찰 고소와 징계가 이어지며 프로그램에 차질을 빚던 중 결국 우리가 정직, 해직되며 사실상 방송이 중단되는 결과가 된 거다.

: 정직이나 해직에 대한 사유는 무엇인가.
임장혁
: 업무 방해와 사장 출근 저지를 했다는 건데, 우리 스스로는 그런 징계를 받을 만한 행위를 한 적이 전혀 없다. 다만 대선 특보 출신 정치인이자 현 정권의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한 인물이 보도 전문 채널의 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죄 밖에 없다.

: 이미 9월 초에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을 받았고 프로그램 작성을 위한 아이디를 폐쇄당한 후였는데 그 후 <돌발영상>을 만들면서 자체검열의 유혹에 빠지지는 않았나. 이명박 대통령이 멜라민이 검출된 과자의 포장을 들여다보며 “멜라민이라는 말이 없네”라고 말하는 ‘멜라민’ 편 같은 경우는 돌발영상이 아니었다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내용이었다.


임장혁
: 자체검열보다는 방송적합성 여부나 수위에 대한 제작자로서의 고민을 한다. <돌발영상>이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성역 없는 사실보도’였고, 지금까지도 우리는 내용을 왜곡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에 해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방송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멜라민’도 팀원들과 사전에 얘기를 했지만 누구 하나 ‘이런 걸 방송에 내보내서 대통령을 건드려서야 되겠냐’는 목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같은 진실과 같은 상황인데 어떤 건 방송해도 되고 어떤 건 안 된다면 불합리한 태도다. 결국 자체검열보다는 자기 고민인데, 어쨌든 그 기준에 ‘성역’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정유신 : <돌발영상>은 PD 세 명과 작가 겸 AD 네 명이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단지 우리 일곱 명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돌발영상>이 지금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촬영하고 취재한 것을 전달해 주는 카메라 기자와 취재 기자의 도움 덕분이었고, 제작과 기술 부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제공해 준 덕분이다. 도요타에 렉서스가 있듯 YTN에는 우리가 다 같이 만들어 낸 최고의 브랜드인 <돌발영상>이 있었던 거다. 게다가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치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돌발영상감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돌발영상’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대명사가 된 시점에서 <돌발영상>은 이미 YTN의 것을 넘어 시청자들의 것, 국민의 것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돌발영상>에 대해 시청자들이 거는 기대나 <돌발영상>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방송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많은 분들이 폐지 반대 서명을 해주시는 것 역시 <돌발영상>이 자신들의 것, 시청자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인 것 같다.

“‘대선 특보’가 보도채널의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게 유일한 해법”

 

 

정유신 PD
: 그러나 징계조치 이후 마지막으로 방송된 ‘블랙 코미디’ 편에서는 현재 YTN의 상황에 대해 국정감사장의 국회의원들이 “케이블 채널 내부의 문제”, “그저 그런 문제”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정유신
: 현 정권 측에서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얘기하며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하지만 사실 그 뒤에서 <돌발영상>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치인들은 <돌발영상>에서 잘 먹히는 부분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평상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면 어떤 여권 인사들은 “왜 나를 안 써주냐”고 할 정도다. 약간 코믹한 상황일 때 <돌발영상>에 등장하면 행여 좀 비판을 받더라도 자기 얼굴이 나오는 게 좋으니까. 그런데 또 다른 면에서는 <돌발영상>이 정치에 대한 풍자, 특히 대통령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데 대해 “이러면 재미없다. <돌발영상>도 없앨 수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있었다. 그러니까 앞에서는 <돌발영상>의 의미를 축소하고 케이블 채널의 경영 문제라고 표현하지만, 뒤로는 <돌발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자기들이 가져가려고 하면서 위협이 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면 “너희들, 내가 지시 한 번 내리면 없앨 수 있는 거야”라는 식인 거다.

: 그런데 구본홍 사장은 징계조치 이후 있었던 국정감사 질의에서 “<돌발영상>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임장혁
: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다. 누군가를 폭행해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사람에게 “왜 그랬냐, 어떻게 할 거냐”라고 추궁했더니 “내가 저 사람만은 꼭 살려놓겠다”고 하는 궤변 같은 거다.
정유신 : 단순히 이번 징계 조치로 팀원 세 명 중에 두 명의 방송 제작이 불가능하게 만든 것 뿐만이 아니라 그 전부터 인사위원회 과정을 통해 <돌발영상> 제작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왔다. 구본홍 씨의 그 말대로라면 사원들을 징계하는 것보다 <돌발영상>을 방송하고 지키는 게 우선이어야 할 텐데, 과감하게 프로그램을 접어버리고 징계를 내리고 노조를 압박하고 사원들을 협박하는 부분에만 집중한 것만 봐도 그 답변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다.

: 그렇다면 지금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임장혁
: ‘대선 특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은 YTN의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하나다.

: 그러나 징계조치 이후 마지막으로 방송된 ‘블랙 코미디’ 편에서는 현재 YTN의 상황에 대해 국정감사장의 국회의원들이 “케이블 채널 내부의 문제”, “그저 그런 문제”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정유신
: 현 정권 측에서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얘기하며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하지만 사실 그 뒤에서 <돌발영상>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치인들은 <돌발영상>에서 잘 먹히는 부분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평상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면 어떤 여권 인사들은 “왜 나를 안 써주냐”고 할 정도다. 약간 코믹한 상황일 때 <돌발영상>에 등장하면 행여 좀 비판을 받더라도 자기 얼굴이 나오는 게 좋으니까. 그런데 또 다른 면에서는 <돌발영상>이 정치에 대한 풍자, 특히 대통령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데 대해 “이러면 재미없다. <돌발영상>도 없앨 수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 있었다. 그러니까 앞에서는 <돌발영상>의 의미를 축소하고 케이블 채널의 경영 문제라고 표현하지만, 뒤로는 <돌발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자기들이 가져가려고 하면서 위협이 된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면 “너희들, 내가 지시 한 번 내리면 없앨 수 있는 거야”라는 식인 거다.

 

: 그런데 구본홍 사장은 징계조치 이후 있었던 국정감사 질의에서 “<돌발영상>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소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임장혁
: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다. 누군가를 폭행해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사람에게 “왜 그랬냐, 어떻게 할 거냐”라고 추궁했더니 “내가 저 사람만은 꼭 살려놓겠다”고 하는 궤변 같은 거다.
정유신 : 단순히 이번 징계 조치로 팀원 세 명 중에 두 명의 방송 제작이 불가능하게 만든 것 뿐만이 아니라 그 전부터 인사위원회 과정을 통해 <돌발영상> 제작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왔다. 구본홍 씨의 그 말대로라면 사원들을 징계하는 것보다 <돌발영상>을 방송하고 지키는 게 우선이어야 할 텐데, 과감하게 프로그램을 접어버리고 징계를 내리고 노조를 압박하고 사원들을 협박하는 부분에만 집중한 것만 봐도 그 답변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다.

 

: 그렇다면 지금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임장혁
: ‘대선 특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은 YTN의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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