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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고지' 환희도 잠시…천당서 지옥으로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08. 10.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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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000 붕괴 금융시장 `아노미'

[연합뉴스]


24일 코스피지수가 3년4개월 만에 1,000선이 붕괴하면서 전날보다 110.96포인트(10.57%) 급락한 938.75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증권선물거래소 홍보관 내 전광판의 모습.

 

 `손 쓸 방법이 없다' 24일 종합주가지수 1,000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금융과 건설을 아우르는 정부의 전방위 대책에도 실물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시장의 `패닉'(공황상태)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신흥국가는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는 경기 둔화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가 나오고 있어 당분간 기력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추가적인 국제 공조와 정부의 새로운 대책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아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한 만큼 지나치게 과민 반응해 금융시장의 위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시계제로'..증시 붕괴

24일 코스피지수는 10% 넘게 폭락하며 3년4개월 만에 1,0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지수는 300선이 붕괴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급등하면서 10년4개월 만에 최고치인 1,420원대로 올라섰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의 경색이 풀리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이 지속되는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국 시장이 자금 회수를 위한 무대가 되면서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더 크게 흔들렸다. 한국 경제에 대한 일부 해외 언론의 과장되거나 부정적인 보도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에서 국내 은행들의 신용 위험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정부가 외화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20일에 하루 하락한 뒤 다시 오르고 있다.

전날 수출입은행이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지만 외화 조달 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22일 기준 국민은행이 발행하는 5년 만기 외화채권의 CDS 프리미엄은 6.43%로 전날보다 0.69%포인트 올랐으며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외환시장에서 지난달 말에 하루평균 80억 달러에 이르던 외환 거래량은 최근 20억~30억 달러로 위축됐고 스와프 베이시스(1년물 기준)는 9월 말 -3.0에서 이달 23일 -5.1로 커졌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달러 조달이 어렵다는 뜻이다.

실물경제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3.9%를 기록해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성장률이 정부가 예상한 5% 안팎보다는 크게 낮은 3%대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고용과 주택 압류 등 경기지표도 나빠지고 있고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사정이어서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악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을 뒤덮은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바닥 예측 못한다..불안 지속"

전문가들은 국내외 불안 요인의 확대로 추락하는 금융시장의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푸르덴셜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1,000선이 깨졌는데 투자 심리의 위축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금융권의 신용경색 문제가 정부의 잇따른 조치에도 해소되지 않아 주가의 바닥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증시에서 매수 세력이 없는데다 외부적으로 신흥시장 국가들의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한국도 신흥시장의 하나로 분류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주가는 급락해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조치로 국제 금융시장이 진정되기 전에는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투자자들이 이런 장세에 휩쓸려 공포감을 더 키우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외국인의 주식 투매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구제금융 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11월이나 12월 기점으로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의 여건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고 자금 환수 차원이어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급속히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일본,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소속 10개국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800억 달러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이 향후 금융시장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주가가 폭락하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2조 원을 긴급 수혈했는데 이를 확대할지와 실물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에 눈길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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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고지' 환희도 잠시…천당서 지옥으로

 

<세계일보>

 

89년 첫 1000돌파… 98년 환란직후 280까지 밀려

작년 펀드열풍 타고 18년만에 2000선 등정 불구
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에 속절없이 무너져
  • 환희는 언제나 잠시 뿐, 마치 인생처럼. 2007년 7월25일 오후 3시. 정규장이 끝나자, 증권사 객장 시세판에는 2004.22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1989년 3월31일 1000선을 처음 돌파한 코스피지수가 18년4개월 만에 2000선에 돌파한 것이다. 증권사 객장 곳곳에선 직원과 투자자들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일부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시루떡을 돌렸다. 특히 10월31일엔 2064.85를 찍으며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급격히 번지면서 1년여 만에 세자릿수로 유턴했다.

    코스피지수는 24일 전날보다 무려 110.96포인트(10.57%) 빠진 938.75로 장을 마쳤다. 3년4개월 만에 1000선마저 내주고 세자릿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가 2000 고지에 오른 지 1년3개월 만이고, 최고치 경신(2007년 10월31일)을 기준으로 하면 11개월여 만이다.

    1980년 출발 이래 한때 93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서울올림픽을 앞둔 87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89년 3월31일 처음으로 1000선을 돌파했다. 물가안정과 3저 호황을 바탕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여기에 88올림픽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증시가 크게 뛴 것이다.

    94년 9월16일 1000선을 넘어섰지만 1997년 11월 외환위기란 국난을 맞으면서 98년 6월에는 한때 280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또 2000년부터 2001년 9월까지 코스피지수는 IT(정보기술) 버블 붕괴와 미국 9·11 테러 여파로 55.7% 급락하며 ‘동면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3월부터 코스피지수는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저금리와 점진적 경기 회복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주가는 2005년 7월28일 마지막으로 1000을 돌파했다.

    특히 적립식 펀드와 해외펀드 열풍이 불면서 2007년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져 4월9일 1500을 넘어선 뒤 1600(5월11일), 1700(5월31일), 1800(6월 18일), 1900(7월12일)선을 넘어 2000 고지를 등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 국내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24일 마침내 1000선 아래로 밀려났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이날 520조원으로 떨어지며, 지난해 10월31일(1140조652억원)에 비하면 반 이상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데도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 참여자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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