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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여 질 것은 말해져야 한다"

한라의메아리-----/주저리주저리

by 자청비 2009. 1. 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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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논객 `미네르바' 마침내 구속되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씨가 10일 마침내 구속됐다. 범죄혐의는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으로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다. 법원은 영장 발부 이유에 대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외환시장 및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사안의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에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손해를 본 소외된 약자를 위해 글을 썼을 뿐 공익을 해할 의도나 개인적 이익을 취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또 검찰이 문제 삼은 글을 모두 자신이 작성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앞으로 박씨가 글을 쓴 동기와 배경, 공범 또는 주변인물이 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난해 말 월간지 신동아에 기사가 게재된 경위가 드러나야 할 것이다.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씨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전망한 신동아의 기사로 인해 자신의 글이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심각한 문제로 두드러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네르바가 글쓰기 중단을 선언하고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가던 시점에서 신동아에 장문의 글이 대대적으로 실리면서 다시 미네르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로 미뤄볼 때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이고 신동아에 게재된 기사가 박씨의 동의없이 이뤄졌다면 신동아에 실리게 된 경위와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을 경우 일부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이 더욱 힘을 받을 수도 있다.

 

각설하고 과연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일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공고와 전문대를 나온 30대 백수라서'가 아니다. 만에 하나 검찰이 갈수록 확산되는 '미네르바 논란'을 잠재울 요량으로 엉뚱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면 그 책임은 아마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검찰 조사가 맞다해도 그에 대한 수사 및 구속이 과연 공정한 법집행인가 하는 비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자유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구속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익을 파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지만 미네르바의 글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공익에 반하는 목적의식을 갖고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알렸다고 볼 수는 없다. 또 미네르바의 글로 인해 누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있다면 아마도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나머지 미네르바를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만들어버린 정부내 경제부처 관료들이 받은 스트레스 정도였을 것이다.


만약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에 대해 검찰이 미네르바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구속돼야 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면 누리꾼들이 어디 주눅 들어서 건전한 비판의 글을 올릴 수 있겠는가. 벌써부터 자신의 글을 일부 삭제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 더구나 사이버모욕죄까지 도입한다고 하니 앞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은 목숨을 내걸고 해야 할 일이다. 과연 지금이 21세기 대한민국이 맞는걸까?


이번 미네르바의 구속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지나치게 엄격한 법 적용은 결과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생산적인 토론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만약 실정법을 위반했더라도 사이버공간의 표현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활발한 국민적인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제기된 글은 누리꾼들간 토론에 의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얻기위해 일개 누리꾼을 구속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미네르바가 제기하는 내용들이 너무 정곡을 찔러서 가슴을 아프게 했던 때문일까. 아니면 '광우병파동'으로 빚어진 촛불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미리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닌지? 이도저도 아니면 더 이상 권력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유신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인지?  그러나 우리는 지난 역사의 경험을 통해 건전한 비판이나 평화적 제안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있다.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말하여 질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확실히 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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