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주력 2030에서 4050으로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생산현장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일터에서 20~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가파르게 줄고 있는 반면 50세 이상 비중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령화와 저출산로 인구 구조가 바뀌고 있는 데다 ▲경기불황으로 젊은층의 취업이 어렵고 ▲고학력 젊은이들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오랫동안 취업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터의 노령화는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20∼30대 비중 갈수록 낮아져
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취업자 100명당 20~40대 비중은 1998년 75.6명에서 지난해 69.8명으로 10년간 5.8명이 줄었다. 이 비중이 7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비중이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취업현장에서 20~30대 비중은 100명당 52.3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42명으로 줄었다. 40대 취업자 수는 이 기간 22.2명에서 27.8명으로 늘었고, 50대 이상 취업자 수도 22.8명에서 29.4명으로 늘어났다.
취업자 가운데 젊은 층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무엇보다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저출산과 평균 수명 연장으로 20.30대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층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고용창출 효과가 적은 수출과 정보통신(IT) 위주로 개편된 점,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더욱 나은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취업을 미루는 점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은 "인구 구조적으로 1955∼63년생인 1차 베이비붐 세대, 즉 현재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인 계층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체 취업자의 나이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 20~40대 취업자 추이
※ 20~ 30대 취업자 (단위 : 천명)
┌────┬─────┬────┬─────┐
│ 연도별 │ 20~ 39세 │연도별 │ 20~ 39세 │
├────┼─────┬────┼─────┤
│ 1996 │ 11,366 │ 2003 │ 10,520 │
├────┼─────┼────┼─────┤
│ 1997 │ 11,360 │ 2004 │ 10,501 │
├────┼─────┼────┼─────┤
│ 1998 │ 10,419 │ 2005 │ 10,329 │
├────┼─────┼────┼─────┤
│ 1999 │ 10,358 │ 2006 │ 10,197 │
├────┼─────┼────┼─────┤
│ 2000 │ 10,627 │ 2007 │ 10,027 │
├────┼─────┼────┼─────┤
│ 2001 │ 10,624 │ 2008 │ 9,904 │
├────┼─────┼────┼─────┤
│ 2002 │ 10,698 │ - │ - │
└────┴─────┴────┴─────┘
※ 전체 취업자 대비 20~ 49세 비율
┌────┬───────┬────┬──────┐
│ 연도별 │ 20~49세(%) │ 연도별 │ 20~49세(%) │
├────┼───────┼────┼──────┤
│ 1996 │ 76.1 │ 2003 │ 74.7 │
├────┼───────┼────┼──────┤
│ 1997 │ 75.7 │ 2004 │ 74.1 │
├────┼───────┼────┼──────┤
│ 1998 │ 75.6 │ 2005 │ 72.8 │
├────┼───────┼────┼──────┤
│ 1999 │ 75.2 │ 2006 │ 71.7 │
├────┼───────┼────┼──────┤
│ 2000 │ 75.1 │ 2007 │ 70.5 │
├────┼───────┼────┼──────┤
│ 2001 │ 75.1 │ 2008 │ 69.8 │
├────┼───────┼────┼──────┤
│ 2002 │ 74.6 │ - │ - │
└────┴───────┴────┴──────┘
(자료: 통계청 고용동향)
◇ 생산 노령화 가속 전망
이러한 취업 현장에서의 노령화 현상은 올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취업자 수가 올해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취업자 증가 수는 2007년 28만2천 명에서 지난해 14만4천 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상당수 연구기관은 신규 취업자가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처음으로 5만∼10만명 정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업황이 심각한 업종에서는 신규 채용이 아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2007년에 500명을 뽑은 이후로 신규채용이 없었다. 이 회사는 현재 일자리 나누기의 하나로 직원들이 무급 휴가를 떠나고 있어 올해도 신규채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건설, 조선업계 역시 채용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매년 수백 명씩 채용했던 은행들도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신규 채용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손민중 연구원은 "앞으로 건설, 조선사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신규 채용 여력이 떨어지고 20~30대 신규 취업은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성장잠재력 하락 요인"
전문가들은 취업자들의 고령화는 생산성 저하와 임금상승 등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잠재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배성종 과장은 "나이가 많을수록 신규 기술 취득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손 연구원은 "생산현장의 중축인 20~30대가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경제의 주변부를 맴돌게 돼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전반적인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의 금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고령층과 젊은층이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으로 취업 계층의 활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있는 고령층을 당장 내보내면 자영업이나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초땡 이퇴백 부친남'을 아시나요
취업난.불황 반영한 신조어 '홍수'
<연합뉴스>
삼초땡, 이퇴백, 실업예정자, 고용빙하기, 부친남….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취업난과 고용 불안 세태를 빗댄 새로운 유행어들이 외환위기 전후와 마찬가지로 다시 쏟아지고 있다.
◇ '고용빙하기' 대학졸업반은 '실업예정자'
4일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작년 하반기 이후 취업시장과 직장생활에 등장한 신조어를 정리한데 따르면, 최근 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들을 '실업예정자', '졸업 백수'라고 부른다. 불황 속에 채용 규모가 크게 줄어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가 없는 백수 신분이 예정돼있다는 자조적 의미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스펙(학력.외국어.학점 등 취업 요건)'이 된 것은 오래 전 일이고, 스펙을 키우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 값을 올리는 '에스컬레이터족'과 토익.취업 강좌 등을 찾아다니는 '강의 노마드(유목민)족'도 일반적이다.
위축된 고용 시장을 비유하는 용어도 이제 '고용 한파'로는 모자라 '고용 빙하기'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청년 실업 100만 시대', '100만 백수 가장 시대'는 이제 심각한 고용 실상을 함축하는 상용구로 자리잡았다. 청년 구직자들은 '88만원 세대'에서 '인턴 세대'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앞 길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인턴쉽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지만, 어렵게 인턴 자리를 얻어도 정규직 전환은 꿈꾸기 어렵고 한시적 공공근로자, 단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게 고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당 수 젊은이들은 일찌감치 취업을 포기한 채 고시로 눈을 돌려 '방살이(고시원 쪽방 생활)'를 전전하기도 한다.
◇ '삼팔선, 이태백'은 옛말..'삼초땡, 이퇴백'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직후 유행했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에 이어 최근에는 20대에 스스로 직장을 뛰쳐나오는 '이퇴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고 보자'는 급한 마음에 취업했다가 적성이나 근무조건이 맞지 않아 조기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대상 연령대를 나타내는 속어는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를 다니면 도둑놈),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삼팔선(38세까지 구조조정)을 거쳐 급기야 최근에는 '삼초땡'에 이르렀다. 30대 초반이면 명예퇴직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장을 잃거나 월급이 깎인 것도 모자라 연봉 많고, 아내에게 자상하며, 얼굴도 잘 생긴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과 비교당하는 남편들의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직한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신체적, 정신적 이상을 겪는 '은퇴 남편 증후군'도 아내들 사이에서 더 이상 낯선 병명이 아니다.
◇ 회식 분위기 띄우는 '오피스 아이돌'
달라진 직장 생활 풍속을 반영하는 신조어들도 많다. 회식 자리에서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는 직장인은 회사 안에서 10대 아이돌 스타만큼 인기를 누리며 '오피스 아이돌'(사무실의 우상)로 불린다. 직장에서만큼은 실제 부인, 남편보다 더 친밀한 '오피스 와이프(사무실 부인', '오피스 허즈번드(사무실 남편), '오피스 스파우즈(사무실 배우자)를 두는 직장인들도 늘어 지난해 큰 화제가 됐다.
이밖에 자가용을 두고 버스(Bus), 자전거(Bicycle), 지하철(Metro), 도보(Walk)로 이동하는 이른바 'BMW족'과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폼나게 빌붙는 '웰빈족'도 경제난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새로 등장한 용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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