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 有無따라 행복지수는 2배 차이
[행복하게 사는 법] <1> '한국인의 행복' 여론조사
국민 평균 행복수준 14… 10 이하면 불행
연령·성별·교육 수준·종교 유무는 영향 미미
한국일보는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2월2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관련된 17개 문항의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 일반 국민들의 행복에 관한 본격적인 조사라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공인된 행복 수준 측정 척도인 생활만족도와 주관적 안녕감을 통해 우리 국민의 행복 수준을 들여다보았다는 점과, 행복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중요한 관련 변인들을 거의 모두 다 망라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독자들은 이번 조사에서 사용된 행복 측정 문항 4개의 점수를 합쳐서 자신의 행복 정도를 지금 즉시 확인해볼 수 있다. (행복 측정문항 표 참조)
이번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행복 수준은 14.37로 나타났다. 본인의 점수가 14점 정도라면 평균 정도의 행복 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10점이나 그 이하면 하위 10%로 상당히 불행하다고 느끼는 수준이고, 17점 이상이면 상위 80% 수준, 19점 이상이면 상위 90% 수준으로 대단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어떠한 요인들이 우리의 행복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구통계학적인 변인과 여러 심리적, 행동적 변인을 모두 포함시켜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연령, 성별, 교육 수준, 결혼 여부, 종교 유무 등은 행복 수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서의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들과 일치한다.
반면 행복 수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지수 평균은 16.6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거의 없는 사람들의 행복지수(8.9) 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하는 마음이 적은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이든 500만원 이상이든 아주 낮았으나(8.0 ~ 10.3) 감사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 높은 것으로(15.7~17.1) 조사됐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감사하기가 행복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대단히 뜻 깊은 일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최신 학문 분야인 긍정심리학은 행복의 요건으로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성취감이나 자존감, 쾌락, 만족감보다 훨씬 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감사와 행복의 관계가 서구 문화만의 특징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 문화에는 감사하기가 그다지 일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감사하기와 행복의 관계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 넘는 보다 근본적인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은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은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제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필자는 행복 특집 기사 연재를 통해 긍정심리학에서 개발된 감사하기의 다양한 훈련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감사하기 훈련을 3주 정도만 실시하면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효과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감사하는 마음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하다는 주관적 느낌, 스스로의 능력을 신뢰하는 유능감, 역경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탄력성), 스스로의 삶을 주관적으로 살아가는 느낌 (자율성), 가계 소득수준, 친한 친구가 많음, 즐겁고 환한 표정으로 나타나는 긍정적 정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몰입의 정도, 규칙적 운동 등. 그러나 낙관주의적 성격이나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교성은 행복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유능한가
"보통" 53% "그렇다" 28%
행복 수준과 관련된 13개 설문 가운데 기준 점수(5점 만점)로 살펴볼 때 긍정적 답변이 가장 높은 항목은 인간 관계를 평가하는 '관계성'(4.00점)이었고 가장 낮은 항목은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능성'(3.14점)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유능하다고 느낀다'는 설문에 '보통이다'라는 대답은 53.6%로 가장 많았다. 반면 '그렇다'는 28.3%, '그렇지 않다'는 17.7%였다. 연령ㆍ직업ㆍ소득별로 보면 '그렇다'는 긍정적 답변은 30대(40.4%) 화이트칼라(43.5%) 월소득 401만~500만원(50.5%) 등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60세 이상(16.7%) 농ㆍ임ㆍ어업 종사자(9.5%) 월소득 100만원 이하(19%)에서 긍정적 답변이 적었다.
관계성을 측정하는 '나는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을 정말로 좋아한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무려 73.1%나 됐다. 반면 '보통이다'는 대답은 22.9%였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긍정적 답변은 20대, 학생, 대구ㆍ경북에서 상대적으로 많았고 40대, 농ㆍ임ㆍ어업, 호남권에서 적은 편이었다. '나에게는 친한 친구가 많다'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대답이 46.7%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다'는 38.3%, '그렇지 않다'는 15.0%로 나타났다. 20대, 학생, 고소득층에서 긍정적 답변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60대 이상, 무직, 저소득층에선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회복 탄력성을 측정하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 생겨도 나는 잘 헤쳐나갈 자신이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67%, '보통이다'는 23.8%, '그렇지 않다'는 8.9%로 나타났다. 긍정적 답변은 40대, 화이트칼라, 충청권에서 많은 편이었고, 60대 이상, 무직, 대구ㆍ경북에서 상대적으로 적었다.
나는 행복한가
"삶에만족" 57% "낙관적" 55%
자신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감사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 중 각각 65%에 이르렀다.
'나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20.6%, '그런 편이다'고 대답한 사람은 44.4%였다. 반면 '그렇지 않은 편이다'(8.4%)와 '전혀 그렇지 않다'(1.4%)를 합친 부정적 답변은 9.8%에 불과했다. '보통이다'는 25.2%였다. 대체로 연령이 낮을수록, 월소득이 높을수록 행복하다는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란 설문에도 긍정적 답변이 65.1%였으나 부정적 답변은 5.9%에 그쳤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이 많다'는 설문에는 6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25.4%, '그런 편이다'는 39.6%였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그렇지 않은 편'(6.8%) '전혀 그렇지 않다'(1.3%)를 합쳐 8.1%에 그쳤다. '보통이다'는 26.8%였다. 감사할 일이 많다는 응답은 개신교(79.6%)와 가톨릭(72.7%) 신자들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서울(72.6%) 인천ㆍ경기(71.7%) 화이트칼라 직업(69.5%)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나는 내 삶에 만족한다'는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는 '그렇다'는 답변이 57.3%였으나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여러 조건은 훌륭한 편이다'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모두 35.5%였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17.6%였다.
'나의 성격이 낙관적이다'는 설문에는 절반이 넘는 55.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는 29%, '그렇지 않다'는 15.5%로 조사됐다.
1년전과 비교하면…
"경제심각" 76% "더불행" 13%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7,8명 가량이 경제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서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상 생활 속에서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느끼고 계십니까'란 질문에 '매우 심각하게 느낀다'는 대답은 30.4%, '어느 정도 심각하게 느낀다'는 답변은 45.7%에 이르렀다. 심각하게 느낀다는 대답이 76.1%나 된다는 뜻이다. '별로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다'(19.5%) '전혀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다'(3.1%)를 합친 비율은 22.6%에 불과했다. 모름ㆍ무응답은 1.3%였다. 그만큼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가 우리 국민들 삶 속으로 깊이 침투했다는 의미다.
'심각하게 느낀다'는 대답은 자영업자(82.3%) 호남권(82.7%) 월 소득 100만원 이하(81%)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1년 전과 비교하여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절반 가량인 50.7%가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35.5%로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13.6%)보다 22% 포인트 가량 더 많았다. 더 행복하다는 답변 중에는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10.9%, 약간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24.6%였다. 불행하다는 답변 중에는 훨씬 더 불행이 3%, 약간 더 불행이 10.6%였고, 모름ㆍ무응답은 0.2%였다.
'더 행복하다'는 답변은 30대(46.5%) 호남권(46.2%) 월소득 501만원 이상(42.5%)에서 높게 나타났다. '더 불행하다'는 대답은 월소득 100만원 이하(24.1%)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두 답변의 상관성에 대해 "경제적으로는 매우 어렵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