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말콤 엑스의 별명은 ‘사탄’이었다. 그가 종교를 적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옥살이 하면서 만난 ‘빔비’라는 흑인(독학으로 상당한 지식을 쌓은 무신론자)의 권유에 따라 ‘영어통신 코스’를 시작하고 ‘라틴어 통신강좌’까지 받으면서 말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것이 그에게 찾아온 ‘작은 구원’이었다. 그는 ‘게걸스러운’ 독서광이 되어 감방의 불이 꺼진 뒤에도 복도에서 스며드는 불빛으로 새벽까지 책을 읽곤 했다.
1948년에 말콤 엑스에게 생애 최대의 ‘구원’이 찾아온다(이것이 나중에 그가 암살당하는 비극으로 이어진다고 추정되기는 하지만). 그의 형 필버트가 ‘이슬람 국가’(Nation of Islam, 약칭 NOI)를 소개하는 편지를 보낸 데서 그 구원은 시작되었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말콤의 여러 남매 중 손아래인 레지날드는 가장 열성적인 ‘전도사’였다. “형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담배를 끊으면 감옥에서 나오는 방법을 알려 줄께”라는 그의 글을 보고 흥미를 느낀 말콤은 노포크 교도부락에서 옥살이 하던 기간 내내, ‘검은 이슬람교도들’(Black Muslims)의 지도자인 일라이자 무하마드(Elijah Muhammad, 1897~1975)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독서와 이슬람으로 다시 태어난 말콤 엑스
일라이자 무하마드는 미국 흑인운동사에서 긍정과 부정 양면으로 아주 중요한(나중에 자세히 살펴볼 마틴 루터 킹처럼) 인물이므로 여기서 간략히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조지아주 샌더스빌에서 태어난 그의 원래 이름은 일라이자 풀(Poole)이었다. 그는 말콤 엑스와 그 유명한 프로복서 무하마드 알리(원래 이름은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 그리고 루이 패러칸(Louis Farrakanh, 1933년생. 말콤 엑스의 영향을 받아 NOI에 들어가서 그의 부목사로 일하다가 말콤이 탈퇴한 뒤 NOI의 초대 대변인이 됨)의 종교적 스승이자 삶의 지표였다. 그는 침례교 목사의 아들이었으나 성인이 되자 미국 최초의 이슬람 단체에 들어가서 잠시 활동하다가 1934년에 NOI를 창시한 뒤 급격히 교세를 넓혀 강력한 흑인 지도자가 되었다.
1952년 가석방으로 출옥한 말콤 엑스는 디트로이트의 이슬람 제1사원에서 ‘위대한 스승’ 일라이자 무하마드를 만난다.
나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죄수인 나에게 시간을 내어 편지를 써준 그 위대한 알라신의 사도를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우리 흑인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를 인도하기 위해 그의 생애를 고통과 희생으로 보낸 사람이라고 내가 들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가 말을 시작하자 나는 그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말콤 엑스> 상권, 319쪽)
무하마드를 만나서 설교를 듣고 대화를 하면서 말콤은 독실한 무슬림이 되어 성을 ‘엑스’(X)로 바꾼다. “리틀이란 이름을 가진 푸른 눈의 백인 악마가 그의 성을 나의 아버지쪽 선조에게 붙여준 것 대신에” 이슬람 민족의 성으로 엑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엑스는 노예인 흑인이 선조를 모른다는 의미였다.
일라이자 무하마드의 각별한 신임을 얻은 말콤은 ‘이슬람 국가’에서, 세속적으로 말하면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는 1953년 6월,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1사원 부목사로 임명된 이래 보스턴 제1사원을 개설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한다. 그는 1959년 뉴욕에서 ‘증오가 낳은 증오’라는 제목으로 NOI에 관해 텔레비전 방송을 한 것을 계기로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당연히, 미국 주류사회와 보수세력은 ‘백인은 악마’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말콤을 미국을 전복하려는 ‘불온분자’로 여기게 된다. 연방수사국(FBI)이 그를 도청하고 미행했음은 물론이다. 말콤이 1952년 NOI에 가입했을 때 5백여 명에 불과하던 신도가 그가 탈퇴하기 전인 1963년까지 2만5천여 명으로 늘어난 데는 그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미국 이슬람운동에서 일라이자 무하마드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지도자가 되어 있었다.
백인 배척하던 말콤, 메카 순례 이후 우애와 평화공존을
그러나 마침내 말콤이 무하마드와 결별하고 NOI를 떠나는 시간이 온다. 1963년 11월 대통령 케네디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암살당하자 언론의 논평 요구를 받은 말콤이 ‘자업자득’이라고 대답한 것이 무하마드를 격분시켰다. 무하마드는 말콤에게 6개월 자격정지를 명한다. 결별의 더 결정적인 원인은 무하마드의 간음과 사생아였다. ‘무하마드가 개인 비서들과 간통해서 잇따라 임신하게 했다’는 교단 안의 소문을 믿으려 들지 않던 말콤은 오랜 번민 끝에 당사자들을 만나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하고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을 받고 ‘이슬람 국가’를 떠난다. 이밖에도 그가 무하마드와 결별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은 ‘세계적 스타’가 된 말콤에 대한 무하마드 자신과 교단 간부들의 질시와 모함이었다.
목숨을 바칠 각오로 열중했던 ‘이슬람 민족’ 운동을 떠난 말콤 엑스는 말할 수 없는 고뇌에 빠져 있다가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로 ‘하지’(순례)를 떠난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여러 인종의 무슬림들과 대화하고 기도하면서 ‘백인은 악마’라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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