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행복의 기본수준을 높이는 방법
"내가 가진 장점에 주목하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승진·합격·성공이 행복 가져다 주지 않아
약점 보완 집착땐 행복수준 발전 가로막아
<한국일보>
김주환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
나는 12년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보스턴 대학 조교수로 임용됐다. 대부분의 신참 교수들처럼 6년 뒤에 테뉴어(정년보장) 심사를 받아야 했다. 미국 대학의 테뉴어 심사는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연구 논문을 많이 써내고 강의 평가도 좋아야만 정년보장을 따내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지만 일단 정년보장만 획득하면 그 뒤론 논문 한 편 안 써도 평생 철밥통을 보장받게 된다. 통과하지 못하면 보따리를 싸야 한다. 그래서 정년보장 심사를 앞둔 조교수들의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조교수들은 테뉴어만 통과하면 평생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한 착각임을 증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스웨스턴 대학이 테뉴어 심사를 몇 달 앞둔 교수 수십 명의 행복 수준을 측정한 적이 있다. 그리고는 테뉴어 심사 결과 직후에 이들을 다시 찾아가 행복 수준을 조사했다. 물론 테뉴어를 통과한 교수들의 행복 수준은 매우 높아졌고, 실패한 교수들은 상당한 불행감과 실의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석 달 뒤 이들의 행복 수준을 다시 측정한 결과는 달랐다. 놀랍게도 모든 교수들의 행복 수준은, 테뉴어 심사를 통과했건 실패했건 상관 없이, 원래 자신들이 지녔던 기본적 행복 수준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교수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테뉴어 통과 여부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석 달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어디 교수뿐이겠는가.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러한 착각에 종종 사로 잡힌다. 고3 수험생들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시원에 틀어박혀 와신상담하는 고시생, 임원 승진을 기대하는 회사원, 장군 승진을 앞둔 군인. 이성에게 구애하는 처녀 총각, 로또 당첨을 바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만 이뤄지면 영원히 행복해질 것 같다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인생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들에 의해 나의 행복이 결정되리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18세에서 60세에 이르는 성인남녀 수 백 명을 상대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저마다 일정한 행복 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했을 때 혹은 결혼하거나 아이를 갖게 되었을 때 그 불행감이나 행복감의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심지어 로또에 당첨되거나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사람들도 일시적으로 행복감 혹은 불행감에 젖었다가는 다시 본인의 고유한 행복의 기본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기껏해야 한시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의 본래 행복수준으로 되돌아가는 탄력성을 지녔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행복의 자동온도조절장치라고 부른다.
원래 밝고 명랑한 사람은 행복의 기본수준이 높고, 좀 우울한 사람은 기본수준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이 기본수준을 중심으로 좋은 일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더 행복해지고 나쁜 일이 있으면 더 불행해지지만,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의 기본 수준으로 되돌아 온다. 따라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복의 기본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
물론 행복의 기본 수준은 일차적으로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선천적인 음치도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행복의 기본 수준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높일 수 있다.
비교의 대상은 내 주위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나다. 2009년 1월 현재 나의 행복수준보다 앞으로 6개월 뒤, 일년 뒤의 행복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치중하도록 교육을 받아 왔다.
현대의 교육시스템은 평균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든 방면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 평범한 교양을 지닌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지상 과제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앞서 갈 것인가 보다는 어느 면에서든 뒤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도록 교육 받았다.
하지만 약점에 집중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자기 발전도 없고 행복도 없다. 그러한 노력이 성공한다 해도 기껏해야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마는데 그친다.
각자의 잠재력은 개발해야 현실화되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의 장점을 외면하고 성장을 방해한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잘난 척"이라 하여 금기시되어 왔다. 심지어 "너 잘났다"라는 말은 비아냥이나 비난의 뜻으로 변질돼 버렸다.
최근 긍정심리학의 연구 성과는 약점에 집착하기 보다는 강점에 집중하라고 역설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에 집중해서 그것을 더욱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나 노벨상 수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문이나 문화 예술 분야에서 창의적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장점을 더욱 더 키워나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우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즐거움과 성취와 보람을 느끼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이다. 강점을 발휘하는 삶을 통해서 우리는 행복의 기본 수준을 점차 올릴 수 있다.
마틴 셀리그만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강점 24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강점들 중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