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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언론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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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9. 2. 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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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괴벨스 망령’ 한국 떠도네

한겨레 

 

»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미디어 관련 법안은 언론을 군사정권 시대의 야만적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높아가고 있다. 한국 군사정권의 언론통제는 군국주의 일본의 언론통제를 물려받은 것이었고 일제는 나치 독일을 본떴다. 나치 독일 선전상 괴벨스는 언론을 정부 손안에 든 피아노라고 했다. 
<한국의 언론통제〉
김주언 지음/리북

 

 

“언론은 정부 손안의 피아노”
나치 괴벨스 언론관 떠올리게 해

 

» 〈한국의 언론통제〉
“대중은 거짓말을 듣고 처음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결국 믿게 된다.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라디오로 반대파 등의 영혼을 파괴하였다.”

 

권력자가 두드리는 대로 소리를 내면서 정치적 반대자들의 영혼을 파괴하는 언론. 나치 독일의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의 이런 언론관을 구현한 지구상의 많은 문제국가들 중에 가장 뛰어난 모방자는 군국주의 일본이었고, 일본식 언론통제의 가장 탁월한 계승자는 한국 군사정권이었다. 1986년 9월6일 당시 해직기자들이 주축이 된 재야 언론운동 단체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 기관지 <말> 특집호 <보도지침: 권력과 언론의 음모-권력이 언론에 보내는 비밀통신문>은 언론 역사에서 길이 기억될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사회면에서 다루되, 비판적 시각으로 해 줄 것. 단, 사진은 구호나 격렬한 플래카드 등이 담긴 것은 피할 것.” “치안본부 발표 ‘최근 학생시위 적군파식 모방’ 발표문을 크게 다뤄줄 것, 특히 ‘적군파식 수법’이라는 제목을 붙여 줄 것.” “일체 보도하지 말 것.” “전 대통령 ‘수출의 날’ 치사, 1면 톱으로 보도할 것.” “이 보도한 ‘86 한국경제 악화 가능성’ 기사는 취급하지 말 것.” ‘~말 것’과 ‘~할 것’은 정확하게 이행됐다. 야근하다 편집국 서무 책상 위에 검정 표지로 철해져 있던 그런 보도지침들을 몰래 복사해 언협에 넘긴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는 회사에서 쫓겨나 징역살이를 했다.

 

기자가 된 지 30년. 산전수전 다 겪은 55살 나이의 베테랑 언론운동 투사 김씨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통제 방식이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때처럼 임의연행이나 폭행, 고문 같은 물리력 동원은 아직 없지만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관 동원방식은 동일하다.” 그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최근 발언과 국정원법 개정 움직임에 특히 신경을 곤두세웠다.

 

괴벨스는 라디오로 정적들의 영혼을 파괴했지만 지금은 위력이 비교할 수 없이 증폭된 텔레비전과 인터넷 사이버 시대. 지난 연말 정부 여당이 ‘속도전’을 외쳤던 미디어 관련 7개 법안, 이른바 ‘7대 언론악법(MB 악법)’ 처리는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인과 독자들을 위력으로 순치시키기 위한 책략이라고 김씨는 주장한다. 700쪽에 가까운 <한국의 언론통제>(리북 펴냄)를 내면서 그는 ‘언론통제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길 염원하며’라는 부제를 붙였으나 그의 말대로 그럴 가망이 없어 보인다. 광고 탄압까지 동원된다면 지난 30년 동안 싸워 얻어낸 언론민주화는 볼장 다 본 셈이 된다.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잘 나가는 영어교재 지은이 조화유씨는 1970년대 초반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 시절 중대한 정보를 놓친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Central Ill-Informed(정보가 형편없다는 뜻) Agency’라며 비아냥거린 미국 주류언론 보도를 ‘해외화제’로 전하면서 이를 ‘중앙 무지부’라 옮겼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날 밤 그는 남산(중정)으로 끌려가 밤새 협박당하며 조사받았다. 미국 중앙정보국에 대한 비아냥은 한국중앙정보부를 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얘기를 전한 당시 조씨의 동료 신홍범(언론자유운동에 동참했다가 결국 해직당했고 <보도지침> 폭로의 ‘공범’이 됐다)씨는 “권력은 이런 폭력의 공포가 가져오는 효과를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언론인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자기검열을 내면화하게 만드는 ‘공포효과’. 협박전화, 프레스카드(기자증) 발급 거부, 징계, 연행, 폭행, 고문, 구속, 해고가 자행되는 한편으로 세금 감면과 고액 봉급, 대출 특혜, 승진, 거액의 떡값이 주어졌다.

 

군사정권 기간을 중심으로 박정희 정권 이후 이명박 정권까지 역대 한국 정권의 구체적인 언론통제 실상과 이론을 종합적으로 다룬 <한국의 언론통제>가 원용한 독일 커뮤니케이션 학자 말레츠케의 이론에 비춰보면, 언론인들에 대한 이런 대인 통제는 커뮤니케이터 통제다. 제2단계 통제는 보도지침 등을 통해 기사 내용을 조작하거나 막는 메시지 통제고 그 다음은 언론사 강제 매각이나 강탈, 폐간, 광고 탄압, 특별융자 혜택 등을 구사하는 미디어 통제, 마지막이 사이버 모욕죄 등을 휘두르는 수용자 통제다.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엠비 악법’의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상파와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을 신문사와 대기업, 외국자본도 소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포효과’를 배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사찰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정원법 개정 움직임도 덧붙는다. 정치사찰은 언론사찰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게 김씨 생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디어산업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냥 미디어가 아니라 누가 소유한 미디어냐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돈 많은 대자본과 유력 독과점 신문사들한테 방송 소유를 허용함으로써 비판언론들을 도태시키는 수법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이언제언(以言制言). 규제 완화와 소유 개방으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쪽은 미디어 전체가 아니라 친정권 독과점 미디어다.

 

조중동 불매운동과 광고주 상품 불매운동을 벌인 누리꾼과 광우병 쇠고기 위험성을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수첩팀 수사, <한국방송>·<와이티엔> 사장과 이사들의 무리한 교체와 이에 반대하는 사원들 전보 또는 추방, 기자들 성향 조사, 대선캠프 특보들 낙하산 투하, 국정원 2차장이 참석하는 언론대책회의. 말레츠케 모델 4단계에 따른 전면적 통제가 시작됐다. 책은 이런 지금과 20년 이전 과거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준다. 괴벨스의 망령이 지금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 지은이와 함께 |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

 

“국정원법 개정되면 언론사찰 가능”

 

<한국의 언론통제>는 1판보다 2판이 시중에 먼저 나왔다. 초판 발행일이 지난해 12월22일로 돼 있는데, 책을 마무리할 무렵까지는 ‘엠비 악법’이 아직 세상을 들쑤셔 놓진 않았다. 미디어 관련 입법 강행을 “전방위적 언론통제를 위한 쿠데타 없는 민간 파시즘”의 대두로 파악하고 있는 김주언씨는 급박한 현장을 빼놓고 책을 낼 순 없었다. 이미 찍은 초판을 창고에 넣어둔 채 개정판(2판) 작업을 서둘렀다. “국정원을 동원하여 언론을 사찰하고, 인터넷을 옥죄어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고, 재벌방송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만을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였다.” 그는 “전두환 옷을 입고 박정희를 닮으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

“방송법이나 신문법 쪽에 사람들 관심이 쏠리지만 진짜 겁나는 건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것, 휴대전화와 인터넷도 쉽게 감청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그리고 국정원이 언론인 사찰을 공공연히 자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정원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하고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반의사 불벌죄’ 규정의 사이버 모욕죄가 제정되면 “미네르바나 ‘명텐도’니 ‘명박도’ 같은 건 다시 보기 힘들 것”이고 국정원법까지 개정되면 “무서울 것”이라고 했다. 30년 언론계 종사자의 체험이 실린 얘기다. “그렇게 되면 언론통제는 전방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행법이 대기업이나 독과점 신문사들의 방송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겸영 금지)는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와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 분야 진출만 제한되고 있을 뿐 케이블이나 위성 텔레비전 방송은 개방돼 있고, 실제 재벌과 유력 신문사들이 그 분야에 대거 진출해 있다.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한 수익성 제고, 고용 창출이라는 면에서도 보도방송은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정권에 유리한 여론 조성, 미디어 통제를 노린 정치적 의도”라는 것이다.

 

주요 신문사들이 지상파 상업 텔레비전 방송들을 겸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일본 패전 뒤 미 점령군 당국이 통치 편의를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미국에서도 신문·방송 겸영 시도가 있었으나 의회와 시민단체들 반대로 무산됐다. 그리고 일본 상업방송들 수준이 한국 방송들보다 더 낫다고 보지 않는다. 굳이 그걸 모방할 이유는 없다. 미국 <폭스뉴스>를 보라. 민영화되면 시청률 경쟁에 사활을 걸 것이고 그에 따라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오락화, 우중화, 탈정치화로 건전한 비판기능은 사라질 것이다.” 경쟁은 격화되고 민방 오너들은 재허가권을 쥐고 있는 권력 쪽으로 더욱 기울 수밖에 없게 된다.

 

보수신문들이 특정 정파를 위해 뛰는 정언유착은 김대중 정권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그때까지는 그래도 소속사를 떠나 기자로서의 동료의식이 있었고 편집권 독립이 공통의 화두였다. 하지만 자본의 위세가 거세지면서 비판적 시각을 지닌 기자들은 대부분 떠나버리고 자사이기주의에 찌든 정파적 이해만 남았다.” 그는 “진정한 자유언론이 없다”며 “사주가 아니라 국민이나 국가 전체를 위해 보도한다는 자세가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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