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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들의 민원실 MB식 ‘독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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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9. 2. 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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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들의 민원실 MB식 ‘독대 정치’

[한겨레]

 

가신정치 산물 새정부 들어 부활
격식보다 효율 중시 기업 마인드
노무현 전 대통령땐 '폐단' 우려
참모진 배석시켜 꼭 기록 남겨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의 정두언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을 잇달아 청와대로 불러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의 '독대 정치'가 화제다.

 

국어사전에 독대는 '벼슬아치가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임금을 대하여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이라고 돼 있다. 조선시대 세종은 사관도 물리친 채 독대를 즐겼고, 성종 효종 숙종 때도 독대에 관한 기록들이 전한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배정훈 영산대 교수(행정학과)는 "독대는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주변 정치 실세들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도할 수 있는 통치수단"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독대 상대방 입장에서는 통치자가 옳은 길을 가도록 인도하는 수단인 동시에, 자신의 존재와 위상을 부상·격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인 독대가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집권당을 조정하고 정국 운영을 논의하는 수단으로 독대를 활용했다. 당 사무총장이나 최측근, 정보기관 수장 등을 따로 만나 수시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밀실정치' 논란과 함께 공식 조직을 무력화하는 폐해를 가져왔다. 대통령을 독대한 인사가 밖에 나가 호가호위하는 문제도 생겼다. 김영삼 대통령 때 아들 김현철씨의 비리나 김대중 대통령 시절 동교동 측근들의 전횡 논란이 그것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폐단을 없애고자 독대를 없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국가정보원장의 주례 독대 보고를 없애고, 여당 지도부를 만날 때에도 참모진을 꼭 배석시켰다. 단둘이 만나면 대통령의 의중이 일방적으로 해석돼 외부로 의사전달이 왜곡될 수 있으며, 독대 상대가 제공하는 주관적인 정보가 대통령에게 잘못 입력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노무현 청와대의 한 인사는 "갑작스레 단둘이 만나는 일정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부속실 직원이라도 급하게 불러들여 배석시켜 대화 내용을 메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6년 5월에는 참여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희범 당시 한국무역협회장이 특강에서 "대통령과 독대하기가 힘들어 대통령을 설득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한 언론이 대서특필하자, 청와대가 나서서 "독대는 가신정치, 안방정치의 산물이었기에 폐지한 것으로, 시대의 요구였다"고 반박하는 일이 벌어질 정도였다.

 

그에 비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독대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배석자는 없다. 따라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록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공식·비공식을 합쳐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전 대표,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이재오 전 의원, 정몽준 최고위원, 안경률 사무총장, 정두언 의원 등 사례가 많다. 민주당의 손학규 전 대표와 정세균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 야당 대표와도 공식 회동 뒤 독대를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원장 독대 보고도 필요할 때마다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은 "이 대통령은 바깥의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을 때는 초선·중진 가리지 않고 만나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이라며 "한번 만나면 한시간이 넘도록 붙들고 앉아서 상대방의 속내와 경험, 아이디어를 완전히 뽑아낸다"고 말했다.

 

독대 현장에서 즉시 전화를 걸어 문제점을 바로잡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업인 출신답게, 격식이나 정치적 의미보다는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실용주의가 독대에서도 묻어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독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는 일이 잦자 측근들에게 "무슨 얘기 나눴는지 내일 신문에 다 나올테니 그냥 밥이나 먹자"고 우스개 섞어 불편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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