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광고중단운동 네티즌 전원 '유죄'
법원 "설득 아닌 협박에 의한 업무방해"…항소 방침
CBS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일어난 특정신문에 대한 광고중단운동은 “광고주들에 대한 업무방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단독 이림 부장판사는 19일 광고중단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 등 광고중단 인터넷 까페 운영자 24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광고중단운동 네티즌 24명 전원 '유죄'
재판부는 까페를 개설한 이 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피고인 24명에 대해 운영진으로 활동한 기간과 활동 내역에 따라,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최고 300만 원의 벌금, 선고유예 등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정신문에 광고를 실었던 광고주들은 수백 통의 전화와 수많은 항의글로 인해 심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며 “일부 광고주들은 이유 없이 일방적인 모욕과 욕설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광고중단운동의 결과로 일부 광고주들은 본인들의 의사와 달리 광고를 취소하고, 정상 고객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까페 운영진들이 직접 광고주들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까페 운영진들은 광고주들의 명단을 올리고 전화를 독려하고 운동의 결과를 확인하는 등 업무방해의 공모공동정범의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광고중단운동으로 인해 11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광고주들은 촛불집회 등 사회적 분위기 등에 대한 경영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 조중동에 광고를 중단한 면도 있다"며 180여개의 업체 중 13개 업체 관련해서만 신문들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양형과 관련해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격앙된 촛불집회 분위기에 편승해 광고중단운동을 벌였고, 이들이 운영한 까페 외의 네티즌들도 항의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이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 “설득하는 소비자운동은 가능”
법원은 한편 광고중단운동에 대해 “호소하고 설득하는 소비자운동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재판부는 “언론매체의 소비자인 독자는 언론사의 편집정책을 변경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언론사에 대한 불매운동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며 "광고주 리스트를 인터넷에 게재하거나 소비자로서의 광고주에게 불매의사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즉 "광고 게재 여부를 광고주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범위에서는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와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이나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도 정당한 소비자 운동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당한 소비자운동인 경우에는 그로 인해 운동의 대상이 된 신문사들이 광고가 중단돼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위험으로 신문사들이 감내해야 하는 범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 조·중·동에 대한 광고중단운동은 그 방식이 "설득하는 방식”이 아닌 "협박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유죄"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날 유죄를 선고 받은 24명의 네티즌들은 선고 공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항소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광고중단운동은 정당한 소비자운동이었다”며 “법원이 현 정부와 보수신문의 눈치를 보느라 소비자운동을 억압하는 결과를 내놨다”고 비판했다.
광고중단운동 까페 회원 등 200여 명은 이날 재판정의 방청석을 가득 메웠으며, 재판 시작 전 “소비자 운동 탄압하는 정치검찰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다 법정 경위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8월 이 카페 운영진 등이 신문 광고 게재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주도했다고 보고 이 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1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8명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오마이뉴스]
▲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의 회원들이 만든 걸게그림. 왼쪽에는 허수아비 검사가, 오른쪽에는 '진실변호사'가 마주 서 있고 판사는 두 눈을 가린 채 저울추를 쥐고 있다. 이 날은 저울추보다 가린 두 눈이 더 눈에 띄었다. | |
19일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게재 중단운동을 벌인 누리꾼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끝났다. 사법부에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판결문을 판시하는 판사의 입에서 조중동이 애용하는 '광고주 협박'이라는 말만 나오지 않았을 뿐 내용은 조중동의 사설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판사는 조중동의 논조를 바꾸려는 행위는 개별 독자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판결까지 뱉어냈다.
사법부는 50년 만에 소비자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했다. 앞으로 언론소비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모든 권리 신장 행위는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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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이 끝난 직후 피고로 재판에 참석한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 김대열 회원(벌금 300만원형)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조중동이 이겼고 소비자가 졌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앞으로 두 가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모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감히 말을 꺼내는 자가 없게 된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되며, 자신이 일하는 법원이 정의와 인권의 보루가 아니라 권력의 시녀이자 자동판매기였던 굴욕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됨으로써 국민의 사법불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개탄했다.
언소주의 김성균 대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해 여러 가지 성명서를 준비했지만 오늘 나온 판결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성명서로는 판결의 결과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식 밖의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 의하면 국회의원·교수·일반시민 등 3천여명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언소주 카페를 통해서 이림 판사의 정당한 판결을 바라는 3천여 개의 댓글들을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2월 19일은 재판부가 언론운동에 사망선고를 내린 날임과 동시에 사법부가 권력의 힘에 굴복해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중동 광고불매 재판에 대한 현직 언론인들의 반응
언소주를 돕고 있는 민주시민언론연합과 언론노동조합의 대표들도 재판 현장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했다. 민주시민언론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시대가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이번 재판을 평가했다. 그는 "이명박과 조중동의 시대, 즉 야만의 시대에 언소주 회원들에게 무죄를 준다는 것은 곧 이명박, 조중동 시대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반드시 유죄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적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명박-조중동 정부의 탄압은 계속될 것이지만 오늘의 재판을 밑거름으로 삼아 시대를 극복하는 활로를 모색해야 하며 민언련도 이를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법원 앞에서 또 다시 상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상식에 근거하는 판결이라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데 재판부는 상식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겉으로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해놓고서 이렇게 말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일 따름이라고도 말했다. 자신은 언론인으로서 오늘의 재판이 올바른 언론,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라는 시민들의 채찍질이라고 생각하며 언론인들도 이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자신을 '현직 외신기자'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이라크 전쟁 취재 당시 동료 기자가 머리에 실탄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귀국했지만 이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던 일을 말하며 특히 '시민언론'은 초심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민언론이 살아야 그 나라의 국민들이 살게 되기 때문"이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언론인은 시민운동의 불을 당긴 이상 '정세와 국면' 그리고 적확한 '대중전략'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해달라는 주문을 전달했다. 그에 따르면 조중동과 보수단체, 기업의 일반적인 CEO들은 혈족처럼 유착돼 있기 때문에 그 끈을 끊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한 현직 언론인들의 반응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흩어진 말들을 모으며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은 기성의 논리는 조중동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중동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패러다임의 문제다. 언론시민들에게 잠재적으로 각인된 구시대의 잔재를 걷어내고 언론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다면 조중동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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