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캐스트>
웰빙의 열풍이 몰아친다. 사람들은 무공해 웰빙 음식을 찾는다. 몸과 정신을 위한 웰빙도 인기다. 슬로 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고 차를 타고 달리던 사람들은 조금 더 느리게 자전거타기, 달리기를 시작했다. 등산, 트레킹이 인기를 끌더니 인간 생활과 본성에 가장 가까운 ‘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인생의 교훈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떨어져 사색의 시간을 갖기 위해 등등 갖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을 손꼽으라면 어디를 말해야 할까? 주저 없이 제주의 ‘올레’를 선택할 수 있다.
제주 ‘올레’ 걷기는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작됐다. 도보 여행자를 위한 작은 길로 제주의 남쪽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고 있다. 제주 사투리로 ‘올레’는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다. 특히 도로에서 집 앞 대문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을 말한다. ‘올레’ 걷기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이 길을 ‘평화의 길, 자연의 길, 공존의 길, 행복의 길, 배려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온전히 걷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는 올레지기들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사)제주올레의 서동성 사무국장은 “올레를 한번 걸어보면 제주를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라며 “제주여행의 묘미는 올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길 자랑을 늘어놨다.
석 달에 한 개꼴로 늘어나는 올레코스는 이제 12코스까지 완성됐다. 5월에 열리는 우도 코스까지 포함하면 13개다. 제주를 둘러싸는 수많은 길은 정부의 도움 없이 완성됐다. 걷기를 즐기는 개인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사재를 털어 길을 다듬었고 뜻을 같이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노력했다. 올레에 매력을 느낀 해병대도 길을 다듬는데 참여해 일명 ‘해병대길’도 올레코스에 들어있다. 지금도 올레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되며 대부분의 운영자금은 ‘개미군단’이란 후원회의 후원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새가 하늘을 날듯,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온전히 걷는 사람들만을 위한 길,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긴 길. 제주올레는 도보 여행자를 위한 길입니다.” - 제주올레 소개 글에서
올레코스는 10km~20km의 거리로 구성됐다. 각각의 코스는 도보로 3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리는 짧지 않은 길이다. 시속 60km로 달리던 제주 여행을 두 발로 시속 3km의 여행으로 바꿔 시작했다. 동쪽 성산읍에서 시작하는 1코스부터 모든 코스를 가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 코스에 하루씩 잡아도 열흘은 넘게 걸린다. 넉넉지 않은 일정과 게으른 몸을 핑계로 중문단지 리조트에서 바로 이어지는 7번과 8번 코스를 걸었다.
하얏트 호텔 뒤로 난 샛길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갔다. 깎아지른 절벽이란 뜻의 ‘갯깍’이 눈앞에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몇몇은 벌써 여름이다. 비키니 차림으로 해안에서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둥글고 큰 돌을 밟으며 걸으니 도저히 풍경에 눈을 돌릴 수 없다. 돌 사이로 빠지지 않기 위해 바닥만 보며 걸었다. 갯깍은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웅장해진다. 사람 키의 스무 배는 족히 넘을 듯한 높이에 검은 현무암은 웅장하다. 절벽 위엔 푸른 나무와 풀이 자라 열대의 이국적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주 오는 사람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여유가 느껴진다. 사람들의 겉모습은 서울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똑같지만 이곳에선 걷는 모습, 인사하는 표정이 다르다. 한층 여유가 느껴진다. 길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 ‘장관’, ‘절경’이 길 가운데 나타난다. 각 코스마다 빼어난 풍광들이 널려있으므로 어느 곳을 선택해도 아쉬울 것 없는 것이 ‘올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3만 명이 제주올레코스를 찾았다. 특별한 패키지가 있는 관광도 아니고 엄청난 시설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다. 다만 제주도 구석구석 있던 길을 연결했다. 개인목장의 일부를 길로 내어주기도 했고 작은 시골학교는 길의 시작과 끝이 됐다. 길가에 카페, 매점,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은 부족하지만 자연의 풍광만큼은 최고다. (사)제주올레에 따르면 재방문 비율이 높고 방문 때마다 일정이 길어진다고 한다. 올레를 방문하는 사람들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사실 12개에 이르는 올레코스를 걸으며 넉넉한 자연을 느끼는 일에 일반 관광코스 같은 3~4일의 일정은 너무나 인색하다.
올레의 모든 코스에는 ‘올레지기’가 있다. 그 마을에 사는 올레지기들은 길을 안내하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모두 자원봉사로 일한다. 또한 올레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할망민박’이 마을마다 있다. 마을 노인들이 집 한 켠을 내어주고 길손을 맞는 것이다. 관광버스 타고 리조트에 머물며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만 돌던 제주여행이 웰빙 여행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레’를 즐기려면 주의할 것이 있다. 누구하나 돈 받고 일하는 이 없는 길이니 서로가 조금씩 조심하면 좋다. 길을 위해 내어준 개인목장의 문은 지나면서 꼭 닫고 가야 한다. 서로가 자연을 즐기기 위해 찾은 길이니 더럽히거나 훼손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올레는 길을 찾은 사람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이다. 올레는 관광 상품도 아니고 잠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지도 아니다. 편한 신발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분히 둘러봐야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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