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날씨가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딸아이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다른 층에 사시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저는 인사를 했는데 딸아이는 잠이 덜 깼는지 인사를 않고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더군요. 그 시간이 7:20분쯤입니다.
차에 올라타서
"아줌마를 보면 인사를 해야지 왜 인사 안 했어?"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를 안 했는데 어른을 보면 네가 먼저 인사해야 하는 거야. 알았지?"
라고 말했습니다.
아무 말 않고 듣고 있던 딸아이가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 옛날이 뭐에요 예전이지. 옛날이라고 하면 우리가 옛날 사람이 되잖아요."
"뭐? ......"
아침부터 딸아이에게 한 방 먹었습니다. ^^*
'옛날'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지 꽤 오래된 시기를 막연히 이르는 말"로 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동방예의지국이었다처럼 씁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지나간 어떤 날."로 그는 옛날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몸이 옛날 같지 않다처럼 씁니다.
'예전'은 "꽤 오래된 지난날"이라는 뜻으로 우리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자,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 않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제가 딸아이에게 '너 옛날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말하는 것도 틀린 게 아니고, '너 예전에도 그 아줌마에게 인사 안 했다'고 해도 됩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그 작은 꼬맹이가 낱말의 뜻을 갈라서 쓰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합니다. 조금씩 다른 말맛을 느끼면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제 딸이지만 신통방통합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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