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쇤베르크 - 달에 홀린 피에로

힘들고지칠때------/클래식향기♪

by 자청비 2009. 10. 1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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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ot Lunaire, Op.21 달에 홀린 피에로, 작품번호 21

 

쇤베르크가 1912년 작곡한 3부 21곡으로 구성된 연가곡이다. 벨기에의 시인 Albert Giraud (1860-1929)가 프랑스어로 쓴 시 'Pierrot Lunaire'(1884)를 독일의 극작가 Otto Erich Hartleben (1864-1905)이 독일어로 번역한 가사를 텍스트로 하였다. 소규모 실내악 반주에 소프라노가 말하듯이 노래하는 슈프레히 슈팀메(Sprechstimme)창법이 인상적이다.

 

 

 


 

제1부
1.Mondestrunken (Moon-drunk)
2.Colombine
3.Der Dandy (The Dandy)
4.Eine blasse Wäscherin (A Faded Laundress)
5.Valse de Chopin (Waltz of Chopin)
6.Madonna
7.Der kranke Mond (The Sick Moon)


무조음악은 청중에게 악몽이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있었던 쇤베르크는 표현주의적인 면모와 무조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청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가볍고 풍자적인 악곡을 구상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달에 홀린 피에로』(작품 21, 1921)이다. 『달에 홀린 피에로』는 벨기에의 시인 알베르 지로가 프랑스어 시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이를 토대로한 21개의 짧은 악장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첫 단편인 『달에 취하여』를 보자.

 

Den Wein, den man mit Augen trinkt,                인간이 눈으로 마실 수 있는 술을,
Gießt Nachts der Mond in Wogen nieder,          넘치는 바닷물결위에서 달은 폭음한다
Und eine Springflut überschwemmt                  그리고 봄날의 조류가
Den stillen Horizont.                                       지평선 위에 넘쳐 흐른다.

Gelüste schauerlich und süß,                          무섭고 달콤한 욕망은
Durchschwimmen ohne Zahl die Fluten!           수없이 물결을 가른다.
Den Wein, den man mit Augen trinkt,                인간이 눈으로 마실 수 있는 술을,
Gießt Nachts der Mond in Wogen nieder.          넘치는 바닷물결위에서 달은 폭음한다.

Der Dichter, den die Andacht treibt,                  기도하려는 시인은 미친듯이 기뻐하며
Berauscht sich an dem heilgen Tranke,           그 신성한 양조주에 취해 있다.
Gen Himmel wendet er verzückt                      그는 취한 채로 하늘을 향해
Das Haupt und taumelnd saugt und schlürit er   무릎을 어지럽게 비틀거리며
Den Wein, den man mit Augen trinkt.                 눈으로 마시는술을 거침없이 들이킨다.

-알베르 지로, 『달에 취하여』-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인 세계를 암시하는 듯한 전형적인 초현실주의 시이다. 쇤베르크는 이 시를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독특한 창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의 성악성부는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하는 것도 아닌 일종의 <외침>의 성격인데, 이러한 창법은 쇤베르크나 베르크의 표현주의 음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외침>은 단순한 창법이라기보다는 바로 20세기 초의 현대인들이 당시 상황과 사회 속에서 겪는 갈등에 대한 반항 섞인 절규의 한 가지 표현방식일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onberg 1874~1951)는 20세기 클래식 음악, 이른바 현대 음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12음 창시자로 알려진 작곡가이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과 첼로를 배웠지만 정식 음악 교육을 받은 일은 없었고 거의 독학으로 작곡가가 되는 길을 걸어갔다.


12음 음악이란 1옥타브(피아노의 건반에서 말하면, 도의 음에서 위의 도의 음까지를 가리킨다)의 12개 음을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진 음으로 취급하는 작곡 기법으로 1921년 쇤베르카가 여름에 피서지에서 창안했다. 이 12음 음악을 창시하기까지 쇤베르크는 갖가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대표작의 하나로 많이 상연되는 작품이 1912년에 작곡된 <달의 피에로>이다.


쇤베르크는 1901년부터 2년간 베를린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문예 카바레로 인기가 있었던 분태 극장의 지휘자로서 일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는 작품은 별로 쓰지 않았지만 오페라 극장이나 콘서트 회장이 아닌 소극장의 지휘자로 일했던 경험은 그 후 쇤베르크의 작곡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1903년 쇤베르크는 고향 빈으로 돌아가 작곡가, 지휘자, 교사로 활동하다가 1911년에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하였다. 이 때 베를린에서 만난 여배우 체메로부터 "이야기꾼을 위한 규모가 큰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쇤베르크는 프랑스의 전위적인 시를 독일어로 번역한 글에 이야기하는 것인지, 노래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특이한 음악을 붙인 작품을 만들었다.


제목으로도 연상할 수 있듯이 시의 내용은 꽤 퇴폐적이면서 '참수' 따위의 그로테스크한 신이 나온다. '말하는 듯한 노래'의 가창 스타일 '슈프레히 슈티메(sprech stimme)'로 불려진 이 노래는 듣고 있는 사람에게는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초연에 대한 비평은 체메의 노래에 대해 "그녀는 자기를 버리고 겉치레를 버리고 '인간의 내면'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라고 했다. 그 노래를 떠받치는 것은 피아노, 플루트, 피콜로,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여덟가지 악기이다. 플루트 주자가 피콜로로도 불고, 클라리넷 주자도 베이스 클라리넷을 불며, 바이올린 주자는 비올라도 켜는 등의 연주 스타일이 악보에 지시되고 있다. 전위연극을 방불케 하는 이 곡은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드라마로 들릴 것이다.

 

 

PierrotlunaireOp21-1_Part1.wma

 

 

PierrotlunaireOp21-1_Part1.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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