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에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아두는 그릇인 연적(硯滴)은 수적(水滴), 수주(水注)라고도
합니다. 연적은 물이 나오는 부위와 물과 공기가 들어가는 구멍을 두어 쉽게 물을 넣어서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옛 선비들은 좋은 벼루 머리에 운치 있는 연적을 두어 고상한 정취를 즐겼지요. 중국에서는 자기와 주석 등으로 만들었고, 사치가 극에 달하였다고 합니다. 고려 때는 청자 연적이 많았고, 조선시대에는 주로 백자 연적이 많이 전해집니다.
고려시대 이후 지식인들 사이에 글쓰고, 그림 그리는 취미가 보급되면서 아름다운 연적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동자(童子), 원숭이모자(母子), 오리, 두꺼비, 제비, 자라, 복숭아,
똥장군 등 다양한 모양의 연적이 있습니다. 이제 붓글씨를 쓰는 취미도 사라지면서 연적도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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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171. 한국의 정취, 다듬이 소리 (2004/12/17)
가만히 눈감고 들어 봅니다. 멀리서 아득히 다듬이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렸을 적
우리는 어머니와 누나가 서로 마주보고 다듬이질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때 어릴
시절로 돌아가고만 싶습니다.
다듬이질은 옷감의 구김살을 펴고 부드럽게 하는 일입니다. 다듬이질을 하려면 우선
다듬잇돌을 밑에 받혀놓아야 하는데 다듬잇돌은 결이 단단하고 매끄러운 돌이나
박달나무로 만듭니다. 가운데는 약간 위로 올라와 곡선을 이루고, 양쪽 밑으로는 손을
넣어 들 수 있도록 홈을 팠습니다. 그 위에다 옷감을 놓고, 방방이로 두드리는데 이
매끈한 방망이는 역시 박달나무로 만들며, 보통 지름이 7~8센티미터가 됩니다.
이렇게 잘 다듬어진 옷감은 다림질한 것 이상으로 윤기가 나고, 구김이 펴지며, 풀기도
골고루 스며들게 됩니다. 이 다듬이 소리는 한국의 정취를 살리는 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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