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은 관청의 노비였는데 그의 뛰어남을 보고 세종이 특별히 배려한 덕분에 많은 발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발명한 것 중에는 이천, 김조와 함께 만든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도 있는데 보물 제845호이며, 시계판이 가마솥같이 오목하고, 이 솥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오목한 시계판에 시각을 나타내는 세로선 7줄과 계절을 나타내는 가로선 13줄을 그어서 시간과 24절기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앙부일구는 대궐 안과 함께 지금의 광화문 우체국 북쪽에 있던 다리인 혜정교와 종묘 앞에 설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시계여서 그 의의가 큽니다. 특히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12지신 동물 띠 그림으로 그려서 시간을 알게 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다만, 여주 영릉에 전시한 복원품은 12지신 그림이 없고 글씨만 쓰여 있어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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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763. 내일은 입추, 북녘하늘에서 다가오는 가을소식 (2006/08/07)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밤새 열대야에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입추(立秋), 북녘 하늘 저편에서는 가을 하늘이
다가옵니다. 입추 때는 벼가 한창 익는 철이므로 이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흉년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입추 뒤 비가 닷새 동안만 계속돼도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습니다.
제를 지내는 동안은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습니다.
그리고 모든 성안 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며,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됩니다. 비를
섭섭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는 금지되는데 심지어 성교까지도 비를 섭섭하게 한다
하여 기청제 지내는 전야에는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습니다.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일절 금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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