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세종에 관해 잘못된 지식을 사실인 양 우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훈민정음이 세종의 작품이 아니라 가림토문을 베낀 것이라든지, 세종은 지시만 내리고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훈민정음을 오래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그런 말을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세종은 어떤 신하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언어지식으로 정의공주와 왕자들만 도우미로 참가시킨 비밀프로젝트였습니다. 집현전 학자 중에도 부제학 최만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 많았으며, 협력한 학자라 해도 반포 이후의 작업에 한정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분명히 반대에 부딪혀 창제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종은 당시 전해오던 가림토문이나 산스크리트어, 한자 등 다른 언어를 집중 분석하여 우리에게 맞는 글자를 창제한 것입니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한글과 세종을 깎아내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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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631. 토박이말 가을부채를 아시나요? (2006/03/25)
부채는 여름철을 시원하게 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런데 가을에는 그 부채가 쓸모없지요. 그래서 철이 지나 쓸모없이 된 물건을 ‘가을부채’라고 합니다. 4자성어 ‘하로동선(夏爐冬扇)’ 곧 ‘여름화로 겨울부채’와 같은 말이겠지요. ‘먹을 것을 몹시 탐하는 사람을 ‘껄떡쇠’라고 하고, 나이는 많아도 실없고 쓰잘 데 없는 사람을 토박이말로 ‘곤쇠아비’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연인은 ‘그린내’, 미인은 ‘고운매’입니다.
또 ‘그런지 안 그런지 불분명하다’는 말은 ‘긴가민가하다’, ‘날이 흐리어 침침하다, 마음이나 표정이 어둡다’는 ‘끄느름하다’, ‘시간이 경과하다’는 ‘겨즉하다’, ‘마무리 하는 일’은 ‘끝걸음’이라고 하면 좋습니다. 말과 글은 잘난 체하기 위함이 아니라 소통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국어를 쓰기보다는 우리의 토박이말, 옛말, 사투리를 살려 쓰면 말글살이가 훨씬 넉넉하고 아름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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