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취재차 북경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동행한 한 사람이 “북경에 오면 자금성은 꼭 보아야 한다. 자금성은 경복궁이 비교되지 못할 만큼 대단하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누구나 자금성을 보면 그 큰 규모에 놀라 경복궁은 자금성의 부속건물 수준으로 생각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물을 크기로만 견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경복궁은 전통적인 조선인의 미관과 세계관을 조화롭게 표현한 건축물인데 검소하면서도 부족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하지 않은 궁궐이라고 말합니다. 자금성은 엄청난 크기, 엄격한 대칭, 깎아지른 직선으로 삼엄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경복궁은 열린 구조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을 궁궐로 이끌어오고, 어디에서나 문을 열면 그 문을 통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걸어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우리 것의 올바른 가치를 아는 것이 참 종요롭습니다.
(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338. 한국 전통건축의 특징은 회통정신 (2005/06/02)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김봉열 교수는 ‘음과 양이 같이 있어야 온전한 한옥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한국주택의 특징에는 ‘온돌과 마루가 공존한다,’든지 건물과 마당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든지 ’휘어있는 듯 곧은 소나무를 쓴다‘든지 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또 ‘차 있는 칸과 비어있는 칸이 모여서 건물을 이룬다.’고도 하고, ‘멀리 있는 듯 가까이 있는 듯’, ‘어울리고 조화되고, 아슬아슬하고 모호한’이란 말로도 표현합니다.
중국 건축물은 ‘부분은 없고, 전체만 보인다.’고 하며, 일본 건축물은 ‘부분은 보이는데 전체가 없다,’라고 하는데 우리 건축물은 ‘부분과 전체가 조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중국의 자금성은 다른 건물과 차단되어 감추는 모양새인데 경복궁은 중첩되고 막혀있지만 열려있음을 강조합니다. 궁극적으론 우리 건축물은 비어 있는 것과 차 있는 것이 같이 있는 회통정신의 산물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