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왈칵 치밀었다. 생전에 고운 옷 한 벌 입지 않으시던 어머님, 설날 아침이 되면 겨우 하얀 외씨버선을 신고 절을 받으시며 세뱃돈을 나누어 주시던 어머님께 꽃버선을 사드리고 싶어서였다.” 이 글은 서상옥 씨 수필 중 일부입니다. 버선은 무명·광목 등으로 만들어 발에 꿰어 신는 것으로 한복엔 꼭 필요한 것이지요. 1527년(조선 중종 22)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보션말”이라고 씌어 있고, 중국 사전 《설문해자》는 발옷이란 뜻으로 “족의(足衣)”라고 했지요. 또 말(襪)· 족건(足件)이라고도 합니다. 동지부터 섣달 그믐까지는 시어머니 등 시집의 기혼녀들에게 버선을 지어 바치려고 며느리들의 일손이 바빠지는데 이를 ‘동지헌말’ 또는 풍년을 빌고 다산을 드린다는 뜻인 ‘풍정(豊呈)’이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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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가운데서 골라 본 글)
884.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려고 안달하는 아니리 2006/12/10
“아이고 내 못 살것다. 이애 방자야 너와 나와 우리 결의 형제허자. 야 방자 형님아 사람 좀 살려라. / “도련님 대관절 어쩌란 말씀이오. / 여보게 방자형님. 편지나 한 장 전하여 주게. / 존귀허신 도련님이 형님이라고까지 허여놓니 방자놈이 조가 살짝 났든 것이였다. / “도련님 처분이 정 그러시면 편지나 한 장 써 줘보시오. 일되고 안되기는 도련님 연분이옵고 말 듣고 안 듣기는 춘향의 마음이옵고 편지 전하고 안전하기는 소인 놈 생각이오니 편지나 써 줘보시오.”
위는 춘향가 중에서 이도령이 춘향이를 만나고 싶어 방자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안달을 하는 걸쭉한 ‘아니리’입니다. '아니리'는 소리를 하는 도중에 소리가 아닌 말로 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판소리는 아니리만 잘 들어도 참 재미있습니다. 특히 흥부가와 수궁가의 웬만한 대목은 다 웃음보를 터트릴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