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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때로 아이를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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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09. 11. 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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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때로 아이를 병들게 한다
잦은 보상과 칭찬, 끈기 발달 해쳐
잘못된 육아정보 과학적으로 규명
60개 나라 학자 7천여명 성과 녹여 

 

<한겨레>

 

칭찬을 하되 아이들의 노력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라. 구체 행동에 대해서 칭찬하되, 너무 잦은 보상은 좋지 않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물푸레 제공 
 
  
 
<양육쇼크>
포 브론슨·애슐리 메리먼 지음·이주혜 옮김/물푸레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요즘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또한 틀린 말이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려면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미국의 경우 부모의 85%가 똑똑하다고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똑똑하기도 하지, 어이구 내 새끼.” 그들은 습관처럼 그런 칭찬을 입에 달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올해 출간되어 화제를 일으킨 책 <양육쇼크>는 말한다. 칭찬의 중독에서 벗어나라. 똑똑하다고 칭찬하는 습관이 역효과를 낳는다. 이런 칭찬은 오히려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긍심을 해친다. ‘넌 똑똑한 아이야’라는 칭찬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 자신을 칭찬하는 말일 뿐이다.

 

책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들을 다뤘으며, 아동발달과 지능 연구, 신경생물학에 이르기까지 60개 나라 7000여명의 교육학자와 과학자들의 최근 10년간의 연구 성과를 녹였다. 여기엔 한국 학자들도 들어 있다. 이 책은 말한다. 광범한 연구조사 결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육아 정보 대부분이 과학적이지 않으며, 경험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고. 그래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캐럴 드웩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10년 동안 뉴욕의 20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칭찬의 효과를 연구했다. 5학년생을 대상으로 연속실험했는데, 우선, 아이들에게 아주 쉬운 퍼즐식 지능검사를 첫 시험으로 내줬다. 검사를 마치면 연구자들은 한쪽 집단엔 똑똑하다는 칭찬을, 또다른 집단에는 열심히 했다는 노력에 대해 칭찬을 해줬다.

 

그 뒤 두 번째 시험에 앞서, 첫 시험과 비슷한 쉬운 시험과 더 어려운 시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 90%가 더 어려운 문제를 택했다. 지능을 칭찬받은 쪽은 대부분 쉬운 문제를 택했다. ‘똑똑한’ 아이들이 오히려 회피를 선택한 것이다. 드웩은 이 결과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에게 지능을 칭찬해주면 자신이 도전해야 할 시험이 ‘똑똑하게 보이기’가 되므로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모험에 나서지 않는다.”

 

세 번째 시험은 중1생들이나 풀 만한 어려운 문제를 냈다. 시험을 본 뒤 두 집단의 반응은 달랐다. 노력을 칭찬받은 쪽은 그 시험에서 실패한 이유가 충분히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문제를 열심히 풀었고 온갖 해결책을 적극 시도했다. 반면, 똑똑하단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그 시험에서 실패한 이유는 사실은 자신이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들은 “한눈에 봐도 긴장한 채 땀을 뻘뻘 흘리며 괴로워했다.”

 

마지막 네 번째 시험에선 첫 시험만큼 쉬운 문제를 내줬는데, 노력 쪽 아이들은 첫 시험에 비해 30% 정도 성적이 오른 반면, 똑똑함 쪽 아이들은 첫 시험보다 20% 정도 성적이 하락했다. 노력을 강조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성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되지만, 타고난 지능을 강조하면 오히려 통제력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이 연구는 보여준다. 이는 반복된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취학 전 아이들도 칭찬의 역효과는 비슷했다. ‘똑똑한 아이’라는 딱지 붙이기는 학력 부진을 막아주기는커녕 실제로는 부진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연구에선 아이들에게 직접 성적표를 작성하게 했는데, 지능 칭찬 아이들의 40%가 자신의 점수를 부풀리는 거짓말을 했다. 노력 칭찬 학생들은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너무 잦은 보상과 칭찬에 대해서도 이 책은 부정적이다. 그것은 아이들의 끈기를 해친다. 칭찬 ‘중독’이라는 말은 단지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자들의 연구 성과다.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실패에 반복적으로 대응하는 능력, 곧 끈기는 의식적 행동일 뿐 아니라 두뇌의 신경망 회로가 관장하는 무의식적 반응이기도 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우리 두뇌는 ‘좌절을 안겨주는 시간도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음’을 학습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책은 수면과 학습능력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잠 부족은 납에 노출된 것만큼이나 어린이의 지능을 해친다고 단언한다. 과학자들의 신경생물학적 기능 시험에서 한 시간의 수면 차이가 만들어낸 수행능력의 차이는 전체 4학년 평균과 6학년 평균의 차이보다도 컸다. 약간 졸린 6학년 학생은 수업시간에 4학년 학생 정도의 능력밖에 보여주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낮 동안에 많은 것을 배웠다면 그날 밤은 더 많이 자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싸움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싸우다 자리를 피해버리는 모습보다는 싸우더라도 갈등 해결과 화해의 과정을 보여주는 게 더 낫다고 이 책은 말한다.

 

책은 ‘외동이와 형제자매’, ‘아이들의 거짓말’, ‘청소년기 반항’, ‘아이들의 어휘습득의 진실’ 등 주제별로 모두 10장으로 이뤄졌다. 장마다 자칫 난삽해질 수도 있는 복잡한 연구 성과들을 한 아이의 사례에서 시작해 술술 녹여낸 지은이의 이야기 솜씨,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어른들에게 해당된다. 아이들은 발달 단계상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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