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의 삶에는 원래 토박이말로 된 것들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이제 한자말과 영어에 떠밀려 설 땅을 잃어버렸습니다. 특히 생선이나 푸성귀(채소)를 세는 단위를 일컫는 말들이 이제 겨우 재래시장에나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을 한번 알아볼까요?
먼저 조기나 청어 등 생선이나 고사리나 취나물 같은 산나물을 셀 때는 “두름”이라고 하는데 생선과 산나물의 단위는 다릅니다. 생선은 짚으로 묶어 한 줄에 열 마리씩 두 줄, 곧 스무 마리를 한 두름이라고 하는 데 견주어 산나물은 손으로 잡아 열 주먹 정도 되는 분량을 한 두름이라고 하는데, 두름은 다른 말로 “급”이라고도 하지요.
그런가 하면 생선 중에서도 북어와 명태를 셀 때는 “쾌” 또는 “태”를 쓰며, 이것도 역시 스무 마리가 기본 단위이고, 어떤 지방에서는 “코”라고도 합니다. 또 오징어는 “축”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밖에 한 “접”은 과일이나 푸성귀 100개를 말하는데 가지나 오이 같은 채소는 한 접의 절반인 50개를 “거리”라는 단위로 쓰기도 하지요. 또 “손”이란 단위도 있는데, 이는 한 손에 잡을 만한 분량을 말합니다. 다만, 미나리나 파 등 푸성귀는 한 줌 분량을 말하고, 조기, 고등어, 배추처럼 덩어리가 있는 물건을 셀 때는 두 개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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