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판사 '깜짝 교체'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 판사 '의문의 인사'
하위보직으로 전보, 법원 관계자 "상당히 의외적인 인사"

 

<CBS노컷뉴스>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를 결정한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이번 법원 정기인사에서 예상 밖의 전보조치가 이뤄져 논란이 예상된다.

 

◈ 용산 수사기록 공개 판사 '인사조치'

대법원은 2일 발표한 고위법관 승진 및 전보인사에서 현재 서울고법 형사7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광범 부장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를 명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사는 직무대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사실상의 '전보 인사'로서 이 부장판사는 오는 22일자로 서울고법 형사부장직을 그만두게 된다.

 

문제는 이 부장판사가 최근 법원과 검찰과의 갈등을 빚게 된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결정을 내린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용산참사 사건과 관련해 "1심 법원의 증거 개시 결정에 나와 있는 서류에 대해 열람 및 등사를 허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검찰이 "1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발하자 재판부는 "1심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재판부가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응수했다. 결국 사태는 법원과 검찰 사이의 전면전으로 비화됐으며 이후 일부 보수 언론이 '색깔론' 공세를 펴면서 사태가 이념갈등으로 왜곡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 대법원, '행정법원 업무 강화 차원' 해명

고등부장판사의 재판부 교체는 보통 2년 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부장판사의 경우 지방에서 근무한 뒤 다시 서울고법 형사부장을 맡아 일반적인 법원의 인사흐름에 충실하게 따라온 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1년 만에 재판부의 장(長)이 교체되는 의외의 인사가 나버린 셈이다. 이 부장판사가 가게 될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직은 명목상으로는 고법부장이 맡아 왔지만 실제로는 한 단계 아래인 지법 부장판사들이 그동안 직책을 수행해왔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최근 3년 동안 모두 지법 부장판사급이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발령났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고법이 조만간 재판부를 새로 신설하는 등 재판부를 확대할 방침인데도 대법원은 기존에 있던 고법부장을 행정법원으로 내려보냈다. 사람을 더 받아야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근무하던 사람을 사실상의 하위보직인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내려보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법원 관계자는 "완전히 인사가 잘못났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의외의 인사인 것은 분명하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도 "어떻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인사패턴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행정법원에 최근 중요한 사건들이 많이 몰리는 등 업무 중요성이 높아져 과거처럼 고등부장급을 내려보낸 것"이라며 "예전에는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직을 고등부장이 맡은 적도 있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