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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손보기 전말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10. 2. 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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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소식을 접하고도 포스팅이 늦었다. 가급적이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내 블로그가 점점 정치화되가는 것이 싫다.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新右의 공세에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민주세력들의 무기력에 할 말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줄의 기록은 남겨야 하겠기에 뒤늦게 간단하게나마 포스팅해둔다.

엄 사장은 지금까지 너무나 힘든 행보를 했다. 남아서 끝까지 싸우는 것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나름대로 많이 인내한 결과다. 혹자는 자리를 붙잡기 위해 구차하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엄 사장이 쉽게 물러나면 그 자리를 차고 들어올 사람은 누군지 뻔하다. 그래서 엄 사장은 자신의 사퇴이후를 알기에 MBC의 최악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명예가 깎이는 모양새를 취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지난 사표반려 이후 더욱 옥죄오는 방문진의 고사작전에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MBC의 구성원과 맞닥뜨려야 한다. 혹자는 MBC는 KBS의 상황과는 많이 달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쉽지는 않겠지. 쉽게 넘어가서도 안되고. 허나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버틴다면 모르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러면 그 사이에 숱한 출혈은 어떻게 감내할 것인가. 더욱 교묘하고 악랄하고 끈질기게 가해져가는 신우(?)들의 수법에 혀만 내두를 뿐이다. 그러나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품격을 깎아내리고 망쳤는지를 똑똑히 기록할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언론법 ‘끌고’ 방문진 ‘밀고’…합법 시늉낸 ‘언론 삼키기’
방통위·정부기관 동원 ‘피디수첩’ 등 폐지 포석
KBS·YTN과 달리 ‘낙하산·탈법 시비’ 우회
 

<한겨레>   


MBC 손보기 전말

 

 

 

엄기영 사장이 물러나고 경영진이 전면 개편됨으로써 <문화방송>(MBC)은 정부의 손아귀에 온전히 들어간 모양새다. 문화방송은 현 정권 출범 전부터 ‘언론장악 1순위’ 대상이었다. 두 번의 대선 패배와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촛불시위의 ‘배후’에 문화방송과 같은 공중파가 자리하고 있다는 게 여권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기관의 탈을 쓴 정치집단”이라는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민영적 공영방송’인 문화방송 장악 과정은 사장을 탈법적으로 해임하거나 특보 낙하산을 전격 투입한 <한국방송>(KBS)·<와이티엔>(YTN)과 달리 치밀하고 교묘했다.


간판 프로그램인 ‘피디수첩’ 죽이기는 문화방송 장악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2008년 4월29일)을 걸고넘어지며 ‘피디수첩’을 ‘왜곡·편파·정부전복 프로그램’으로 낙인찍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기관을 총동원해 옥죄기를 진행했다. 피디와 작가들의 집까지 샅샅이 압수수색하는 ‘집요함’은 정권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그대로 보여줬다.

 

정부 인사의 잇단 ‘민영화’ 발언과 언론 구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언론법 개정 시도 역시 문화방송 손보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문화방송의 잔칫날(2008년 12월19일, 방송문화진흥회 창립기념식)에 “엠비시의 정명이 무엇인지 냉엄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재를 뿌린 뒤 틈만 나면 정명 발언으로 엠비시를 압박했다.

 

또 조중동이라는 거대 여론장악 신문사들에 방송까지 안겨주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언론법 개정(2009년 7월22일)은 엄청난 광고매출 감소로 이어져 기존 지상파 체계를 통째로 뒤흔들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화방송이 받는 압박은 엄청났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언론법은 지상파 가운데서도 엠비시를 압박하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2009년 8월1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출범은 문화방송 장악이 ‘경영진 퇴진’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줬다. 정권은 언론법 개정을 위한 명분쌓기 기구였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임무를 ‘충실하게’ 해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뉴라이트 계열 3명 등 친여적이고 보수적인 인사들로 방문진을 물갈이했다.

 

이후 방문진은 엄기영 사장을 이사회에 직접 불러 ‘뉴엠비시 플랜’의 이행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지시하는 ‘섭정’을 통해 경영에까지 시시콜콜 간섭하기 시작했다. 일부 여당 이사는 ‘뉴스데스크’, ‘시사매거진 2580’, ‘피디수첩’ 등을 통폐합해야 한다며 방송 내용까지 통제하려 들었다.

 

방문진의 압박에 못 이긴 엄기영 사장과 문화방송 이사들은 지난해 12월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방문진은 이 가운데 보도·제작·경영·편성본부장 등 4명의 사표를 선별 수리했다. 그리고 2월8일 마침내 여당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엠비시 이사진을 채우고, 엄기영 사장까지 퇴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이제 정권은 노조만 잡으면 문화방송 접수가 끝난다고 생각하겠지만, 국민과 시민사회 세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엄기영 "사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

 

사랑하는 MBC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MBC 가족 여러분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저는 오늘로서 36년 간 가족처럼 사랑해 온 MBC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우선 이 위중한 시기에 사장직을 내놓게 된 점에 대해 우리 구성원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뚫고, MBC를 두 번째 반세기의 길목에 안착시키고 나가자는 것이 저의 각오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사장으로 남는 것이 MBC의 위상에 오히려 누가 될 수 있는 국면인 것 같습니다.

 

MBC는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상과 전통을 지닌 언론사입니다. 어떤 언론사보다 양식이 있고, 부패를 허용하지 않는, 내부 정화능력을 갖춘 조직이기도 합니다. 사주의 입김과 정파적 편향성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공정한 보도,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왔습니다. 그런 MBC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책임 경영의 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사장으로 재임한 2년은 MBC 역사상 그런 2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사다난했습니다. 방통융합과 방송업계를 둘러싼 재편 논의가 대세였던 취임 초기, 저의 목표는 공영성을 강화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방송산업을 둘러싼 변화의 물결에 기민하게 대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저의 예상을 훨씬 넘을 만큼 더 복잡한 것이었습니다. 고비 고비 마다, 또 결정마다 여러 면을 고려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모든 면을 설명해 드리지는 못했고 마음을 상하게 한 적도 있을 줄로 압니다.

 

회사를 위한 충정을 헤아려 너그러운 이해 바랍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MBC는 저와 그야말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랑하는 직장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남을 가능성이 그나마 높아졌다는 것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다른 방송사들보다 품격 있는 방송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아봅니다.

 

평가는 역사와 후배들에게 맡깁니다. 오늘 생각해 보니, 저는 MBC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만 넘기고 떠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방송 만들고 대한민국 최고의 일류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는 것이 물러가는 선배의 염치없는 부탁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과 일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큰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닦달 압박…‘엄기영 축출작전’의 재구성
'뉴라이트' 최홍재이사 포문

김우룡 이사장 퇴진 공론화

최시중 "소신있게" 거들어

보수단체 "조속 사퇴" 성명

뉴엠비시플랜에도 밀어내기

 

 

방문진 회의록과 방문진 이사들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방문진의 엄 전 사장 퇴진 요구는 초기부터 매우 집요했다. 뉴라이트 출신인 최홍재 이사는 지난해 8월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만한 경영에 대해 경영진이 향후 방향도 모른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뒤이어 김우룡 이사장은 그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현황 보고를 검토한 후에 공과를 면밀히 따져 경영진의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엄 사장 퇴진을 공론화했다. 그는 8월26일 임시이사회에서도 "문화방송은 총체적인 문제가 있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방송으로 판단된다"며 사장 교체가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새 방문진 이사회는 문화방송 경영현황 보고 과정을 통해 좀더 노골적으로 '엄 사장 책임론'을 펼쳤다. 9월2일 방문진 간담회에서 여당 쪽 이사들은 엄 전 사장을 집중 공격했다. 최 이사는 경영진이 컨설팅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 것조차 제출을 거부한다면 경영진을 교체해서 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윽박질렀다. 김광동·남찬순 이사는 엄 사장의 경영능력 회의론을 제기했다.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경영진) 진퇴 문제를 포함해서 경영쇄신, 인적구성 조율 등의 문제를 이사회가 책임지고 소신있게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했고(8월26일), 보수 시민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는 "엠비시 경영진은 총체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조속히 사퇴하라"고 성명을 냈다.(8월27일) 정권과 보수단체, 방문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엄 사장 퇴진'의 여론몰이를 한 셈이다.

 

엄 전 사장은 이 같은 압박에 △노사 단체협약 개정 △구조조정 추진 등을 뼈대로 하는 '뉴엠비시플랜'을 내놓으면서 자체를 낮추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11월30일 이사회에서 김 이사장이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했으니 엄 사장 스스로 검토하라"고 사퇴를 직접 거론했다.

 

야당 쪽의 한상혁 방문진 이사는 "엄 사장을 앞에 세워놓고 무능하다고 면박까지 줬는데 안 물러나니까 본부장들 자르고, 그 자리에 낙하산 내려보내려고 하니 엄 사장이 버틸 수 있었겠느냐"며 처음부터 엄 사장 축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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