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무죄…“의도된 부실수사 예상된 법원판결”

천신일 무죄…“의도된 부실수사 예상된 법원판결”

<경향신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67)이 5일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의도된 부실수사'에 따른 예상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많다.

 

천신일(왼쪽)·이상득법원은 이날 천 회장에 대한 검찰의 핵심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무죄 선고했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15만위안을 받은 혐의와 채무 6억2000여만원을 탕감받은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천 회장이 자녀들에게 주식을 불법증여한 뒤 우회상장하는 수법으로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도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유죄로 받아들이지 않은 검찰 수사는 초기부터 '부실' '축소' 논란에 시달렸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발표를 앞두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혐의로 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점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또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대가성이 있다는 증거 등을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포기해버렸다. 대신 "천 회장과 박 전 회장 등이 세무조사 기간이던 2008년 8~11월 10여차례에 걸쳐 대책회의를 열었고, 천 회장이 한상률 국세청장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전화를 해 로비를 시도했다"고 밝히며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또 "국세청이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 실패한 로비로 귀결됐다"며 더이상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이 수사를 진행할 무렵 "천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별당비 30억원을 빌려줬다"는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축소 수사' 의혹도 받았다. 당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천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빌려줬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됐음에도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며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청탁과정에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만난 사실이 처음 드러난 이날도 변명하기에만 급급해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브리핑 때 이야기했다"며 사실을 왜곡했고, 또 다른 검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