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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연구의 추락

또다른공간-------/지구를지키자

by 자청비 2010. 2. 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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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과학' 지구온난화 연구의 추락
<뉴욕타임스>"연구 과정 신뢰성에 중대한 의문"

 

<프레시안>


과학적 사실은 권위에 의해 증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책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해 정부나 전문가, 시민단체들이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여론을 형성하려 노력할 경우,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들의 권위를 믿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믿는다.

 

만일 어떤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지만,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 하루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거나 엄청난 피해가 닥칠 것이라는 등 '시기적 절박성'이나 '과장된 피해 예측'으로 포장한다면 이것은 '과학적 사기'인가 아닌가?

 

게다가 이러한 연구를 이끄는 책임자급 과학자들이 정치적, 산업적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면, 과연 시민들은 그들이 '확실하다'고 말하는 과학적 사실을 순순히 믿어야 할까?

 

최근 이런 의혹을 받는 '과학적 연구', '의학적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광우병, 신종플루처럼 건강에 관련된 연구결과는 대중의 패닉까지 불러일으켰지만, 요즘 항간에서는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 20년 뒤면 모두 녹는다는 히말라야 빙하들. 거짓주장으로 밝혀졌다. ⓒ로이터=뉴시스

 

'사전예방의 원칙'이 악용되고 있다면?

이 분야의 지지자들은 "요즘 세상이 복잡해져서 과학으로도 다루기 어려운 현상이 많다"고 '과학적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혹시 연구 결과가 맞다면 큰 일이 아니냐"며 '사전예방의 원칙'이 중요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도 많다. '과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과학적 연구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예방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엉터리 예측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이론이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으며, 그 주범은 인간이 만드는 온실가스라는 지구온난화의 핵심적 결론에 대해 절대 다수의 과학자들이 지지하고 있다니 '지구온난화 이론' 자체는 과학적 사실이라고 믿어주자. 사실 지구온난화 이론 자체를 '과학적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부 '기후변화 회의론자들'뿐이다.

 

25년 뒤면 히말라야 빙하 모두 녹는다, 아니면 말고?

그러나 이미 시민들의 신뢰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빙하게이트(2035년이면 히말라야 빙하가 모두 녹는다는 예측이 거짓으로 드러난 사건)', 그리고 기후게이트(대학 연구소의 책임자급 과학자가 지구온난화를 지지하지 않는 논문들은 고의적으로 배제하자고 동료에게 떠들어댄 내용이 적힌 이메일 유출) 등이 잇따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빙하게이트가 충격을 준 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는 지구온난화 대책에 대한 시급성에 대한 신뢰는 물론, 이론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도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12월 24일~2010년 1월 3일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 응답자는 2008년 10월 71%에서 14%포인트나 하락한 57%로 나타났다.

 

또한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이 주된 원인으로 초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 포인트 하락한 47%로 조사됐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어느 정도' 또는 '상당히' 우려한다는 사람은 13% 포인트 하락한 50%에 그쳤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과학자, 정치인, 언론에 대해 불신이 늘고 있다.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는 83%에서 74%로 하락하고, 기후변화를 보도하는 주류 언론에 대한 신뢰는 47%에서 36%로 떨어졌다.

 

의문 제기하면 '흑마술'로 낙인

이처럼 수십년에 걸친 지구온난화 연구를 하루아침에 망신창이로 만든 주범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유엔의 과학기구다. 유엔은 지구온난화 정책을 위한 '과학적 연구'를 기후변화위원회(IPCC)라는 산하기구에 맡기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 2500명 이상이 함께 모였다는 IPCC가 바로 '빙하게이트'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IPCC의 위원장 라젠드라 파차우리는 정치적, 산업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인물이라는 의혹이 주로 유럽의 보수 매체들에 의해 집중 제기되고 있다. 파차우리는 지난해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때까지 각종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을 '흑마술 과학자들'이라고 일축했으나, 그 자신이 '흑마술 과학자'로 몰리고 있는 신세가 됐다.

 

급기야 그동안 지구온난화 논란에 한 발 비켜서 지켜보던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IPPC 사태'를 정리하면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지구온난화 이론 자체가 아니라 '과학적 연구 과정의 신뢰성'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Skeptics Find Fault With U.N. Climate Panel'이라는 장문의 기사에서 IPCC와 지구온난화 연구 분야가 '비판의 성역'처럼 군림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원문보기)이다.<편집자>

 

2년 전만 해도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위원장은 성인 반열에 오를 과학자처럼 보였다. 그는 IPCC를 대표해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파차우리 위원장과 IPCC는 부실한 과학적 검증절차, 금전적인 이해관계 의혹 등에 직면해 지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존 배러소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주 파차우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파차우리는 도이체방크, 페가수스 투자자문회사 등을 포함해 여러 기업체들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IPCC의 기념비적 보고서(2007년)가 오류투성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중이며, 인간이 주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결론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론자들도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이라며 제시된 '과장된 주장'들이 이 보고서에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2035년 히말라야 빙하 소멸' '폭풍 발생 증가' 등이다.

 

IPCC의 이런 판단들은 낙태와 총기규제 같은 현안들에서나 보여지는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IPCC는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IPCC는 유엔으로부터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험에 대한 정기적 보고서와 문서들를 작성하기 위해 관련 연구들을 검토하도록 위임받은 산하기구다. IPCC가 작성한 이런 문서들은 각국 정부가 정책결정의 지침으로 삼고, IPCC가 내린 모든 결론들은 세밀한 검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 한 때 성인의 반열에 오를 과학자처럼 보였던 파차우리. ⓒ로이터=뉴시스

 

온갖 기업들의 유료 자문하며 '순수한 연구' 강변
최근에 제기된 몇가지 의혹들은 '절반의 진실'로 밝혀졌다. 파차우리가 많은 기업들의 유급 컨설턴트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직접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파차우리에 따르면, 이 돈들은 그가 1982년 설립해서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에너지자원연구소(TERI)로 들어간다.

 

IPCC는 2007년 보고서 일부 내용이 오류라는 주장들에 대해 검토한 결과 한 가지는 타당하고, 또하나는 '근거 없다'고 밝혔다. 주류 과학자들도 IPCC 보고서에 오류가 일부 있더라도 사소한 것이며, 보고서의 결론들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다. 그러나 주류 과학자들 중 많은 사람들조차 이번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자 IPCC가 보다 엄격한 과학적 검증절차를 준수할 필요가 있으며, IPCC 소속 과학자들의 외부활동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콜로라도대 환경과학 교수 로저 필키는 "파차우리의 사례를 살펴보니 정말 문제가 많다"면서 "파차우리가 돈을 직접 받든 안받든 IPCC 위원장으로서 금융업체들의 고문으로 일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파차우리도 기업들의 자문이나 컨설턴트로 일한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업계에 연구 결과를 확산시키는 것도 IPCC 위원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회의론자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몽턴은 "IPCC는 부패했다"면서 "파차우리는 인도 출신의 철도 엔지니어로서 IPCC 보고서에 다루는 사안들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몽턴은 마거릿 대처의 고문 출신으로 워싱턴 소재 '과학공공정책연구소'의 최고정책고문이다. 이 연구소의 웹사이트는 "증명됨:기후 위기는 없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다. 또한 몽턴이 쓴 기후변화 이론 비판서는 지난해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이후 널리 유포됐다.

 

입맛 맞는 논문만 자의적인 취사선택

파차우리 등 IPCC 소속 과학자들의 외부활동에 대해 "뉴욕연방은행은 JP모건의 최고경영자를 이사로 두고 있다"면서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기구들은 전문가의 조언에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이해관계 상충을 방지하는 명백한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의약자문위원들은 의약업체들로부터 받는 보수를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금전적인 관계가 지나친 위원들은 해촉할 수 있다.

 

필키 교수는 "IPCC는 현재 이해관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데, 마찬가지 규정을 둬야 한다"면서 "조언이 은밀한 옹호로 의심받지 않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PCC 위원장은 현재 무보수 비상근직인데, 위원장직을 맡는 동안은 외부활동을 삼가고 상근직으로 유엔에 고용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하면 나쁜 사람으로 몰려"

2007년 보고서에서 IPCC가 오류를 인정한 주장에는 "히말라야 빙하들이 2035년 경 모두 사라진다"는 예측이 있다. 이 예측은 10년전 대중잡지에 실린 빙하학자의 인터뷰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말을 했다는 과학자는 잘못 인용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IPCC는 최근 이 오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기상이변들로 인한 재산피해가 1970~2005년 사이 연평균 2% 증가했다는 연구를 인용한 것도 논란이 됐다. IPCC 보고서에 포함될 당시 이 연구는 '피어 리뷰(전문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몽턴은 "이런 사례들은 금전적, 직업적 이해관계로 중립적인 조언을 하기에 부적합한 과학자들에 의해 자의적인 취사선택이 이뤄진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파차우리가 이끄는 에너지자원연구소는 여러 기업들과 금전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글로리오일의 설립 참여자들로부터 이 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주식을 증여받았다. 이 기술은 고갈된 유정에서 잔존 원유를 추출해내는 방법이다.

 

이런 거래에 대해 파차우리는 "미국에는 이런 유정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이고, 바다나 알래스카에 유정을 개발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 연구소는 유료 컨설팅도 한다. 또한 유럽연합(EU), 재단, 민간기업 등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끌어들인다. 이에 대해 파차우리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독자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문제가 된다고 인정하는 일부 학자들도 이런 활동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필키 교수는 "인물이나 명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연구 과정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지구온난화 연구 분야는 현재 파차우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하면 나쁜 사람으로 몰 정도로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고 개탄했다.

 

지구온난화의 '종말론적 예측' 비하인드 스토리
<인디펜던트> "회색문헌, 엉터리 인용들이 유일한 근거"

 

유엔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온난화 연구에서 '독수리 5형제'격인 세계적 과학기구다. 이런 연구기관이 5~6년마다 최신의 연구 기술과 도구로 천착한 기후변화 연구 결과물을 발표해왔다. 1990·1995·2001년에 이어 가장 마지막 결과물로 발표된 것이 2007년 제 4차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코펜하겐 회의의 캐치프레이즈는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였다. 이처럼 '시기적 절박성'을 강조한 근거 역시 IPCC 보고서에 담긴 예측이었다. 하지만 '히말라야의 모든 빙하는 2035년 경, 혹은 더 일찍 사라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라는 이 예측은 과학적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과학논문'이라는 IPCC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IPCC는 최근에야 이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도 "인간적 실수였으며, 보고서의 핵심 내용도 아니다"면서 지구온난화 연구 전체를 폄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블랭킷 스테이트먼트'를 검증도 안한 IPCC

사실 이 예측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추려낸 정책참고요약(summary for policymakers)에는 빠졌다. 과학적 연구 결과물이 아닌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지지하는 진영은 이 예측에 열광했다. 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압도하는 '포괄적이며 단정적인 서술'이기 때문이다. 이런 서술을 바로 '블랭킷 스테이트먼트(blanket statement)'라고 한다.

 

과학계에서 '블랭킷 스테이트먼트'는 어떤 서술보다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할 대상인 것은 상식이다. 과학기구라는 IPCC조차 UN 산하기관으로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 과학자들은, IPCC 보고서에 '블랭킷 스테이트먼트'가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고 들어간 것은 '실수'가 아니라 '정치적 역학'이 작동한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히말리야 빙하 소멸설'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해서, 지구온난화 연구 모두가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도 지난 23일 이 점을 한 기후학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 경 사라진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기뻐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 빙하가 사라지는 것은 여전히 시간문제일 뿐이다." 또한 지구온난화 이론을 지지하는 진영에서는 "오류가 일부 있다고 해서 전체가 틀렸다고 몰아가지 말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블랭킷 스테이트먼트'의 오류는 계산 실수나 해석의 실수 등 '일부 오류들'에 포함시키기에는 성격이 다르다. 과학적 검증을 거쳤는데도 오류로 드러났건, 과학적 검증 자체를 거치지 않고 포함시켰건 엉터리 '블랭킷 스테이트먼트'가 과학논문에 실린 이번 사건은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그 이론에 대해 '신뢰의 위기'를 초래하는 중대한 사태다.

 

"2035년 빙하소멸하려면, 예상보다 25배나 빨라야"

<인디펜던트>는 '히말라야 빙하 소멸' 시기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2035년으로 설정되었고, IPCC 보고서에 실리게 됐는지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연구로 2007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IPCC가 내놓은 이 예측은 히말라야 빙하에 대해 실상을 알고 있는 과학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히말라야 빙하가 2035년 경 모두 사라지려면 두께가 수백m에 달하는 빙하들도 예상보다 무려 25배나 빠르게 용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은 통념과 크게 다른 주장이다. 과학계에서 '비범한 주장'은 '비범한 증거'가 요구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히말라야 빙하 소멸설'의 근거는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IPCC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이 예측에 대해서 과학적 주장의 가치를 평가하는 '확고히 수립된 기준'이 적용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또한 IPCC는 "히말라야 빙하들은 지금도 녹고 있지만, 2035년 경 사라질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빠르게 녹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IPCC 보고서의 저자들이 실수로 저지른 이 예측의 근거는 이른바 '회색문헌(grey literature)'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발표 이전에 다른 전문가들이 검증하는 '피어 리뷰'를 거친 과학 논문들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 저자들이 저지른 실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 실수가 명백히 있었다.

 

문제의 예측은 1999년 4월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라는 인도의 한 잡지에 실린 기사에서 시작된다. 시예드 하스나인이라는 인도의 한 과학자의 말을 인용한 이 기사는 "히말라야 빙하들은 세계 어느 지역의 빙하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으며, 이런 속도로 진행되면 2035년 경 모두 사라진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 기사에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존경받는 빙하학자 블라디미르 코틀랴코프가 하스나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코틀랴코프의 발언은 심각하게 잘못 인용된 것이었다. 어쨋든 이런 주장들을 담은 기사를 노련한 환경전문기자로 존경받는 프레드 피어스가 읽지 않았다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끝났을지 모른다.

 

피어스는 하스나인에게 연락해 이 주장을 다시 확인한 뒤 <뉴사이언티스트>에 기사화했다. 이제와서 하스나인은 피어스에게 "당시 그 주장은 그저 추정이었을 뿐"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2035년'이라는 숫자가 IPCC 논문에 그대로 인용될 정도로 공신력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국제적인 환경기구 WWF가 2005년 보고서에서 '2035년'이라는 숫자는 국제설빙위원회에 제출된 하스나인의 내부보고서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 하지만 이 위원회의 보고서들에 '2035년'이라는 숫자가 담긴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WWF의 보고서, 그리고 '2035년'이라는 숫자는 모두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피어스의 기사에 의존한 것이며, 간접적으로는 같은 해에 먼저 나온 <다운 투 어스>에 의존한 것으로 드러났다. 

 

▲ 지난해 12월 개최된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기후변화에 대한 '종말론적 경고'만 했을 뿐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했다.. ⓒ로이터=뉴시스

 

기후변화 연구 책임 분과는 '2035년 예측' 무시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정치적 배경이 의심되는 과정이 전개된다. IPCC 보고서에 히말라야 빙하 섹션을 담당한 저자들은 IPCC 제2분과 소속이었다. 이 분과는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파괴적 영향'을 평가한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기후변화 연구를 책임지는 곳은 제1분과다. 이 분과는 빙하 연구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정작 제1 분과가 작성한 자체 보고서에는 '2035년 히말라야 빙하 소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반면 제2분과의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명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히말라야에 있는 빙하들은 세계 어느 지역에 있는 빙하들보다 빠르게 녹고 있으며, 현재의 속도로 진행이 계속되고, 지구가 현재의 속도로 계속 더워진다면 2035년 경 또는 아마도 더 이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50만㎢의 빙하 면적은 2035년 10만㎢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보고서에는 이 예측을 뒷받침하려고 WWF의 2005년 보고서가 참고 문헌으로 포함돼 있는데, 그것도 보고서 초안 작성 도중 검토를 하던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서술은 코틀랴코프가 언급한 빙하 면적 축소 예측을 포함해 <다운 투 어스>의 기사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이다.

 

2035년이라는 수치는 2350년의 오기?

사실, 히말라야 빙하의 총 면적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코틀랴코프가 히말라야 빙하 면적의 축소를 언급한 것이 아닌 줄 알았을 것이다. 코틀랴코프가 언급한 것은 극지역 빙하를 제외한 전세계 빙하 면적의 축소 예측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다운 투 어스>에 심각하게 잘못 인용된 코틀랴코프의 보고서 내용이었다. 바로 극지역 빙하를 제외한 전세계 빙하들의 면적이 5분의 1로 축소되는 것이 2350년이라는 것이다. 2035년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IPCC가 문제의 예측을 뒷받침하기 위해 히말라야 빙하에 관한 데이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계산 착오를 저질렀다. 텍사스 A&M 대 존 닐슨-개먼 교수가 최초로 발견한 이 실수는 다음과 같다.

 

121년 걸친 변화를 21년으로 계산

히말라야의 빙하 중 하나의 길이가 1845년에서 1966년 사이에 2840m가 줄어들었다. 연평균 23m가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IPCC의 보고서에는 연평균 135m가 감소한 것으로 기록됐다. 누가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121년으로 나누어야할 것을 21년으로 나눈 것이다.

 

<인디펜던트>는 "2035년 예측이 IPCC의 정책참고요약에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예측이 핵심 결론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처럼 놀라운 주장은 널리 회자될 수밖에 없는데도, 이 예측에 대해 제기된 의문들은 IPCC 수뇌부들에 의해 거부됐다. 진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평범한 기후 과학자들의 끈질긴 조사에 의한 것이었다."

 

캐다나 온타리오에 있는 트렌트대 그레이엄 코글리 교수는 '2035년 예측'의 출처가 1999년 <뉴사이언티스트>의 기사라는 것을 발견하고 피어스 기자에게 경고했다.

 

IPCC 위원장이 의문 제기 일축한 것도 '실수'?

코글리 교수에 따르면, IPCC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자 신속하게 잘못을 시인하며 바로잡았다. 하지만 IPCC의 위원장 라젠드라 파차우리는 지난해 IPCC의 연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을 "부두(흑마술) 과학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코글리 교수는 "제1분과의 연구지침은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회색문헌'에 의존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분과에서 이런 규정은 보다 느슨하다. 코글리 교수는 지구온난화 이론 전부를 회의적으로 보는 학자가 아니다. 그는 "히말라야의 현실은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열악하다"면서 지구온난화 연구가 '정치적으로 오염돼 과장된 이론'으로 전락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히말라야 빙하 전문가로 IPCC 보고서의 오류 적발에 기여한 제프리 카겔 교수도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IPCC 제4차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매우 견고하고 정확하다"고 평가했다. 카겔 교수는 "회의론자들이 '빙하게이트'에 대해 언급할 때 가슴이 아프다. 정교한 음모가 있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면서 "과학은 자기교정이 있고, 그런 과정이 진행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이론은 일개 한 과학자의 논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학자들 수천 명이 모였다는 IPCC 같은 거대한 과학기구가,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을 '흑마술 과학자'로 일축하며 몇년 간이나 자기교정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구온난화 이론은 정치적, 산업적 배경을 넘어 '종교적 색채'까지 띠고 있다고 지적한다. '2035년 히말라야 빙하 소멸'처럼 '종말론적 예측'이 가장 엄격해야 할 UN 과학기구의 종합보고서에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고 포함된 것이 그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IPCC 보고서' 논란이 과학이론이 정치적,산업적, 종교적으로 오염될 위험을 경고하는 '쓴약'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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