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KBS-2TV <개그콘서트> 에서 시사풍자 개그로 서민들의 웃음을 주고 있는 '2010 봉숭아학당-동혁이형이야' 코너에 대해 보수단체인 방송개혁시민연대가 "국민을 천민화·폭민화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실을 풍자한 개그에도 가슴이 뜨끔한 모양이다. 그들은 사회 곳곳에서 오로지 'MB 찬양가'만 흘러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비판을 감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틀 속에서 경직될 때 그 사회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개콘 '동혁이형이야'가 도대체 어쨌길래 보수단체가 이렇게 들고 나설까.
"등록금이 무슨 우리 아빠 혈압이야?"
"물가상승률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 신문 기사 통계를 봤더니 10년 동안 물가는 36%가 안 올랐는데 등록금은 116%나 올랐다. 이건 왜 한 번 올라가면 내려 올 줄을 몰라. 아니 등록금이 무슨 우리 아빠 혈압이야?
학자금 상환제도? 등록금이 비싸니까 돈을 꿔 줄테니 졸업하고 취업하면 돈을 갚으라고? 그럼 취업 안 하면 안 갚아도 되는 거니? 내가 만약에 돈 못 갚으면 나 잡으러 쫓아다닐 꺼야? 니들이 무슨 '추노'의 장혁이야? 등록금 인상, 등록금 대출 이런 말 하지 말고 그냥 쿨하게 등록금을 깎아주란 말이야!"
휴대폰 통화요금이 비싸요~
“요즘 핸드폰 골치폰이야. 골치폰! 그 동안 몰랐는데 신문을 봤더니, 우리나라 핸드폰 통화요금이 통화량이 비슷한 나라 중 에서 1등이야 1등. 제일 비싸! 전국민이 다 쓰는 핸드폰인데 자꾸 욕먹을 짓만 골라서 하냐고! 아니 니들이 무슨 안톤 오노야~자꾸 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 중간에서 가로챌 거야~ 명세서 볼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라서 오~ 노~ 이거 아니잖아!
그래서 공짜폰을 주는 거에요? 근데 뭐가 공짜야~ 알고 보면 자기들이 만든 요금제에 핸드폰 가격 다 포함 있고! 이게 공짜폰이야 월세폰이지? 그럼, 부동산 창문에도 '공짜집'이라고 붙여놔야 돼? 다음달부터 슬쩍 월세 받을까? 공짜폰이라 하지 말고, 그냥 24개월 폰이라고 붙여놓으란 말이야!
공짜폰이면 공짜로 줘야지 왜 거기다 2년 약정을 걸어놔! 중간에 해지하려고 했더니 위약금 내래요. 돈 없으면 해지도 못해. 2년 동안 묶여가지고 써야 돼. 형이 니들 노예야? 해방시켜 달라고 링컨에게 전화 해야 해? 핸드폰 터지기 전에 형 속 터지게 하지 말란 말이야!"
"시청이 복덕방이야?"
"몇천억이 무슨 애들 이름이야, 이게 뭐니. 시청 하나 짓는데 몇천억이 기본이야? 얼마나 호화스러운지 대리석 바닥에 유리 외벽에 심지어 에스컬레이터까지 웅장하다 웅장해. 거기가 무슨 베르사이유 궁전이야? 루이 14세 살아? 형이 토지대장 떼러 가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꼬냑에 얼음 띄워 줄 거냐고. 이거 아니잖아.
어떤 청사는 에너지 효율 등급이 5등급이야. 전기 먹는 하마냐? 근데 더 웃긴 건 말이야, 돈으로 승부 보는 것도 모자라 높이로 승부 보더라. 100층짜리 복합시청을 짓는다고? 거기가 두바이야? 낙타타고 다니면서 그 앞에서 셀카 찍어야 돼? 이거 아니잖아?
일부층만 시가 쓰고, 민자 유치라 국민들은 세금 안낸다고 하는데…, 시청이 복덕방이야? (청사에) '급매 보증금' 등 이런 거 붙여줘야 돼? 니들 개념부터 수리하란 말이야.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건 호화청사 임대사업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올바른 행정이야. 호화청사 지을 돈으로 무주택 서민을 위해 쿨하게 100층, 500층짜리 러브하우스를 지으란 말이야. 사랑이 넘치잖아, 사람들이 원하잖아!"
"국사가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냐?"
“신문기사에 나온 교육개정을 봤더니 2011년부터 고등학교에서 국사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란다. 아니 국사가 무슨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이야? 어? ‘강감찬은 외계인이요’, ‘을지문덕 체리쥬빌레 하나요’ 이거 아니잖아? 아니 생각해봐. 틈만 나면 중국이랑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가 우리 역사를 알아야 올바르게 대처할 것 아니야?
자꾸 왜 우리역사에 간주점프를 누르려고 하냐? 그뿐만이 아냐. 역사를 드라마를 통해서만 배운 우리 애들은 헷갈릴 수 있어. 아니 삼국통일을 엄정화 동생이 했어? 아니 송일국이 고구려를 세웠어? 송일국이 알에서 깨어났어?"
"니들이 고등어야?"
"교육계를 대표하는 장학사랑 교장이 촌지를 받는 비리를 저지른다고 하더라. 말 그대로 왜 이렇게 비리냐. 니들이 고등어야? 교육을 반토막 낼거냐? 왜 이렇게 상납하나 했더니 단순히 승진만 원하는 게 아니라 좋은 동네, 돈많은 동네로 보내달라고 하더라. 니들이 강남 제비냐? 대한민국에 비리가 없는 곳이 있겠냐마는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계는 물들지 않았으면 해. 열심히 굳은 신념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대한민국 선생님들에게 쿨하게 박수 한번 쳐주자"
<방송개혁시민연대가 8일 오후 발표한 논평 전문>
보수단체 "장동혁 선동개그, 국민 천민화"
방송개혁시민연대 일침개그에 "반정부·반기업 결론 도출"
개그콘서트, 포퓰리즘을 통한 시청률 경쟁인가? 개그 콘서트 봉숭아학당 코너의 동혁이형 캐릭터는 과거 70-80년 군사 정권하의 제도적 억압을 표현하는 교련복과 깔깔이를 입은 복학생 컨셉으로, 이 사회 비주류에 속한 자의 입을 통하여 외쳐지는 정책적, 사회적 모순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군대를 제대한, 즉 기존 사회체제와 집단문화를 경험하고 유지하는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동혁이형 캐릭터의 샤우팅은 현실의 문제성을 더욱 강조케하고, 이는 대중적 관심이 높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성세대의 자발적 고백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혁이형의 샤우팅에 대한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운데, 언론에서도 조용히 다루고 있는 문제를 개그 프로그램에서 시원하게 풍자하고 있어 인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동혁이형 화법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유나 은유를 통한 해학, 풍자와는 거리가 있으며, 대중이 공감할 사회문제를 직설적 화법으로 풀어가는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로 '개그를 그야말로 개그로만 볼 수 없게'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지난 1월 10일 동혁이형이 봉숭아 학당의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한 이후 매회 제기되는 이슈에 대한 결론은 대부분 정치, 경제적 포퓰리즘에 도달한다. 서비스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커피 값,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 명절 때의 고속도로 정체와 고속도로 통행 요금제 문제, 비싼 휴대전화 요금 등에 대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대한민국 현 체제 하의 시장논리를 무시하며 그저 쿨하게 깎아주라고 외치며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지자체의 호화청사 문제에 있어서는 민자 유치로 계획된 지자체의 고층 시청사 건립계획을 언급하며 차라리 그 돈으로 무주택자를 위한 수백층짜리 집을 지어 달라 외치는가하면, 이에 환호하는 방청객을 향해 "봐! 사람들도 원하잖아!"는 발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렇듯 동혁이형의 샤우팅에는 제도와 원칙을 무시한 대중적 선동적 언어가 난무한다. 내리면 되고, 깎으면 되고, 바꾸면 된다. 정부와 기업이 그냥 하기만 하면 다 해결 난다. 단순하고 쉽다. 그래서 하지 않는 정부나 기업은 무능하거나 반국민적이 된다. 국민은 항상 피해자이고 정부와 기업은 가해자 이다. 현실인식도 필요치 않으며, 사회적 합의 도출의 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고민은 더욱 불필요해 진다.
어설픈 페론니즘을 떠오르게 하는가 하면, 대중적인 미시적 분배정책을 강조하며 거시경제정책의 반대중
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 시장 경제원칙도 과감히 무시된다. 포퓰리즘적 요구에 타협을 강요하기도 한다. 다시 한 번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허나 방송은 그 프로그램 장르가 무엇이든 다양한 역할과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국민의 정서를 변화 시킨다.
픽션을 전재 하에 시청자의 통쾌함을 도출케하는 연출은 필요할 것이다. 비록 언어의 유희라 할지라도, 국민적, 사회적 팩트가 전제되는 소재를, 단순한 반정부적, 반기업적 결론을 도출시키며, 일부 시청자의 통쾌하다는 의견에 고무 됐다면, 제작진은 이미 저급 포플리즘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생각 없이 웃어넘기는 순간, 순간에 국민을 賤民(천민) 혹은 暴民(폭민)화 하여서는 안 된다
가량 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水滴穿石 (수적천석-작은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뚫는다)이라 하였다. 방송은 끊임없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의 정신문화를 변화시킨다. 그릇된 방송은 결국 사회 전체를 오염시키고 병들게 한다.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방송이 국민의 의식에 미치는 중차대한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작진에게 다시 한 번 소재 선택과 그 표현에 있어 보다 신중함을 요청한다. 이미 국민은 타 방송사의 예를 통해 오락, 예능 프로그램까지도 이념, 정치적 편향성을 표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공영방송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며, 밝고 건강한 방송으로서의 한 치의 오차도 용납지 않는 완벽함을 추구해야 할 것임을 당부한다.
2010.03.08 방송개혁시민연대(대표 김강원)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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