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고대생 자퇴선언문'을 읽어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 비단 나 뿐이겠는가. 그 글로 인해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 학생의 생각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이 공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굳이 한 여대생의 자퇴선언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점점 파행화되가는 대학의 현실과 88만원 세대라는 청년들의 미래에 대해 심히 우려감을 갖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혈안돼 있는 대학 당국자와 대학교육을 관장하고 있는 정부 당국자 뿐이지 않은가 싶다. 이같은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자는 개인의 각성이 중요한다고 한다. 물론 개인의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한 두 명 개인의 각성으로는 풀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부도덕을 감수하고라도 '잘 살수만 있다면 뭐든 좋다'는 경제논리가 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자본에 매몰된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을 자본의 노예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그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과 좌절감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그 20대의 한 가운데에서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남은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나를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 서서 이 경주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우월하고 또 다른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무력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 질주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앞서 간다 해도 영원히 초원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 또한 나의 적이지만 나만의 적은 아닐 것이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국가는 다시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어,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2년간 규격화된 인간제품을 만들어 올려 보낸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피라미드 위쪽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이 변화 빠른 시대에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전문과정에 돌입한다. 고비용 저수익의 악순환은 영영 끝나지 않는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세계화, 민주화, 개인화의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습된 두려움과 불안은 다시 우리를 그 앞에 무릎 꿇린다. 생각할 틈도, 돌아볼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또 다른 거짓 희망이 날아든다. 교육이 문제다, 대학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생각 있는 이들조차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공해서 세상을 바꾸는 '룰러'가 되어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너를 응원한다”, “너희의 권리를 주장해. 짱돌이라도 들고 나서!” 그리고 칼날처럼 덧붙여지는 한 줄,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없는 대학에서,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이 진리인지 물을 수 없었다.
우정도 낭만도 사제간의 믿음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순수한 시절 불의에 대한 저항도 꿈꿀 수 없었다. 아니, 이런 건 잊은 지 오래여도 좋다. 그런데 이 모두를 포기하고 바쳐 돌아온 결과는 정말 무엇이었는가. 우리들 20대는 끝없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에서 답을 찾으라는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깊은 분노로.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유지자가 되었던 내 작은 탓을 묻는다. 깊은 슬픔으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을 키우며 나를 값비싼 상품으로 가공해온 내가 체제를 떠받치고 있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한번 다 꽃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 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자유의 대가로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도전에 부딪힐 것이고 상처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삶의 목적인 삶 그 자체를 지금 바로 살기 위해 나는 탈주하고 저항하련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학비 마련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눈 앞을 가린다. '죄송합니다, 이 때를 잃어버리면 평생 나를 찾지 못하고 살 것만 같습니다.' 많은 말들을 눈물로 삼키며 봄이 오는 하늘을 향해 깊고 크게 숨을 쉰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덕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균열은 시작되었다.
동시에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이제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에 두고 나는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길 잃은 88만원 세대 온몸으로 ‘저항 선언’
고대생 “자퇴” 대자보…“대기업 하청업체 된 대학을 거부한다”
<경향신문>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10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장문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가 쓴 전지 3장의 글에는 끊임없는 불안감과 경쟁만 조장하는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담겼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의 수렁에 빠져 있는 ‘88만원 세대’ 대학생의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세대를 “G(글로벌)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라고 표현했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대학 관문을 뚫고 25년간 트랙을 질주했다는 고백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죽을 때까지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며 “더 거세게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자보에는 대학과 기업, 국가를 향한 또래 세대의 울분도 실렸다. 그는 “이름만 남은 ‘자격증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라며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 자격증도)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고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며 “큰 배움 없는 ‘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돼 부모 앞에 죄송하다”고 적었다.
그는 이 선택으로 “길을 잃고 상처받을 것”이며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해도 탑은 끄떡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대자보 앞에는 오후 내내 수십명의 학생들이 이어졌고, 대자보 옆에는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두 장의 A4용지와 장미꽃 세 송이가 나붙기도 했다.
‘자퇴선언’ 뜨거운 댓글 반응 “중요한 건 불편한 진실 밝힌 것”
일부 부정적 의견에 김씨 “오해 없기를”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24)의 ‘대자보 자퇴 선언’(경향신문 11일자 1면 보도) 파장이 교내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고려대 학내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11일 수십개의 관련 글이 게시되고 댓글 논쟁이 오갔다.
비슷한 고민으로 자퇴 직전까지 갔었다는 ‘jz2034’는 “모든 것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지만 실제 사회변화는 (개인이) 비판의식을 갖고 자기 소신의 삶을 살 때 이뤄질 수 있다. 그의 건승을 빈다”고 말했다. ‘AmBesten’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느니, 자퇴원을 제출 안했다느니 논의가 자꾸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안타깝다”며 “중요한 건 그가 우리에게 던진 문제의식이자 메시지다. 다들 말하진 않았지만 마음 한쪽에 느끼고 있던 불편한 진실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날 오후 교내 민주광장에서 열린 ‘고려대 교육권리찾기 특별위원회 선포대회’에서도 대자보 파문이 이어졌다. 전지원 총학생회장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안타깝다”며 “김씨의 글이 많은 학생들이 경쟁중심 사회 전반의 문제에 고민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제공했으며, 이제 이 같은 현실을 우리가 나서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파스에는 ‘일기장이 아닌 대자보에 공개한 이유가 뭐냐’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올랐다. ‘시지푸스’는 “제가 지금 꿈꾸는 7급 공무원은 학점과 영어능력, 여러가지 자격증을 고루 요구한다”며 “대학에 남아 확실한 꿈을 향해 노력하는 내가 ‘쓸모있는 상품으로의 간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취급당한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김예슬씨는 자퇴원 접수 논란에 대해 “저는 10일 경영대에 자퇴원을 제출했고 학교 측이 접수했다는 접수증도 갖고 있다”며 “인생을 두고 결정한 행동과 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기에 불필요한 오해로 제가 호소하고자 했던 내용이 가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군요” 고대생 ‘자퇴선언’ 학생 지지 쇄도
16일 오후 5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서 '자발적 퇴교'를 선택한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를 응원하기 위한 작은 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10일 김씨가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붙인 곳의 맞은편이다. 대자보는 치워졌지만 김씨의 뜻에 공명한 대학생들이 모였다.
응원 문화제에선 대학생들로 구성된 인디밴드의 공연과 한 줄씩 댓글을 달아 단체 대자보를 제작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대자보에는 "언니 멋있어요" "누가 뭐라 해도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문화제를 준비한 이들은 "김예슬씨의 선택을, 그리고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 자신의 삶을 응원하고자 준비된 작은 공연"이라고 말했다.
'니 맘대로 자유발언대'에서 대학생들은 김예슬씨의 선언이 자신들을 불편하게 했던 것은 애써 피하려 했던 지점을 환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모씨(25·고려대 법학과 3학년)는 "김씨의 대자보를 보고 나만 힘들어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반가웠고, 또 안심했다"고 했다. 김모씨(26·고려대 철학과 4학년)도 "김예슬씨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우리 모두의 고민"이라며 "대학 사회 내에서의 토론을 통해 다니고 싶은 대학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김씨의 대자보에 공감하는 각계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오슬로국립대 박노자 교수는 개인 블로그에 '대학거부자에게 지지를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을 통해 "고려대 경영학과 김예슬 학생의 '자퇴 선언'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에 거의 눈물 날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란 이미 충분히 '길들여진' 인간 기계들 중에서 고가로 판매될 수 있는 고급 기계들을 생산해내는 '공장'"이라며 "서로 연대를 해, 대학에서 '인간'과 '사회'를 다같이 복원해보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사설]누가 이 청년을 대학에서 자퇴하게 만들었나
전날 내린 봄눈으로 하얗게 덮인 고려대 교정의 담장에 한 대학생 청년이 꾹꾹 눌러쓴 대자보가 엊그제 나붙었다. 이 대학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가 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하의 공개 자퇴서였다. 명문대 경쟁의 바늘구멍을 뚫고, 앞날이 창창해보이기까지 한 김씨는 그러나 세속의 허위의식에 저항하며 잘못된 대학에서 자발적인 탈주를 결행했다. 그는 대학과 대학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학교 앞 1인 시위도 벌였고, 인터넷을 통해 꿈조차 빼앗긴 채 무한경쟁에 내몰린 이 시대 청년들의 고민을 대변해왔다. 그의 자퇴가 우발적인 것도, 명문대생의 만용도 아니라는 얘기다.
김씨는 대자보를 통해 이 땅에서 대학생으로, 청년으로 제대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비감하게 드러냈다. 그는 청년들이 영원히 초원을 볼 수 없는데도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경주마로 양육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동참하는, 스스로 배반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청춘은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해하고,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해서 서글프다”고 했다.
김씨는 청년을 경주마로 만든 이유로 다섯가지를 꼽았다. 경주마의 삶을 내면화한 청년 자신이 ‘작은 탓’이라면, 네 가지 ‘큰 탓’이 있다고 했다. 자격증 브로커로 전락한 ‘큰 배움(大學)이 없는 대학’, 초·중·고생을 말 잘듣는 경주마로 키워 대학에 납품하는 국가, 대학을 부품하청업체로 여기는 기업, 그리고 걱정을 하면서도 경주마의 삶을 권장하며 거짓 희망을 강요하는 기성세대가 공모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자퇴결단으로 이처럼 거대한 탑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공부만 잘하면 모든 걸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 키우라는 세상에서 더 이상 공범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대학을 뛰쳐나온 것이다. 그는 자퇴가 상품으로 ‘간택’되기보다 인간의 길을 ‘선택’하는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대학답지 못한 대학을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진정한 대학생의 첫 발’을 내딛는다고도 했다. 그는 동료 청년들에게 꿈은 누가 꾸라고 던져주는 것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무엇보다 김씨가 던진 화두를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대학이다. 지성과 정의와 진리 추구는 뒷전이고 졸업증 장사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모두가 청년들을 경마장이 아니라 푸른 초원에서 뛰놀게 해줄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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