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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의 진실 언제 밝혀지나

한라의메아리-----/주저리주저리

by 자청비 2010. 4. 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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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에 앞서 천안함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해군장병 46명이 제발 어딘가에 살아있어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고 실종자 구조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숨진 고 한주호 준위의 명복을 빕니다.

 

 

천안함 침몰 사태가 일주일이 흘렀다. 하지만 실종자는 단 한 명도 찾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하는 등 부적절한 구조활동으로 오히려 아까운 구조대원만 잃는 사고를 빚었다. 게다가 사고원인은 전혀 규명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되레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과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사건 원인에 대해 내부 폭발, 해저 암초 충돌, 기뢰 혹은 어뢰에 의한 피격 등에다 선박 노후화에 따른 피로 파괴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온갖 설(說)만 파다한 상태다. 국민은 답답한데 정부와 군 당국은 함체를 인양해봐야만 알 수 있다고만 한다. 사고 당시 교신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사고원인을 밝혀줄 단서가 나오지만 군은 군사 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구조된 승조원들과의 면담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군은 사고발생 초기 부대를 찾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총을 들이대기도 했다. 소통이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실종자 수색은 궂은 날씨에다가 급류가 흐르는 지리적 위치, 부적절한 장비사용 등으로 구조대원들의 목숨을 건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지경이 되고보면 그동안 첨단장비로 현대화된 강군(强軍)이라고 해왔지만 유사시에 대비하는 군의 대응능력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군은 사건 현장을 직접 촬영한 열상감시장비(TOD) 영상도 전체 40분 분량을 1분20초만 편집해 공개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TOD 영상은 3월 26일 밤 9시 23분부터 촬영된 것으로 당초 발표된 사건 발생 시간인 9시 25분과는 또 한번 불일치가 빚어진다. 결국 군은 오늘 사고시간을 21시 22분으로 네번째 정정했다. 군은 천안함 사고시간을 21시45분에서 25분으로 변경했다가 30분으로, 다시 22분으로 변경했다.


사건 당일 천안함의 한 승조원이 21시15분경 휴대전화로 가족과 통화하면서 비상이라서 더 이상 통화 할 수 없다고 했다는 점도 비상 상황이 더 이른 시간에 발생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한다. 정부가 수많은 의문점을 해소하는 데는 미온적이면서 오히려 백령도 주민들에게 조차 "언론에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승조원 구조활동에 앞장섰던 해경도 사건의 앞뒤 정황을 짐작할 수 있는 한쪽 키를 갖고 있으나 단 한차례 기자회견 이후 입을 다물고 있다. 도대체 무슨 속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계속 이처럼 석연찮은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갖가지 소문은 더 난무할 것이다. 계속된 거짓말로 정부 불신이 증폭되면 나중에는 진실을 밝혀도 믿지 않게 된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만일 군이 내부의 부조리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어설픈 거짓말을 계속 하고 있다면 MB정부는 단호하게 발본색원함으로써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실종 장병 46명이 발생한 이번 사건을 두고 4대강이나 봉은사 사태, 현명숙 전 총리 재판 등으로 곤궁에 처한 현 정부가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고 얄팍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면 MB정권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 될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이에 대한 기사를 썼다.

 

영국 언론 “천안함 의혹은 영화 ‘괴물’의 현실화”
파이낸셜타임스 올리버 서울지국장 “한국민, 국가를 ‘진짜 괴물’로 인식”
“실종자 가족들, 정부와 소통 부재에 울부짖어”…‘대중의 큰 저항’ 경고 

<한겨레> 

 

 

 » 파이낸셜 타임스 

 

천안함 침몰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소개하며 “한국인들이 국가를 진짜 괴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 올리버 <파이낸셜타임스> 서울지국장은 1일 칼럼에서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와의 소통 부재에 울부짖고 있으며, 군이 자신들을 다루기 어려운 적인 것처럼 취급하는 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00년 침몰한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희생자 유족들에게 진정제 주사까지 준비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러시아와는 다르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섬뜩한 소통 방식과 군사정권의 본능이 이 시대에 재현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버 지국장은 침몰 원인이 미스터리에 빠지고,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에 절규하는 상황은 ‘22년 역사의 한국 민주주의’가 아직도 정부와 시민 간의 신뢰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지난 며칠이 2006년 개봉했던 영화 <괴물>의 상황이 현실화된 “완벽한 예”라며, 이 영화의 메시지를 소개했다. 이 영화가 “진짜 악당”으로 묘사한 것은 한강에 출몰한 괴생명체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고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정부라는 것이다.

 

칼럼은 이번 참사뿐 아니라 현 정부에서 진행된 일련의 민주주의 후퇴, 정부와 시민사회의 대립을 소개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정부가 촛불시위의 재발을 우려해 경찰 수만명을 서울시내에 배치했으며, 정부와 재벌이 무비판적인 주류언론에 일방적 정보만 제공하고 있고, 정부 비판 목소리가 거세진 사이버통제 과정에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구속된 일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이 칼럼은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했는데, 삼성의 문제를 파헤친 김용철 변호사 책에 대한 광고나 서평은 주류언론에 실리지 않는 상황이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올리버 지국장은 정부와 시민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한 “한국 민주주의는 대립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당국은 비틀린 음모론과 그들이 신뢰하지 않는 대중의 커다란 저항에 계속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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