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제3의 경제공황 시작돼"
경기침체속 긴축…실업자 대거 양산 우려
<매일경제>
세계경제가 최근 `더블 딥(경기상승후 재하강)` 가능성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네오 케인지언(Neo Keynesian:신 케인즈주의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57세 ·사진)가 반격에 나섰다. 이는 지난 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2013년까지 재정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국제 공조체제를 긴축기조로 바꾸기로 하자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계속 펼쳐야 한다는 입장을 평소 주장해온 크루그먼 교수가 크게 반발한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는 29일 일간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제3의 경제 공황(third depression)` 가능성을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날 `공황(Depressed)`이라는 제하의 기고에서 "경기침체는 흔하지만 공황은 드물다"며 "세계 경제사를 보면 지난 1873년 공황 이후 디플레이션과 불안정이 지속된 시기, 그리고 1929~1931년 금융위기후 대규모 실업사태가 지속된 대공황 등 두 차례의 불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두 공황이 경기 하락세만 지속된 것은 아니며 중간에 회복세를 보인 시기가 있었다며 경기회복세가 하락의 충격을 메워줄 정도로 충분하지 않아 더블딥(경기상승후 재하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계경제가 `더블딥`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크루그먼 교수는 아직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제3의 공황` 초기단계에 진입했으며 다가올 불황은 과거 극심했던 대공황이 아닌 1873년 장기불황에 가까운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같은 장기불황이 발생하면 수많은 이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는 등 수많은 이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국 정부는 2008년과 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맞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과 통화팽창 정책을 추진해 지난해 여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띠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1933년 경기회복기가 대공황의 끝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현재 경기회복은 제3의 공황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후대 역사가들은 얘기할 것"이라며 섣부른 경기회복론을 경계했다.
그는 또 미국경제가 자칫 일본식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미국은 두 자리수에 육박하는 실업률이 재앙적인 상황이며 실업률이 크게 줄어들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은 일본식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드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럽은 그리스발 경제위기후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경제성장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역시 공화당을 주축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긴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는 이같은 긴축정책이 큰 효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재정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단기적인 재정긴축에 투자자들이 신뢰감을 표시할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루비니""美·日 더블딥 우려 신흥시장 발목 잡을것""
루비니 교수 매경 단독인터뷰…과도한 신흥시장 낙관론에 제동
유로존 해결 못하면 선진국 침체…한국, 경제역동성 약해질 가능성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유로존 사태로 미국, 유로존, 일본 등이 더블딥에 가까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상황이지만 세계 경제와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을 내놨다. 과도한 신흥시장 낙관론에 제동을 건 셈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와 인터뷰한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선진 경제 성장률은 미약한 반면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U자형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로존 사태로 선진 경제 성장률이 갈수록 미약해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하반기 이후 2%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저성장 덫에 빠지면 실업률 개선이 더뎌지고, 금융회사 부실자산이 늘어나고,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한편 주식시장도 지속적인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진단했다. 또 일본 경제 성장률이 1%대로 가라앉고 특히 유로존 성장률이 거의 0% 수준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제기했다. 루비니 교수는 "아직 기술적으로 선진 경제가 심각한 더블딥에 빠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로존 사태로 더블딥 리세션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 이유로 먼저 아시아 시장이 가진 높은 잠재성장력을 꼽았다. 미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2.5~3%, 유로존과 일본은 1.5~2%에 불과하지만 아시아 경제는 5~8%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또 신흥시장은 레버리지가 작아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은 점도 장점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그는 아시아 경제가 선진 경제와 완벽하게 디커플링될 수 없다는 점을 부담으로 꼽았다. 그는 "아시아 경제가 수출 위주로 성장했지만 단기간에 아시아 내수를 크게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선진 경제 추가 침체는 아시아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경제도 하드랜딩(경착륙)을 하지는 않겠지만 선진시장 축소,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로 경제 역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로존 사태를 해결하고 유로존 해체라는 최악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는 3가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첫째, 유로존이 양적 완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통화정책은 완화해 시장에 필요한 돈을 집어넣어야 더블딥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유로화 약세 유도다. 유로당 1.24달러 수준인 유로화 가치가 아직도 고평가된 상태기 때문에 유로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내년 중 달러와 유로 환율이 1대1 패러티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루비니 교수는 내다봤다. 셋째, 재정 상황이 좋은 독일 등은 오히려 강력한 경기 부양책과 임금 인상을 실시해 유로존 경제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국경제를 보는 두 시각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 "한국정부, 부양조치 거둬들여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의 출구전략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28일(현지시간) "한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인상적인 반응을 보여줬다"면서 "한국의 이러한 빠른 성장은 부양 조치를 거둬들여 점진적으로 평상 수준으로 복귀해야 할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다음달 12~13일 대전에서 기획재정부와 IMF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21 - 미래 경제의 선도적 주체' 콘퍼런스 참석을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한국 경제가 이제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 같은 한국의 출구전략을 이미 몇 차례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손 교수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뉴욕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6% 정도로 예상된다"며 "한국 경제만 놓고 보면 인플레이션이 예상돼 출구전략을 펼 수도 있겠지만 세계 경제의 일원임을 감안하면 출구전략을 펼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그동안 진행돼 온 재고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경기 부양책도 거의 다 썼지만 실업률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택경기도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며 세계 경제성장이 전반적으로 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시장 예상치인 3% 내외보다 낮은 2.7%, 내년에는 2~2.5%로 전망했다. 손 교수는 "미국과 유럽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할 경우 무역 규모도 줄어 중국과 한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출구전략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디플레 우려…출구전략 신중해야"
그는 특히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미국도 금리를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인상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국 경제의 큰 문제점으로는 가계부채를 지적했다. 그는 "전세대출을 포함하면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70~80%나 된다"며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트로스칸 총재는 중국 통화인 위안화를 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위안화 가치가 시장에 의해 자유롭게 결정될 때 한해서"라고 전제를 달았다. 현재 SDR 가치는 달러, 유로, 엔, 그리고 영국 파운드화 등 4개 통화 가치로 결정하고 있다.
IMF가 국제 유동성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창출한 국제준비통화인 SDR는 금, 미국 달러화와 함께 제3 통화로 간주되고 있는데, 중국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포함되면 국제 결제 통화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신속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위안화가 정상적인 시장가치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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