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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연평도' vs 백악관 '미사일 위기'

세상보기---------/조리혹은부조리

by 자청비 2010. 12. 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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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연평도' vs 백악관 '미사일 위기'
이명박과 케네디, 두 대통령은 이렇게 달랐다 
[영화로 읽는 세상이야기 57] 위기국면에서 리더십의 정수 보여준 < D-13 >

 

오마이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 위기가 증대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이 상징하듯이 이명박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전면 보이콧한 채, 대북 봉쇄전략으로 돌아서면서 남북 간의 팽팽한 군사적 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초강경 기조 속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쿠바 미사일 위기'를 예로 들며 자화자찬하는 촌극을 벌였습니다.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고 한 이 대통령의 담화가 1962년 10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발표한 담화문에 견줄 수 있다는 겁니다.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될 뻔한 위기였음에도 케네디가 소련에 단호히 대응해 미국을 수호할 수 있었듯이, 이 대통령의 담화 역시 북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케네디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청와대의 설명처럼 진짜 색깔이 비슷했을까요? 

 

쿠바 미사일 위기 국면에서 등장하는 위기관리 리더십

 

1962년 10월 14일. 영화는 미국의 첩보정찰기 U-2가 쿠바에 소련의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는 장면을 항공 촬영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튿날인 15일 백악관에서 케네디 대통령(브루스 그린우드)과 동생이자 법무장관인 로버트(스티븐 컬프), 그리고 대통령 특별보좌관인 케니 오도넬(케빈 코스트너)이 긴급보고를 받으면서 '쿠바 미사일 위기'는 점차 가시화됩니다.

▲ 쿠바에 소련의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는 국가안보특별보좌관의 보고를 받고 케네디와 로버트, 그리고 두 사람의 하버드대 친구인 케니가 비상대책위 구성 등을 숙의하고 있다. ⓒ 비콘 커뮤니케이션 LLC&뉴 라인 시네마   D-13

 

브리핑 요지는 문제의 미사일이 사정거리 1000마일에 3메가톤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SS-4 중거리전략탄도탄으로 워싱턴을 폭격하는 데 5분이면 족하다는 것. 순식간에 8000만 명이 죽을 수 있는 미사일 기지가 미국의 코밑에서 9개나 건설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 <D-13>(Thirteen Days, 2000년작)은 10월 15일부터 27일까지 터질 듯한 긴장감 속에 살얼음판 위를 걸으면서 전쟁과 평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백악관 비상대책회의의 13일간의 기록을 고증합니다. 다만, 이듬해에 케네디 대통령이, 68년에는 동생 로버트가 암살당하면서 영화는 이들 형제의 정치고문이었던 케니의 증언에 무게를 둡니다.

 

케네디는 로버트에게 국가비상대책위원회(EXCOM) 구성을 명령합니다. 이윽고 열린 대책회의에서 딘 러스크 국무장관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습니다. UN 등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소련의 미사일 기지를 철수시키거나 아니면 공중폭격에 이은 쿠바 침공으로 이참에 카스트로 정권을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가시화될 때마다 중간 중간에 붉은 버섯 모양의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위기관리를 잘못해 전쟁이 터졌을 때, 그 결과가 어떨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영화는 백악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주화론과 주전론의 불꽃 튀는 대결을 통해 위기극복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톺아보게 합니다.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주화론과 주전론의 대결

 

쿠바 미사일 위기를 맞아 미 정부는 주화론과 주전론으로 극명하게 갈립니다. 케네디 형제와 케니, 딘 러스크와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 그리고 UN 대사 아들레이 스티븐슨 등은 소련과의 평화적 협상을 통한 기지 철수를 주장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몇몇은 위기가 고조되면서 군부의 입김이 거세지자 주전론으로 돌아서기도 합니다.

 

▲ 쿠바 미사일 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비상회의에서 외교협상을 강조하는 주화론과 선전포고를 주장하는 주전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비콘 커뮤니케이션 LLC&뉴 라인 시네마   D-13

주화론의 입장은 간결합니다. 미소의 냉전이 상극을 이루던 때에 쿠바에 대해 공중폭격을 한다는 것은 결국 제3차 대전을 불사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곧 공멸을 뜻합니다. 3차 대전은 이전의 두 차례 대전과 양상이 다릅니다. 미소 간에 보유한 엄청난 양의 핵은 지구를  수십 번이나 거덜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쿠바 피그스만 침공 실패에 따른 교훈도 톡톡히 한몫했습니다.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석 달도 안 된 1961년 4월에 미 CIA가 훈련시킨 쿠바 망명자들이 미군의 지원 속에 침공하다 실패한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미국에게 쿠바 미사일 위기를 자초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배리 골드워터 등 공화당 의원과 존 맥콘 CIA 국장, 맥스웰 테일러 합참 의장, 앤더슨 해군 제독 등 군 장성들은 한결같이 '작전계획 316'에 따라 쿠바에 대해 공습과 함께 지상공격을 감행해 카스트로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피그스만 침공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CIA와 군부는 13일간의 비상회의 내내 즉각 폭격을 주장합니다. 또한 한국전 이후 군산복합체로 재편되고 있던 미국의 군수산업도 전쟁불사를 외칩니다. '피를 먹고 성장'하는 군수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딘 애치슨 전 국무장관 등은 케네디가 즉각 폭격을 내리지 않고 비상회의를 끝내자 군 장성들에게 "난 나약한 게 제일 두려워"라며 대놓고 시비를 겁니다.

 

케니의 증언대로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형제가 가장 신경을 썼던 대목 중의 하나가 '군부 쿠데타'일 정도로 CIA와 군부, 군수산업체의 '멸공의지'는 섬뜩합니다. 이들의 그러한 멸공의지는 케네디 형제에 대한 암살과 함께 베트남 전쟁 등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강도 높은 무력개입으로 이어지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깁니다.

 

전면전과 최후 협상,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들다

 

주화론과 주전론에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국방장관이 쿠바 봉쇄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듭니다. 그 와중에 쿠바에서는 SS-4 중거리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BEM)로 바뀌고 미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섭니다. 견디지 못한 군부는 케네디의 면전에서 쿠바 봉쇄 등과 같은 외교적 압력은 우방국과 중립국에게 약하게 보이는 것이라며 대놓고 협박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군 장성들은 "망할 케네디 놈들, 비겁한 겁쟁이들이 나라 말아 먹는다"며 욕설을 내뱉습니다.

 

▲ 10월 27일 초읽기에 들어 간 상황에서 쿠바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설치를 완료하고 발사대기 상태에 들어가면서 군부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해 진다. 
ⓒ 비콘 커뮤니케이션 LLC&뉴 라인 시네마   D-13

 

케네디는 10월 22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쿠바 봉쇄와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합니다. 그와 함께 소련에서 출발한 수송선이 다가오자 군부와 CIA 등은 쿠바에 대한 저공정찰과 미사일 수송선에 대한 무력시위를 요구합니다. 사실상 쿠바침공을 위한 함정인 셈이지만 케네디는 거절합니다.

 

10월 23일 쿠바 봉쇄령이 발동됩니다. 그리고 이튿날 첫 검역을 앞두고 소련 잠수함 3척이 수송선을 호위하며 등장하자 군부는 즉각 공격을 요구합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수송선들이 선수를 돌려 회항합니다. 무력충돌의 위기가 지나가고 드러난 사실 하나. 케네디는 자신이 내린 비상령이 테프콘 3호가 아닌 것을 알고 대노합니다. 군부가 케네디의 명령을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테프콘 2호를 내린 것입니다.

 

쿠바 상공에서 U-2가 격추되는 등 또 한 차례의 위기가 들이닥치고 마침내 케네디는 29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전군에 명령을 내립니다. 전면전을 이틀 앞둔 27일 밤, 마지막 협상이 진행됩니다. 미국은 터키주둔 미군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는 한편 쿠바를 전복시키지 않고 소련은 쿠바의 미사일기지를 철수하기로 보장하는 비밀협상안을 갖고 로버트와 케니가 군부의 격렬한 반대 속에 주미 소련대사관으로 향합니다.

 

낮 뜨겁고 옹색한 단호한 응징

 

<D-13>은 쿠바 미사일 위기가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평화를 가져오게 되었는지 흥미진지하게 보여줍니다. 연평도 포격으로 현재진행형인 한반도 위기상황의 반면교사 감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당시 위기를 한반도 위기에 직접 대입하는 데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러나 케네디가 보여 준 위기관리 리더십은 돋보입니다. 군부의 쿠데타 겁박을 무릅쓰고 봉쇄전략을 채택한 가운데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평화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케네디가 군부의 이상 움직임을 예감하고 디데이와 최후 협상이라는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꺼내든 '트롤로프의 수'는 절묘합니다. 영국의 소설가 앤서니 트롤로프의 이름을 딴 이 '트롤로프의 수'는 이후 위기국면을 타개할 지혜의 결정판으로 불리며, 케네디 리더십의 상징으로 읽힙니다.

 

그런 케네디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방적인 봉쇄와 조중동의 보복 공격론을 등에 업고 '단호한 응징'을 주장하는 이 대통령을 동급에 놓는다는 것은 낯뜨거운 일입니다. 더욱이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의 수중에 있는 마당에 단호한 응징을 주장하는 것만큼 옹색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반진보 범보수대연합을 통한 정치지형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속 보이는 짓이라 해도 궁색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다 화를 자초하는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생과 평화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연평도 위기'를 해결하는 진정한 리더십임을 이명박 정부는 깨달아야 합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적했던 것처럼 협상과 게임의 자세를 갖추고 있다면, 연평도 위기국면에서도 '트롤로프의 수'를 찾아내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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