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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올해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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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10. 12. 2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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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어퍼컷! 월스트리트에 하이킥! 책의 최후통첩!
[2010 올해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프레시안


예상은 빗나갔다. '프레시안 books'가 책 좋아하기로 소문난 서른세 명의 서평위원에게 '올해의 책' 추천을 의뢰할 때만 해도 올해의 최고 베스트셀러였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의란 무엇인가> 대신에 다른 책 두 권을 선택했다. '프레시안 books'가 뽑은 2010년 '올해의 책'은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김희정·안세민 옮김, 부키 펴냄)다. 시장 권력을 대표하는 삼성을 정면 비판하는 책과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이 각각 1월 말과 10월 말에 출간돼 2010년을 열고 닫았다. 이 책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2008년, 세상이 변했다!

시작은 2008년이었다. 한 100년이 지나고 나서, 많은 역사학자는 2008년을 '역사의 갈림길'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 해를 기점으로 세상이 또 사람이 변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8년 2월 25일 대기업 CEO 출신의 대통령이 취임했다. 전직 대통령이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자조적으로 토로하고 나서, 실제로 정치권력을 자유 시장 지상주의를 신봉하는 전직 CEO가 가져간 것이다. 대통령 선거 내내 지도자의 자격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의혹이 숱하게 제기되었으나 시민들은 그에게 표를 던졌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모두 시장이 가져갔다. 자유 시장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채 100일도 안 되어 사람들은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해 여름, "머리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죽는다는 전염병을 무서워한" 몇몇 10대를 따라서 연인원 수십 만 명의 시민이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외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질문이었다.

 

"한국 경제를 미국 경제에 통합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검역 주권 같은 것은 포기해도 되는가?"(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국민의 생명을 기업에 맡기는 의료 보험 민영화를 받아들여야 하는가?"(의료 보험 민영화 반대!)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산과 강을 마음대로 파헤쳐도 무방한가?"(한반도 대운하 반대!)

 

이렇게 한국에서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자유 시장의 천국 미국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그 해 가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월스트리트의 내로라하는 투자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진 것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것을 금융 상품으로 만들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던 월스트리트가 사실은 서서히 늪으로 빠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혹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는)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자유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재앙이 씨앗일 수도 있구나!' 이제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 질문의 맞은편에 바로 <삼성을 생각한다>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이 두 권의 책이 놓였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삼성을 생각한다>

▶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지음, 사회평론 펴냄). ⓒ사회평론


2008년 4월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별다른 성과 없이 삼성 비자금 수사를 종결지었다. 변호사 김용철이 2007년 10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서 삼성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삼성으로 상징되는 시장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김용철의 폭로가 이렇게 성과 없이 끝나면서, 삼성 비자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역시 잊혔다. 그는 의뢰인 하나 없는 변호사 사무실을 4개월 만에 접고서, 2008년 말 경기도 부천에서 빵집을 열었다. 삼성은 이기고 그는 패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는데 평생을 바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을 한 터였다.

 

김용철은 2008년 12월 삼성과 인연을 맺고 나서 지금까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좀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삼성을 생각한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후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완성한 초고의 일부를 평소 신뢰하던 <프레시안>의 기자 성현석에게 검토를 의뢰했다. 2009년 2월의 일이었다.

 

그 때부터 김용철은 성현석과 매일 만나며 최종 원고를 완성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초고를 읽은 성현석이 질문하고 김용철이 답하면서, 글을 더하고 더는 작업이 두 달간 계속되었다. 이런 토론 과정을 통해서 <삼성을 생각한다>는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이 아니라, 시장 권력을 상징하는 삼성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책으로 탄생했다.

 

이렇게 최종 원고가 마련이 되었으나 책의 출간은 간단치 않았다. 2009년 6월부터 크고 작은 출판사에 책의 출간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번번이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원고의 완성도를 문제 삼는 출판사도 있었고, 삼성을 비판하는 책을 내는 것이 부담스럽다 솔직히 거절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거의 출판을 포기할 즈음에 출판사가 나타났다. 그 해 10월, 김용철은 성현석의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사회평론과 접촉한다. 그리고 2010년 1월 사회평론은 <삼성을 생각한다>를 출간한다. 애초 김용철은 책의 기획 단계부터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전종훈이 권한 제목 "삼성은 무죄다"를 염두에 뒀으나, 출판사 측에서 출간 직전에 "삼성을 생각한다"를 제안했다.

 

출간 이후의 상황은 잘 알려진 대로다. 대부분의 언론이 기사로 책을 언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광고조차 꺼렸다. 심지어 <국민일보>(2010년 3월 5일자)는 <삼성을 생각한다>를 다룬 기사("홍보도 못했는데 베스트셀러, 누구냐 넌?")에서 책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서 화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을 생각한다>는 12월 20일 현재 총 약 15만6000부(18쇄)가 출고되었다. 초기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부 누리꾼이 '트위터' 등을 통해서 이 책의 출간 사실을 홍보하면서 5주 만에 7만5000부가 나갔다.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추천한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집필, 출판, 독서가 하나의 '사건'이자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 책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부키 펴냄). ⓒ부키


다시 2008년으로 돌아가자. 앞서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을 출간한 장하준은 한 편집자(윌리엄 굿래드)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세계 금융 위기를 놓고 새로운 책을 써 볼 생각은 없는가?" 이런 제안에 그는 다른 책을 떠올렸다.

 

'현재의 금융 위기를 분석하는 책이 아니라, 이런 위기를 낳은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책을 한 번 써보면 어떨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앞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미국 출간을 담당했던 편집자(피터 기네이)는 아예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라는 제목도 제시했다. '23'은 장하준과 편집자가 상의하는 과정에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를 고르다 선택한 것이다.

 

나중에 기네이는 스물세 장의 맨 앞마다 핵심 주장을 요약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를 넣자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장하준은 기네이의 제안에 따라서 세계 금융 위기를 낳은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열거하고, 그 중 스물세 가지를 꼽아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했다.

 

이렇게 준비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지난 8월 영국에서 나오자마자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영국의 <가디언>이 지난 9월 29일 사설에서 이 책을 거론하며 영국 노동당 대표 에드 밀리밴드에게 장하준과 점심을 함께하라고 권한 사실은 유명하다. (밀리밴드는 장하준에게 아직까지 점심 요청을 하지 않았다.)

 

다른 언론도 호평 일색이다. 진보 성향의 <가디언>("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가치는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하다")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의 <더 타임스>("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조차도 일독을 권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서평은 로버트 스키델스키의 <뉴스테이츠먼> 서평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케인스 전기(<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작가로 유명한 역사학자 스키델스키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나온 세 권의 경제학 책을 평가하는 서평('For a new world, new economics')에서 "장하준의 책이 가장 성공적이다(Of the three books, Chang's is the most successful")고 평가했다.

 

(<동아일보>의 김순덕은 지난 13일 한 칼럼('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것들')에서 이 책에 대한 스키델스키의 서평을 비롯한 영국 언론의 서평을 언급하면서 '현지 언론 서평 대부분이 (장하준의 책을) 혹평했다'고 썼다. 진지한 서평이라면 으레 있기 마련인 책의 한계를 언급한 부분을 침소봉대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왜곡에 가까운 터라 이렇게 따로 언급한다.)

 

영국에서 나온 지 3개월 만에 국내에서 출간된 이 책은 12월 23일 현재 약 22만4000부가 출고되었다. 이런 판매 속도는 지난 5월에 출간돼 65만 부가 넘게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빠르다. 특히 3~40대 독자(386 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2005년 <쾌도난마 한국 경제>(부키 펴냄)에서 장하준과 대담한 정승일은 이 책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민주주의를 꿈꾸고 사회 정의를 부르짖던 이 나라 386 세대의 필독서다. 더 정의롭고 더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 역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다른 시선, 한 목소리

<삼성을 생각한다>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비롯 시선의 초점은 다르지만 똑같이 시장 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때문에 겹치는 목소리도 많다. 예를 들자면, 두 책은 2011년 임시국회에서 비준을 앞둔 한미 FTA를 놓고 한목소리로 반대한다. 김용철과 장하준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집권했지만, 실제로는 재벌 편을 드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삼성과 아주 가까웠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그의 발언은 사실상 삼성에 대한 굴복 선언이었다. (…) 그의 이런 태도가 정점에 다다른 것은 재벌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고 서민에게 불리한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였다. (<삼성을 생각한다>, 399쪽)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은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그런 정책들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30년 동안 이 정책을 도입한 개발도상국들은 성장률 둔화와 수입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했다.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107쪽)

 

두 책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시장 권력, 즉 재벌과 같은 기업의 권력을 통제하는 데도 한목소리를 낸다. 흔히 장하준이 '재벌에 관대하다'는 비판이 있으나, 이 책에서 그는 외국 자본 통제만큼이나 기업을 길들이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역시 김용철과 장하준의 목소리가 겹치는 부분을 직접 읽어 보자.

 

삼성은 자칭 '글로벌 기업'을 내세우지만, 철저히 국내 기득권에 안주했다. 내가 삼성 비리를 공개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이건희가 삼성 본사를 해외로 옮기면 어떡하느냐"며 불안해했다. (…) 터무니없는 불안감이다. 삼성은 본사를 해외로 옮길 수 없다. 철저히 내수 위주인 금융 및 소비재 사업, 중소기업에 비용을 떠넘기는 거래 관행, 정부의 다양한 지원 등 국내에서 누리는 이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삼성을 생각한다>, 436쪽)

 

기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경제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자신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규제가 기업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천연자원이나 노동력과 같이 기업들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동의 자원이 파괴되지 않도록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기업 부문 전체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252쪽)

 

이밖에도 두 책에서 겹치는 목소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흔히 두 책을 놓고 쏟아지는 비판("대안이 이상적이다 혹은 비현실적이다!")은 이런 한 목소리를 일별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채워 넣어야 할 몫이리라. 2010년, 이 책들은 우리에게 시장 권력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자, 이제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후기 : '올해의 책'을 뽑고 나서…

수많은 책 중에서 몇 권을 추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저자, 역자, 편집자, 제작자, 디자이너 등 한 권, 한 권마다 많은 이들이 손이 가는 책의 경중을 따져서 몇 권만 추천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2010년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다.

 

'올해의 책' 선정 과정에서 <삼성을 생각한다>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두 권과 함께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책은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은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푸른숲 펴냄)이었다. 빼기가 아까워 두 권에다 이 책을 더 해서 '올해의 책'을 세 권으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정도다.

 
▶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지음, 푸른숲 펴냄). ⓒ푸른숲
이 책은 20대가 한국 사회와 기성세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귀를 기울임으로써, 역으로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2007년 <88만 원 세대>(우석훈·박권일 지음, 레디앙 펴냄)가 나오고 나서, 등장한 20대를 둘러싼 수많은 담론에 정작 20대의 목소리가 빠져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 책의 의미는 각별하다.

 

개인적인 얘기를 덧붙이자면, 이 책은 2010년 '프레시안 books'에서 다뤘던 책 중에서도 각별하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엄기호의 말대로 "20대와 함께 우리 시대에 대해서 어떤 새로운 언어와 삶, 그리고 기획을 생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장 권력과의 싸움에 20대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겠는가?


◀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더글러스 러미스·쓰지 신이치 지음, 김경인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녹색평론사
'프레시안 books'에서 "생태·환경 책을 다루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 새해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당 분야의 책을 주목해볼 생각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올해 눈에 띄는 생태·환경 책이 유난히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 돋보이는 책은 더글러스 러미스와 쓰지 신이치의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김경인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이었다.

 

<경제 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김종철·이반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로 이미 성장에 관한 묵직한 고민을 던졌던 더글러스 러미스의 말을 경청하다 보면, <삼성을 생각한다>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볼 수 있다. '생태'와 '평화'의 조건을 묻는 러미스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세상은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코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외에도 외국 저자의 책 중에서 11월에 출간돼 주목을 받았던 앨버트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이근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 책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어떤 논리를 동원하는지 간파하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이밖에도 조지 오웰의 책(<위건 부두로 가는 길>, <나는 왜 쓰는가>), 앨리 러셀 훅실드의 <감정 노동 : 노동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상품으로 만드는가>(이가람 옮김, 이매진 펴냄) 등도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혔다. 또 <하우스 푸어>(김재영 지음, 더팩트 펴냄), <천안함을 묻는다>(창비 펴냄) 등의 시사 쟁점을 다룬 책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의 책' 어떻게 선정했나?

서른세 명 서평위원으로부터 권 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추천을 받았다. 12월 14일 많이 추천된 책을 놓고 기획위원, 기자들이 토론을 통해서 두 권을 선정했다. 사실 <삼성을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추천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2010년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데 큰 논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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