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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려 했는데 안 웃어? 대중이 늘 옳다!

세상보기---------/현대사회 흐름

by 자청비 2011. 4. 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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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려 했는데 안 웃어? 대중이 늘 옳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나는 가수다’로 홍역 치른 김제동 ‘사회사’, 그가 말하는 웃음과 눈물과 미안함 

한겨레

 

김제동씨는 “서민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늘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홍구와 서해성을 향해서는 “먹물들에 대한 반감을 계속 깨달라”고 주문했다.  
  
 제44화 지식광대와 대중광대의 만남

에프(F)를 주고받았다.  한홍구-김제동은 사제지간이다. 2009년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에 편입한 김제동(37) 학생은 그해 2학기에 한홍구 교수의 ‘한국현대사’ 교양과목을 수강한 뒤 F학점을 받았다. ‘출석 불량’은 그 뒤 계속되는 낙제와 두 번의 학사경고로 이어졌다. 오늘은 복수의 자리다. 한홍구와 서해성에게 “지식인 역할 제대로 하라”는 F를 줬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직설이다. <한겨레>의 ‘직설’은 <경향신문> 격주 대담코너인 ‘김제동의 똑똑똑’에 교차 인터뷰를 제안했다. 김제동은 한홍구와 서해성을 인터뷰하고, 한홍구와 서해성은 김제동을 인터뷰한 뒤 같은 날 각 신문의 지면에 싣자고 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김제동은 주중엔 문화방송 <7일간의 기적>과 에스비에스 <밤이면 밤마다> 등 지상파 방송분을 촬영했고, 주말엔 지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했다. 한홍구와 서해성은 새 학기 들어 강의와 강연, 각종 스케줄로 정신이 없었다. 열 차례가 넘는 힘겨운 조정을 거친 끝에 마침내 3월23일 오전 9시 반!

 

하필 김제동이 여론의 집중난타를 당한 다음날이었다. 문화방송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코너에서 가수 김건모의 재도전을 제안한 일로 인터넷과 트위터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는 세 시간이 넘는 대담 도중 끊임없이 “미안하다, 죄송하다,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사회자 또는 사회사(司會士)’라고 규정했다. 대학축제 때 ‘겜돌이’라는 상스러운 표현에 저항하여 ‘사회사’로 부를 때까지 무대에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할 사회사’라는 상찬이 아깝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땐 이를 감동적으로 증명했다. 오늘은 ‘사회사 김제동’의 진심이 뭉클하게 다가오는, 웃음과 눈물이 뒤엉킨 직설이다.

 

김제동(이하 김) 아이고, 에프(F) 주신 교수님하고 앉아 있으려니!(웃음)

한홍구(이하 한) 나도 F 준 학생하고 이렇게 친한 척하기는 처음이네요.(웃음)

서해성(이하 서)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대한 시청자들 반발이 센데. F까지는 아니어도.

 

무조건 제 잘못입니다. 보통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괜찮았을 거라고들 해요. 너무 노래 잘하는 형을 지켜보다 보니 오버를 한 셈이에요. “형 노래 한번 더 시켜주면 안 되냐”고.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인 만큼, 다시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에 달려 있겠죠. 그래야 김건모뿐 아니라 ‘나가수’에게도 ‘재도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요.

‘직설’도 처음에 크게 사고 쳤잖아요.

어쨌든, 제 잘못입니다.

 

‘웃기고 싶다’와 ‘웃기고 자빠졌네’의 차이


웃음 주는 사람이 자꾸 잘못했다고 하니, 참… 개그맨과 코미디언의 차이는 뭘까요?

웃김으로써 눈물과 웃음을 모두 줄 수 있는 사람이죠. 슬픔의 의미까지 포함됐으면 좋겠죠.

‘버스 차장’이 ‘안내양’이 되고, ‘식모’가 ‘가정부’로 불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개그맨이 되면서 화려해지고 웃음의 템포가 빨라졌지만, 거품 꺼지고 난 다음의 허탈함 같은.

 

전유성을 기점으로 코미디언과 개그가 나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말솜씨 중심에 이전보다 짐짓 현학적으로 바뀌고, 전개가 빨라졌고. 김제동씨는 굳이 말하자면 엠시(MC)에 가까운 건가요?

용어 맥락에 갇히고 싶지는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사회자, 또는 사회사(司會士)라고 합니다.

사회 보러 나갔다가 못 웃긴 적은 없나요?

 

사회자로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웃기는 것이라기보다 웃겼는데 안 웃었을 때 ‘안 웃기려고 했던 척’하는 거죠.

관객의 무심함은 다 광대 탓 아닌가요?

“대중이 늘 옳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고 설 이유도 없습니다.

 

김제동에게 웃음이란 무엇이죠?

내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당신을 웃기고 싶다’라는 거죠. 싫어하는 사람을 웃기고 싶은 경우는 어디에도 없거든요. 어떤 썰렁한 농담도 가치가 있다는 건, 내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러운 웃음도 있어요. 그 사람이 전혀 웃기려고 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웃을 때죠. 엠비!(웃음) 그 양반은 도대체 우리를 웃기려는 의도가 없죠. 그런데 우리는 막 웃어. 이러니 이래저래 ‘전쟁’이 나는 거야.

그게 바로 ‘웃기고 자빠졌네’지.(웃음)

 

(서해성의 발가락 양말을 보며) 흰색 발가락 양말을 신고 조문하는 사람을 본 상주가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웃긴 거거든요. 지하벙커는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 아니겠습니까. 난방 잘된 곳에서 가죽잠바를 입는다거나.(웃음)

우리 전통이에요. 박정희 가카께서는 실내에서도 선글라스 안 벗으셨거든.

김 보온병 들고 ‘폭탄’이라거나, 소주병 들고 ‘폭탄주’라고 하는 것. G20 포스터에 쥐 그렸다고 구속영장 청구하자면, 소변금지에 가위 그려 넣은 사람에게도 영장을….(웃음)

근래만 해도, 일본에서 원전이 터졌는데 엠비는 원전 준공식 가고, 엄기영씨는 삼척에 원전 짓겠다고 하고. 정말 쓴웃음이 나는 세상이죠.

 

제동씨도 안티가 많았죠?

“잘난 척한다” “알고 보니 전문대 출신이구나”. 제가 정확히 미네르바와 일치합니다. 30대 중반의 전문대 출신.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군요.(웃음) 학력 별무인 자가 오버한다는 조롱.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 노제 사회 제의에 유족 의사가 반영됐다는 말을 듣고 바로 수락했습니다. 전 사회를 보는 기술잡니다. 원수 사이라도 상이 나면 가진 걸 동원해서 그 사람을 보내주는데 이런 게 예의 아닌가요? 그러면 관을 짤 수 있는 사람은… 음 관 장사 때문에 홍역을 좀 치르셨지만(웃음)… 돌아가신 분하고는 모든 은원이 사라져야 합니다.

적어도 장례기간만큼은. 모든 은원이 사라진다면 역사학자 밥 굶게 되잖아요.(웃음)

 

장자연, 그리고 살아서 고통당하는 사람들

 

사회 수락 뒤 십자포화 안티를 맞았습니다. 한쪽에서는 명계남·문성근 같은 훌륭한 사람들을 놔두고 너 따위가! 그러다 노제 끝나고 여론이 바뀌었죠.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사회를 봤으니까.

정당행사라면 안 갔겠죠. 현 대통령 취임식 사회 보고 전임 대통령 장례 사회를 본 경우는 없을 거예요. 미국 하버드대학에 특강 갔을 때 외국인 학생이 “당신은 취임식 사회잔데 그 대통령이 죽었냐”고 물어요. 다른 대통령이라고 했더니(웃음) 쇼킹하다고 하더군요. 노제 때 사회를 보러 가다가 문득 든 생각은 ‘지금은 슬퍼해야 하는 게 본질’이라는 거였어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더라고요.

 

다수 대중은 현 정권을 가해자로 여기고 있었죠. 근데 이거 다 기사로 나가도 돼요?

이거 아니라도 ‘나가수’ 때문에 잘릴 판입니다(웃음). ‘재도전’을 말한 건 정말 제가 잘못한 거죠!

가해자들이 죄의식을 쉽게 벗어나는 방법은 미안한 놈을 재빠르게 공격하는 거예요. 노 전 대통령을 지금도 공격하는 자들의 심리죠.

게다가 깔보기까지.

깔본 놈이 죽었는데도 영향력을 가지니까 무서워서 그러는 측면이 크죠. 저도 늘 부채의식을 갖고 삽니다. 저도 아저씨를 이용한 관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웃음) 관에 대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걸로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절독’까지는 하지 않았지만.(폭소)

이거 직설하다가 이렇게 당하기는 정말 처음이네.

 

장자연이라는 배우를… 죽은 다음에 알았습니다. 그 이름이 보통명사가 되고 말았는데, 그가 겪은 끔찍한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나는지.

죄송하지만 두 가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죽어서야 알았다는 말이 가슴에 턱 걸립니다. 지금도 죽지 않고 여러 곳에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보통명사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명사, 대명사, 특정한 어떤 무엇으로 지칭하기엔 감정적으로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보통명사란 그 죽음의 크기를 말하는 거죠.

저도 직접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힘없는 사람들이 기록되는 경우는 죽어야만….

실제론 죽어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트위터에 쌍용차 사건을 기억하자고 했는데, 올여름이면 2년이 되네요.

 

첫째 매형이 대우조선에서 철근에 머리를 맞아 돌아가셨습니다. 하관할 때 초등학생인 제가 보상금을 껴안고 있었죠. 그때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거만한 자세로 이걸로 합의를 보든 말든 하자고 했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아요.

쌍용차는 파업 뒤에 벌써 열네 분이 스스로 명을 거두어 들였지요. 국가와 자본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 진행중인 거죠. 힘없는 자의 죽음에 대한 거대한 침묵을 공조하는 사회.

그러니까 역사학자나 지식인들이 뭐하고 계시냐는 겁니까. 이제 제가 인터뷰하는 겁니다.(웃음)

인터뷰? 이게 인터븁니까 ‘쫑코’지.(웃음)

 

죽어 있는 사람을 통해서 산 자에게 수혜를 줄 수 있는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습니까? 역사에는 정말로 기록되어야 할 사람들은 늘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F를 받은 학생 입장에서 감히 역사학자들에게 F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국정원 과거사위에서 간첩사건을 조사해 보니 억울해 보이는 게 수백 건이었어요. 그나마 추려서 확실히 밝힐 수 있겠다는 사건기록을 복사해온 게 14건인데 방으로 하나였어요. 딱 4건 조사하고 12건은 손도 못 대고 두고 나왔는데 아주 기분 더럽죠.

 

저는, 서민이라는 사람들의 입장을 온전히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죄책감이 있어요. 좋은 차 타고, 좋은 집에 살고. 어느새 기득권 세력이 되지는 않았나.

민주화 세력이 집권하고 망하게 된 게 자기들이 엄연히 사회의 기득권자가 됐고 정책결정론자가 됐고 자원을 분배하게 됐는데 약자인 것처럼 생각한 거죠.

가령 김제동 사회사가 대중문화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걸 부인한다면 겸손이 아니겠죠. 초심으로 돌아가 대중과 한 약속을 환기하는 게 중요한 거고, 또 자신의 대중적 재능을 진정으로 대중을 위해 쓸 때 빛나는 것 아닐까요.

‘나가수’는 제 불찰에서 비롯됐습니다. 역사에서 화가 나는 건, 아무도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다는 거죠. 구제역이 한창일 때 (엠비가) 영국은 얼마를 묻었고 일본은 얼마를 묻었고 하는…. 그 티브이 보면서 든 생각은 ‘왜 내가 이 아침에 재수 없이 깼을까’였죠.(웃음) 그건 영국이나 일본 총리에게 들어야 하는 말이죠. 그러려면 세계를 다스리시든가.(웃음)

 

노제 이후 알 만한 대중들은 김제동을 걱정해왔는데.

토크콘서트할 때도 말씀드리는데 “괜찮냐”고 물어보지 마시라, 전 너무 잘 살고 있다, 너무 미안하다. 통장에 있는 돈으로 치면 자본가거든요.

자본가는 아니고, 그냥 부자죠.

 

“힘들다” 하면 안되는데, 그래서 힘들다 


▶ 김제동씨는 “서민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늘 죄책감과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홍구와 서해성을 향해서는 “먹물들에 대한 반감을 계속 깨달라”고 주문했다.

 

원래 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손발이 좀 오글거리지만, 기부란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액은 돌아갈 수 없지만. 오늘 두 가지입니다. 제 잘못이다, 그리고 전액은 돌릴 수 없다.(폭소)

김제동씨처럼 기부하는 건 결코 아닌데, 정운찬 전 총리가 사과 맺히면 남는 것 좀 나눠먹자고 ‘초과이익공유제’를 말하자, 그마저도 이건희 삼성 회장은 “공산주의 말인지 사회주의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죠. 세금이나 잘 내시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건 ‘우리말’이라는 거죠.(웃음)

 

코미디언 김형곤씨 생각이 자주 납니다. ‘회장님, 우리 회장님’에서 다들 아는 왕 회장(정주영)을 풍자했는데, 그걸 보며 사람들은 전두환을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었거든요. 코미디의 상당 부분은 서민 위로 역할인데, 요즘 그게 많이 부족해요.

서영춘이 그립죠. 서민들의 애환, 권력 풍자, 찌질하고 못난 약간의 비겁함.

저도 대통령 만나면 바로 무릎 꿇습니다. 다만 왼쪽 무릎을 미세하게 들겠죠.(웃음) 이런 때일수록 더 많은 개그맨들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었으면 싶습니다. 개그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대학로 공연도 그렇고, 웃길 수 있는 기회가 막히고 있습니다.

 

김제동 하면 착한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대중예술인 중에서 소수를 제외하고는 다들 힘듭니다. 늘 무언가에 억눌려 있습니다. 대중들이 만들어놓은 프레임과 이미지가 있잖아요. 근데 “그게 힘들다”라고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그게 힘듭니다. 좀 자랑 같지만, 저를 상담한 신경정신과 의사는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지금까지 상담했던 사람을 통틀어 가장 발달해 있어서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하더군요. 끊임없이 사람들 눈치를 본다는 거죠.

 

오늘 이야기는 김제동 사회사가 ‘나가수’로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치유 과정이네요.

지금 제 정서를 대변하는 것은 죄책감과 미안함입니다. 관 장사를 자꾸 꺼내서 죄송하지만, 서민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도 그렇고.

오히려 서민 장사를 본격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사건 터지자 노 전 대통령 이야기까지 나오더라고요. “원칙과 상식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노무현 이름에 먹칠을 했다”. 처음 트위터에서 봤을 땐 ‘과하다’라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 있다가 ‘맞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다!’

 

말의 밥상을 차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대중들에게 늘 단맛만 제공할 수가 없는, ‘운명적’으로 그런 부분이 있죠.

이제 말빚, 글빚 지지 않고 살겠다는 말뜻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겠어요.

김제동은 말빚에서 벗어나기 어렵죠. 어록이 너무 많아서.(웃음) 가령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따기 위해 세잎클로버를 밟는다. 세잎클로버 꽃말이 행복이다. 행운을 잡 위해 수많은 행복을 짓뭉개는 것이다.’ 자기가 내뱉은 말들이 자기 포승이 되리라!(웃음)

다시 ‘나가수’ 이야기를 하자면, 행운은 꺾였을지라도 행복은 남아 있지 않나. 미리 매를 맞았으니까…(이때 김영희 피디가 ‘퇴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랜 침묵 끝에) 정말 죄송하네요. 정말.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왜 반감을 느끼나

 

교차 인터뷰를 해보니까 어떤지?

흔히 말하는 ‘먹물들에 대한 반감’이 저에겐 있습니다. 그런 걸 좀 계속해서 깨달라는 거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가진 자의 의무를 말하는데 제발 지들 입으로 귀족이라고 붙이지 마라.(웃음) 때가 되면 우리가 붙여줄게. 오늘 두 분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이 정도면 제가 자발적으로 먹물이라고 해드릴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겁니다.

 

‘직설’을 읽으면서 동감 말고 반감 같은 게 있었다면?

정말 우리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것들이 있었죠. <경향신문>의 ‘똑똑똑’을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이제 좀 전투의지를 가지고 피아를 명확히 구분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서간 동지들을 봤다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웃음) 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결은 계속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 결을 존중해달라는 게 아니라 “제가 가진 결은 이렇다”라고 좀 떳떳이 고백해야겠다는. 그리고 발가락 양말은 신지 않는 것이 좋겠다.(폭소)

 

김제동씨는 자기 언어를 가진 대중연예인이죠. 배경에는 필시 집요한 독서가 있었겠죠. 그런 대중광대가 우리 곁에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관객들도 다들 줄 타고 싶지만 줄 탈 수 있는 재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죠. 누가 뭐라 씹고 야유해도 광대는 그걸 견디며 재주 부려야죠. 너무 상처받지 말았으면 해요. 우린 계속 제동씨 줄 타는 거 보고 싶으니까.

 

직설잔설

 

내가 사과해봐서 아는데?

 

내상이 깊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화제는 다시 그 얘기로 가 있었다. “모든 게 다 내 잘못입니다.” 결론은 그거였다. 일일이 세어 보진 않았지만 100번은 아니어도 50번은 그 얘길 했다. 그런 인터뷰 말미에 김영희 피디가 ‘나는 가수다’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제동은 완전 넋이 나갔다. 다음 일정이 정혜신 박사와 만나는 거였는데, 거기 가서 휴지 한 통을 다 쓸 정도로 펑펑 울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처받은 마음이 바로 마음치료 전문가를 만났다는 거다.

 

깜냥이 안 되는 낙하산이 ‘나는 사장이다’를 이렇게라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그를 사장 자리에 앉힌 분은 “천안함 진실 왜곡한 사람들이 잘못을 ‘고백’ 안 하는 게 더 슬프다”고 하신다. 촛불 1주년 때도 그분은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며 사회를 분열시킨 장본인 중에 사과하고 반성하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고 개탄하셨다. 정말 “맞습니다, 맞고요”다. 딱 한 명 사과하고 반성했으면 되는데, 그분은 확실히 안 하셨으니까. 각하의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시리즈는 이제 ‘고백’ 편이나 ‘사과’ 편까지 나올 기세다. 내리막길 레임덕에 이제 와 새삼 ‘나는 대통령이다’를 보여주려 하니 어떤 대형사고가 생길까 두렵다.

 

김제동에게 진심을 다하는 반성과 사과가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무대에 서면 이천 개의 얼굴이 하나하나 다 보인다는 사람. 상대방의 감정에 이입하고 공감하는 데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났으면서도 늘 노력하는 사람. 같은 말을 수백번 되풀이하는데도 진심이 묻어나는 사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면서 끔찍한 일을 서슴지 않는 자들이 김제동 같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본인은 좀 괴로워지겠지만 세상은 참 좋아질 텐데, 참 좋아질 텐데, 그렇게 할 방법이 없네…. 한홍구 <사진 왼쪽부터 서해성, 김제동, 한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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