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웃음거리’ 된 한복…호텔신라 사태 해외토픽으로
<경향신문>
호텔 신라 사태를 다룬 AFP의 보도13일 벌어진 호텔 신라의 '한복 착용 금지' 사태가 해외토픽으로 다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해 한복 비하 발언까지 나오고 있어 '국제적 망신'이 되고 있다. 14일 AFP통신은 "한국의 최고급 호텔에서 자국의 전통의상을 입지 못하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며 호텔 신라의 한복 착용 금지 사태를 전했다. 이 보도에서는 한복 착용 금지와 관련된 최초의 보도부터 호텔 측의 사과, 장관의 경고 조치까지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다뤘다.
이 소식은 곧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각국의 외신으로 퍼져나갔다. 각국 외신은 이 기사를 해외토픽으로 다루며 자국의 전통을 배척한 이례적 사례로 소개했다.
이같은 내용은 일본에도 전해졌다. 일본의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연합뉴스와 중앙데일리, 자국의 해외전문 통신 '서치나' 등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100여건이 넘는 댓글을 달며 '황당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네티즌들의 댓글 중에는 자국의 전통 의상을 대하는 방식과 비교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네티즌 'chi*****'는 "일본에서 기모노를 입고 나타난다면 오히려 기쁘게 맞이할 것"이라며 "자국의 전통 의상을 거부하는 것이 참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의 전통 문화에 대한 생각을 의심하는 댓글도 보였다. 네티즌 'khm*****'는 "스스로의 전통 복장을 부정하는 것이 한국인 답다"며 "한복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 것이 한국인의 본심일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한복 자체에 대한 비하 발언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일본의 침략이전까지 한국의 원래 복장은 가슴이 나오는 한복(치마저고리)이었다"며 "일본이 통치시절 치마저고리 입는 것을 중지시켰는데 자국의 옷을 거부했다니 웃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조선에는 염색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신분이 높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흰색 복장이 기본이었다"며 "지금의 한복은 '옛 조선의 의상은 이 정도 뛰어나다'란 소망으로 만들어진 '자칭' 전통 의상일 뿐"이라고 비하했다.
“한국서 한복 푸대접… 국격 논할 자격 없다”
[서울신문]
"자국 문화를 멸시하는 나라에서 국격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한복의 중요성과 전통복식 예절을 학교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국내 전통의상 신지식인 1호이자 전통한복기능장 1호인 한복 디자이너 백애현(52)씨는 "신라호텔의 한복 출입금지는 땅에 떨어져 있는 한복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식주 중에서 한옥과 한식은 세계화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마당에 왜 한복만 천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백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땅에 떨어진 한복의 위상을 말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38년간 한복문화 선구자로 앞장서온 백씨를 14일 오후 서울 역삼동 백애현 한복연구소에서 만났다. 천시받는 한복에 대해 할 말이 많았는지 백씨는 2층 양옥건물인 연구소 대문 밖까지 나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라호텔 사건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뉴스를 보고 한동안 넋이 나갔다.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쫓겨나다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한복 디자이너들은 좋은 자리에 갈 때는 일부러 한복을 입고 나간다. 우리 전통의상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정말 아름다운 옷이라고 칭찬하고 감탄했는데 이런 일은 정말 예상 밖이다. 만일 같은 일이 외국 호텔 체인에서 벌어졌다면 당장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호텔 입장처럼 실제로 한복이 부피가 커서 옆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인가.
-전혀 아니다. 옛날처럼 많이 퍼지는 항아리 치마도 아니고. 내가 매일 입고 생활해 봐서 안다. 비단으로 만든 소재고 해서 조심히 다뤄야 하는 등 불편함은 있을지 몰라도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이 대목에서 백씨는 일어나 입고 있던 검정색 모시 한복 치마를 펄럭이며 보여줬다).
→국내에서 한복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 같은데, 직접 체감하는 한복의 위상은.
-기본적으로 한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우리 전통의상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도 만연해 있다. 격식을 갖추는 호텔에서 트레이닝복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복은 우리나라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최고의 격식을 갖춘 옷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국민들은 '한복은 나와는 상관없는 옷'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우리 것을 지키고 소중하게 여기는 의식이 부족하다.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교과서에 쓰는 마당에 우리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문화재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 베트남 아오자이 등은 아직도 많이들 입는다. 외국에 나가 보면 일식당이나 중식당 등에서는 자국 전통의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의상 역시 문화의 일종이고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결혼식 때나 형식적으로 입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한복의 의미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한국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복을 입는다. 태어나자마자 입는 배냇저고리, 돌 때 입는 한복, 또 중요한 행사인 결혼식과 회갑잔치 때도 한복을 입는다. 마지막으로 죽으면서 관에 들어갈 때 역시 한복(수의)을 입는다. 한복은 우리 삶과 굉장히 밀접하다.
→일본은 젊은이들이 단체로 기모노를 입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안 되는 이유가 뭔가.
-일본 젊은이들은 성년식 때 단체로 기모노를 입고 이 옷에 맞는 예의범절을 배운다. 우리나라는 성년식날 한복 입으면 뉴스로 나온다. 너무 잘못된 문화다. 한복은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입는 법, 입고 절하는 법 등 그에 맞는 예의범절이 있다. 이런 것을 어렸을 적부터 교육해야 하는데 등한시해 왔다.
→거리감을 없애는데 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자리잡게 하는 기본이 교육이다. 몇년 전 교육과학기술부에 찾아가 항의한 적이 있다. '어떻게 교육과정 안에 우리 전통의상에 대한 내용이 없을 수 있느냐. 한복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예절을 정규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깃, 고름, 마고자 이런 단어도 생소해한다. 학교 교육에서 책임져야 한다.'
→38년간 한복 대중화에 힘쓰셨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복 대중화와 보급을 위해 해 왔던 노력, 정부의 정책 등이 매번 연속성 없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안타까웠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한식당의 종업원들이 입을 수 있는 개량화된 한복을 개발해 손수 100벌을 만들어 전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뒤로 끝이다. 정부 관계자나 사람들 모두 아름답다, 훌륭하다 말뿐이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에 문화체육부에서 주관해 매월 첫째주 토요일을 '한복입는 날'로 지정했던 적도 있다. 이마저도 지금은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도 한복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 결혼식 예단을 준비하면서 가장 아깝고 후회되는 것이 한복을 맞추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국내 전통의상 연구기관의 현실은 어떤가.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재정지원도 열악하다. 특히 복식학과가 있는 대학이 별로 없다. 의상학과에서는 4년간 공부하고 졸업해도 한복을 한벌 제대로 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에서도 별 관심이 없다. 스스로 6년 동안 전국을 돌면서 한복과 수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책을 썼다. 책을 내고 나서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가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한다고 하더라.
→한복은 오히려 외국에서 반응이 좋지 않은가.
-2003년 뉴욕에서 한·미동맹 50주년을 기념하는 초대전을 했다. 당시에 김기창 화백의 '봉래산 장생도', 김홍도·신윤복 화백의 풍속화 등을 그려 넣은 한복을 선보였는데 외국인들의 극찬을 받았다. 외국 사람들은 한복을 보면 감탄을 한다. 선이 곱고 저고리와 치마의 색 화합도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
→오히려 국내에서 푸대접 받는 한복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한복과 한복예절이 교과서에 들어가 어릴 적부터 한복에 대해 배워야 한다. 또 성년식 같은 때에 우리 전통의상을 입고 예절을 배우는 등의 행사가 정착돼야 한다. 이런 교육이나 행사를 어느 특정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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