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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말이지만 백마 탄 왕자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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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청비 2013. 3. 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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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말이지만 백마 탄 왕자님은 없다

결혼은 서로 부족한 사람이 만나 성숙으로 가는 과정

 

 

베이비뉴스 | 칼럼니스트 이수경

 

봄이 온다.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새싹이 움트는 봄이 온다. 산에 들에 진달래 피는 봄이 오면, 봄처녀가 새 풀옷을 입고 저 멀리서 온다. 산에 들에만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가슴에도 봄이 온다. 옷도 한결 가벼워지고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이 활짝 펴진다. 봄이 오면 가장 가슴 설레는 사람들이 누굴까. 결혼 적령기에 있는 미혼 남녀가 아닐까. 그들의 가슴이 설레는 이유가 뭘까? 바야흐로 이 시기는 그들의 인생에 봄이다. 봄은 기대감을 준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바로 성 호르몬의 영향이다. 결혼할 나이가 되면 남자는 여자를 갈망하게 되고, 여자는 남자를 갈망하게 된다. 아직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앞에 누군가 '짠~'하고 나타나리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진짜 거짓말같이 한 남성이 또는 한 여성이 내 앞에 나타난다.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안 보면 보고 싶고, 그(녀)의 전화가 기다려지고, 밥을 굶어도 배가 안 고프고, 그녀를 만나러 가다 넘어져 무릎이 깨져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달려간다. 온 세상이 나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사랑을 주제로 한 모든 소설들이, 시들이, 노래들이 온통 나를 위해 지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나와 그녀가 주연 배우다. 소위 콩깍지가 씐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핑크렌즈 효과(pink lens effect)'라고 부른다.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사물을 인식하고 해석한다. 남들 눈에 다 보이는 결점인데도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주위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결혼을 반대해도 자신들의 만남은 운명이라며 결혼을 밀어붙인다. 성 호르몬 탓 이외에 어릴 적 읽은 동화도 한 몫 한다. 동화의 엔딩은 한결같다. "백마 탄 왕자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가 잠든 사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내려와 양말에 선물을 넣어두고 간다고 믿는 성인은 없다. 그건 어릴 적 읽은 동화 속 허황된 이야기일 뿐이라는 걸 모두 안다. 어린아이들이 들으면 실망한 나머지 울음보를 터뜨릴지 모르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백마 탄 왕자님이 어느 날 내 인생에 '짠~'하고 나타날 줄 아는 여성들이 많다.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백설공주가 내 앞에 나타나 배시시 웃으며 "저랑 같이 사과 드실래요?" 할 것 같다. 산타클로스 이야기가 거짓인 줄은 다 알면서 왜 유독 백마 탄 왕자님 얘기는 믿는 걸까.

 

과연 그들의 기대처럼 그런가. 결혼만 하면 다들 행복하게 잘 사는가.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그 동화의 2부작이 나온다면 "왕자와 공주는 결혼 후 치고받고 싸우며 살았더래요"가 아닐까. 그렇다고 결혼이 무익하다거나 결혼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결혼은 분명히 남녀에게 유익하고 유의미한 일이지만 무책임한 환상적인 기대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 성 호르몬으로 인한 충동적 사랑과 몽환적 기대를 안고 하는 결혼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부부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 박사는 그의 저서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이 아니다. 한 쌍의 연인이 사랑에서 빠져나올 때 그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참사랑을 하기 시작한다"라고 썼다. 결혼은 성숙으로 가는 과정이다. 성숙이란 세월이 지남에 따라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골고루 자라나는 과정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백마 탄 왕자님처럼 모든 것을 다 갖춘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족한 남녀가 결혼 생활을 통해 자신의 부족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반쪽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마음이라야 결혼생활의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미안한 말이지만 백마 탄 왕자님은 없다. 백설공주도 없다. 기다리지 마라.

◀ 칼럼니스트 이수경?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의 저자로, (주)짚라인 코리아의 부회장과 행복한 아버지학교 회장을 맡고 있다. '모든 가정은 행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수 강연을 뛰고 있다. 기업인으로 불리기보다 가정행복코치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

 

이 기사 주소  http://media.daum.net/v/20130304200006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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