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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갈수록 노래를 잘해

또다른공간-------/잡동사니모음

by 자청비 2013. 4. 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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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갈수록 노래를 잘해 
 

<한국경제 2013.04.23>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가슴을 저미는 듯한 창법에 온몸을 전율케 하는 절규.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반복되는 후렴구를 듣는 순간 목이 메었다. 출구가 없던 1980년 봄. 무엇이 교복차림의 고등학생을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울게 만들었을까.

 

‘창밖의 여자’는 조용필이 대마초 사건으로 활동금지에 묶였다 해금되자마자 내놓은 절창이다. 경기 벽제 지구레코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는데, 그가 작곡하고 부른 첫 노래였다. 방송국 PD들도 그가 작곡까지 하는 건 몰랐다고 한다. 이 노래가 수록된 정규 1집으로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단일음반 밀리언셀러(100만장 이상 판매) 기록을 세웠다.

 

경동고 3학년 때 파주 용주골의 한 클럽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시작한 가출학생이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살롱과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던 그는 70년대 잠깐 떴다가 3년 간의 은둔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판소리와 민요의 창법을 익히며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 삼천포 바닷가의 코끼리 바위에 숨어서 피를 토하듯 연습하던 그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뼈를 깎는 과정을 거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목소리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될 수 있었다.

 

그가 10년 만에 선보인 19집 앨범 ‘헬로’의 첫곡 ‘바운스’가 음원사이트에 오르자마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신곡으로 가요차트 1위에 오른 것은 1991년 ‘꿈’ 이후 22년 만이라고 한다. ‘황제’의 목소리는 여전히 짱짱했다. 팬들은 “엄마한테 다운로드 받아 보내주려고 하다가 내가 팬 됨” 등의 찬사를 올리며 하루종일 인터넷을 달궜다. 80년대 ‘슈퍼스타’에게 열광하며 ‘오빠부대’ 신조어를 만든 처녀들은 벌써 머리가 희끗해진 ‘5학년’이 됐지만 그보다 한참 젊은 만화가 강풀도 “반복해서 듣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한 걸 보면 역시 ‘가왕(歌王)’이다.

 

통통 튀는 피아노 반주로 시작하는 리듬은 경쾌하고 부드럽다. 드럼과 어쿠스틱기타로 화음의 물결을 타고 가다 후렴구에서 30여개의 코러스 트랙과 일렉 기타를 만나면 감동은 갑절로 뛰어오른다.

 

그는 올해 64세이지만 여전히 젊고 힘차다. 67세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밥 딜런(72)이나 85세에 이 기록을 깬 토니 베넷(87)처럼 그도 최고령 아티스트의 기록을 깰지 모른다. 노래도 갈수록 좋아진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이미 고인이 된 전설적인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르델은 갈수록 노래를 잘한다”고 했다던가. 이번 신곡을 들으면서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조용필은 갈수록 노래를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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